해빗팩토리가 그려가는 미래의 금융

조광현 기자(cho.kwanghyun@mk.co.kr) 2024. 2. 7.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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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말 시리즈C 투자와 단독 사옥 이전으로 새로운 성장 모멘텀 마련
시그널플래너의 자동화로 매출 3배 성장과 본격적인 수익 창출
미국 진출, AI 고도화, 신규 사업 통해 ‘AI 금융 컨시어지 플랫폼’ 준비
매일경제와 인터뷰 중인 해빗팩토리의 정윤호 대표
해빗팩토리가 작년 12월 말 역삼동 소재의 지하2층 지상4층의 사옥으로 이전하면서 2024년을 맞이했다. 2016년 디캠프 오픈데스크에서 시작해서 공유 오피스를 거쳐 8년 만에 단독 사옥으로 이전한 것이다. 정윤호 공동대표는 매일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공유오피스와 달리 안정감이 있으며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다. 사옥 이전과 더불어 2024년을 맞이하면서 생존에서 번창이라는 화두로 꺼냈다. 지금까지 PMF, BEP를 찾았다면 이제는 수익을 만들어 내면서 크게 성장하는 게 목표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해빗팩토리는 작년 11월 206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했다. 현재까지 누적 투자 유치액은 344억원이다.

시리즈C 투자 이후 신사옥에서 펼쳐질 해빗팩토리의 성장 이야기에 대해 들어봤다.

올해 3배 성장과 더불어 본격적인 수익 창출
해빗팩토리의 올해 매출 목표는 450억원이다. 2023년 150억원의 3배다. 정 대표는 “우리의 역량을 볼 때 3배 성장할 수 있다. 우리 주 고객인 2030의 장기보험시장 점유율 0.16%를 0.5%로 높이면 가능한 수치다. 2025년의 매출 목표 1,500억원도 현재의 점유율의 10배인 1.6%로 높인다면 가능하다.”라고 매출 계획에 대해 말했다. 그러면서도 수익을 확실하게 내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실제 해빗팩토리는 2023년 하반기부터 월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했다. 정 대표는 업무 생산성이 향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결국에는 ‘이익은 생존하기 위한 비용’이다. 생존하려면 이익이 나야한다. 유의미하게 성장하는 기업이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고 그렇게 성장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해빗팩토리의 대표 상품인 보험비교 추천 앱 시그널플래너는 인공지능(AI) 기반으로 가능한 부분을 모두 자동화해 분석 및 추천에 소요되는 시간을 1분으로 크게 단축시켰다. 업무의 자동화가 높아지면서 효율성도 높아진 것이다. 그만큼 매출과 수익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 기반으로 금융상품 판매 과정 자동화 완성
기존에는 보험 설계사 한 명이 고객획득, 가입보험 분석, 니즈 환기, 상품 제안, 인수 심사, 계약 체결, 유지 관리까지 판매 여정 모두들 담당하고 관리해왔다. 보험 설계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고객획득부터 유지관리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고객마다 상이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도 문제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그널플래너는 보험 판매 여정을 세분화하고 이 중에서 자동화할 수 있는 프로세스는 자동화해서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했다.

고객이 시그널플래너 앱으로 상담을 신청하면 전문 설계사와 카카오톡으로 상담이 진행된다. 기존 보험 영업과 달리 비대면으로만 이루어져 고객 입장에서는 부담이 없다. 또한 언제 어디서나 상담이 가능해 편리하다. 고객 상담을 신청하면 고객이 가입한 보험 상품에 대해 마이데이터, 금융, 건강 데이터로 보험의 유무, 보장 기간, 청구 범위 등을 확인 분석해 준다. 고객 입장에서는 자신의 자산 상태를 정확하게 분석해주기 때문에 편리하다. 상품 제안과 인수심사, 계약체결은 전문 상담사가 표준화된 메시지를 통해 대응한다. 상담사는 AI의 지원을 받아 고객문의를 자동으로 분류해 상담 메시지를 자동 추천하고 현재 판매 중인 금융 상품을 스크래핑, API 등을 통해 실시간 수집, 분류, 분석해 고객에게 가장 필요한 보험 상품을 추천해준다.

시그널플래너는 고객 특성에 따라 300에서 700 종류의 템플릿으로 상담을 진행한다. 상담사는 팩트 시트를 바로 전달받아 이를 기반으로 상담을 진행하고 24개 보험사의 보험상품을 비교 분석해 고객에게 필요한 보험 상품을 추천해준다. 기존에 1시간 이상 걸리는 시간을 단 10초만에 완료할 뿐만 아니라 즉시성 때문에 보험 상품 체결률도 높다.

정 대표는 “보험 상품을 분석하고 신규 보험 상품을 추천하는 모든 프로세스를 나누어 사람이 할 일과 하지 않는 일을 구분해 표준화를 시도했다. 시그널플래너는 고객 분석, 상품 추천, 계약 체결의 프로세스를 데이터 기반으로 자동으로 하고 있다. 설계사마다 다르게 했던 일을 데이터 기반으로 표준화시켰다. 이렇게 표준화함으써 설계사 업무의 생산성을 6배 증가시킬 수가 있게 됐다.”라고 강조했다.

정규직 보험설계사로 친절한 상담과 동일한 고객 경험 제공
기존의 위촉직 설계사 위주의 시장에서는 위촉직 설계사가 영업부터 계약, 유지관리까지 프로세스 전반을 담당하면서 유일한 고객 접점을 가지고 있었다. 보험사가 영업이익을 높이기 위해서는 설계사를 늘릴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설계사를 늘릴수록 그만큼 설계사에 지급해야 하는 높은 수수료 때문에 보험대리점(GA)의 영업 이익이 낮다는 문제가 있다.

정 대표는 “브로커(중개인/대리인)가 개입함으로써 왜곡되어 있는 보험 시장을 브로커 없이 보험을 유통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고 이 과정에서 데이터와 AI로 금융을 혁신할 수 있었다. 이렇게 될 경우 고객에게는 최선의 상품을 제공할 수 있고 보험사는 더 많은 거래와 더 낮은 비용으로 더 높은 이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된다.”라고 말했다.

보험 영업의 대부분을 표준화하고 자동화했다고 해서 사람의 개입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사람의 역할은 크다. 특히 보험 상품처럼 장기간 납입해야 하는 상품의 경우 친절한 상담은 필수다. 정 대표는 “보험 상품은 장기간 납입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한테 상담받고 싶어한다. 해빗팩토리의 보험설계사는 모두 정규직이다. 친절이 가장 중요하다. 사람들이 실제 해결하고 싶은 것에 집중해 상담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사람이 개입할 경우 동일한 경험을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해빗팩토리는 어떤 상담사를 만나도 고객에게 동일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정 대표는 “AI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람마다 어떻게 제안하고 답변하는지를 기본적으로 시스템이 해준다. 설계사가 직접 대답해주는 것은 20-30%이고 나머지는 시스템이 제공해준다. 그래서 편차가 적다. 어떤 상담사를 만나도 고객은 동일한 경험을 가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시그널플래너의 보험설계사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보험설계사 모두 정규직인 이유다. 보험설계사는 1년 이상의 보험 관련 경력 및 손해보험설계사 자격만 가지고 있으면 된다.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상담하기 때문에 청각장애인도 시그널플래너의 보험설계사로 일할 수 있다.

미국 모기지론 시장 진출과 신규 사업
해빗팩토리는 2022년 미국 법인을 설립했다. 작년 6월 현지에서 주택담보대출 전문은행 허가를 취득하면서 미국 주담대 은행허가 3개를 연이어 취득 (캘리포니아주, 조지아주, 텍사스주, 세 개 주는 미국 전체 주담대 시장의 25%를 차지하고 있다)했다. 미국의 모기지론 시장은 신규 시장만 3천조다. 모기지론 시장 역시 브로커가 움직이는 시장으로 브로커에 따라 이자율이 정해진다. 해빗팩토리는 보험 업무처럼 모기지론 업무도 자동으로 처리하고 최저 이자율을 제공하면서 미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정 대표는 “모기지론 시장이 크다. 한국의 보험시장처럼 브로커가 움직이는 시장이다. 우선 작게 테스트해보고 성과가 나온다면 스케일업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반면 국내에서도 새로운 도전을 실험 중에 있다. 디지털손해보험사 설립을 추진, 운영하고 있는 법인보험대리점(GA) 조직을 통해 디지털손보사들이 쉽사리 진입하기 어려웠던 장기보장성 인보험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정 대표는 “디지털손해보험사 설립 건에 대해 계속 검토하고 있다. 라이센스도 필요하고 많은 자본금도 필요하다. 중계는 잘해왔는데 상품을 파는건 다른 영역이다.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성이다. 특히 투자 받고 경영을 느슨하게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을 조심하고 경계해야 한다. 그래서 신규 사업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검토중에 있다.”라고 말했다.

퇴사율이 낮은 비결 : 칭찬, ‘짝궁제도’, 학습조직
스타트업처럼 빠르게 성장하는 조직일수록 조직구성원이 중요하다. 하지만 빠른 성장은 휴유증을 낳게 되는데, 조직구성원의 대규모 이탈과 유입이 그것이다. 이를 반복하다보면 성장동력을 잃게 된다. 해빗팩토리는 여타 스타트업과는 달리 퇴사율이 낮다. 그만큼 안정적이라는 의미다.

정 대표는 해빗팩토리의 퇴사율이 낮은 첫번째 이유로 칭찬 문화를 꼽았다. 정 대표는 “팀원 간에 서로 친절하고 칭찬을 많이 하는 문화가 있다. 그러다보니까 축하할 일들이 많다. 서로 응원하고 인정받고 있다는 모티베이션이 크다. 작은 것도 칭찬한다. 그래서 회사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만 서로 경어를 쓴다.”라고 조직문화에 대해 소개했다.

두 번째로 해빗팩토리의 온보딩 제도다. 해빗팩토리는 ‘짝꿍제도’를 만들어서 신입 사원을 돕고 케어하며 성장을 돕고 있다. ‘짝꿍제도’는 팀원 스스로 만든 문화로 이제는 해빗팩토리에 중요한 조직문화로 자리잡았다. ‘짝궁제도’를 통해 성장한 후배가 선배가 되어 다시 후배를 이끄는 조직문화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세 번째로 해빗팩토리의 학습 조직이다. 팀마다 회고하고 스터디하고 세미나를 계속하면서 학습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AI 금융 컨시어지 플랫폼’을 향해
해빗팩토리는 마이데이터 사업자 기반으로 연금 서비스와 대출, 신용관리까지 서비스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브로커가 있는 모든 금융 시장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정 대표는 “금융활동은 필수고 페인포인트도 크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금융 문제를 해결해줄까를 고민했다. 보험으로 시작해서 연금, 대출로 확대해 나가고 있는데 고객들이 자신의 금융상황에 대해 잘 이해하도록 하는 게 목표다.”라면서 금융데이터 연결 온라인금융지주사에 대한 비전에 대해 설명했다.

이동익, 정윤호 공동대표
이동익 공동 대표는 LG유플러스, 메리츠화재를 거쳐 2016년 해빗팩토리를 창업했으며, 정윤호 대표는 오마이뉴스, 태터앤컴퍼니, 네이버를 거쳐 유저스토리랩을 창업한 뒤에 2017년부터 해빗팩토리에 결합했다. 현재 50여명의 직원이 한국의 보험시장과 미국의 모기지 시장을 혁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진설명=해빗팩토리 정윤호 대표와의 인터뷰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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