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캔버스 위… 옷, 예술이 되다

김호준 기자 2024. 2. 7.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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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1세대 디자이너 브랜드 ‘송지오’
상징과 같은 ‘블랙’ 베이스에
동양적 무게감과 섬세함 조화
“현대문학·서양미술 등서 영감
그림을 그리고 의상을 디자인”
국내패션 대표 아트 브랜드로
파리에 플래그십 스토어 열어
매장 70곳 매출 1000억 목표

“패션계는 항상 ‘새로움’을 찾아요. 이런 맥락에서 한국이 전 세계 패션계에 주는 흥미와 신뢰는 대단합니다.”

지난해 설립 30주년을 맞은 국내 1세대 디자이너 브랜드 ‘송지오’(SONGZIO)는 초창기 크리에이티브만을 추구하는 아틀리에·아트하우스 개념으로 운영됐다. 일반 대중에게 패션 상품을 판매하기보다 시즌별 컬렉션을 통해 브랜드가 추구하는 예술적 가치를 알리는 데 초점을 둔 것이다. 그러던 지난 2018년, 브랜드 설립자인 송지오 송지오인터내셔널 회장은 자신의 아들이었던 송재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에게 브랜드 운영을 맡긴다. 당시 20대 중반이었던 송 디렉터의 지휘 아래 브랜드는 무섭게 성장했다. 송지오를 포함해 남성복 브랜드인 ‘송지오 옴므’와 영 컨템포러리 아트 브랜드 ‘지제로’, 세컨드라인인 ‘지오송지오’ 등 브랜드는 4개로 확장됐다. 송 디렉터는 “2018년은 브랜드가 설립 25주년을 맞던 해로 수없이 많은 디자인과 확고한 정체성이 충분히 확립되었다고 느꼈고, 오래된 브랜드인 만큼 새로운 리뉴얼이 적합한 시점이었다”고 말했다.

송지오의 브랜드 운영을 총괄하고 있는 송재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송지오 제공

송지오는 전 세계 다양한 브랜드 및 아티스트들과 협업을 진행하며 예술 작품을 송지오만의 아방가르드한 미학으로 재해석한다. 2020년 국내 패션 브랜드 최초로 디즈니와의 협업을 통해 기록적인 매출을 이뤄냈고, 2021년에는 세계적인 거장 팀 버튼과 협업해 전 세계 이목을 이끌었다. 배우 차승원과의 인연도 빼놓을 수 없다. 첫 컬렉션부터 매 시즌 빠지지 않고 송지오의 런웨이를 빛낸 차승원은 지난해 9월 송지오와 협업 컬렉션을 선보였다. 송 디렉터는 “우리는 매 시즌 창작의 정신으로 세상에 없는 새로운 룩과 아름다움을 찾는다”며 “동양철학, 서양미술, 고전, 현대문학, 영화 그리고 음악 등 많은 것들에서 영감을 받고 깊은 고찰을 통해 가장 우리답고 우리에게 어울리는 그림을 그리고 의상을 디자인한다”고 말했다.

송지오의 올해 봄·여름(S/S) 컬렉션 ‘퓨어 레벨(PURE REBEL)’은 고전과 현대, 동양과 서양의 미학을 결합해 송지오 하우스 고유의 아트 패션을 강조했다. 특히 송지오 고유의 ‘페인트 온 블랙(PAINT ON BLACK)’이라는 창작론을 바탕으로 모든 컬렉션은 검은 캔버스 위에 그려지는 그림에서부터 시작된다. 송지오의 그림 속 세로획은 그림의 주체, 가로획은 주체의 내재돼 있는 감정을 표현한다는 설명이다.

송지오는 지난해 12월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로는 이례적으로 프랑스 파리 쁘렝땅 백화점에서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팝업 스토어와 더불어 브랜드 최초로 쁘렝땅 백화점 외벽을 장식할 대대적인 옥외 캠페인과 론칭 파티도 열었다. 송 디렉터는 “여러 명품 브랜드들이 즐비한 쁘렝땅 백화점 1층의 남성 디자이너 브랜드군에서 1∼2위를 다투고 있어 대단히 기쁜 마음”이라며 “이번 파리 패션위크 기간에도 만나는 모든 패션계 관계자들이 쁘렝땅 팝업을 언급할 정도로 반응이 아주 좋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파리 ‘팔레 드 도쿄’ 뮤지엄에서 열린 파리패션위크 송지오 2024 봄·여름(S/S) 컬렉션에서 모델이 워킹하는 모습. 송지오 제공

다음 달에는 서울 강남구 도산공원 근처에 최초로 플래그십 매장도 열 예정이다. 총 5층 규모로 선보일 송지오의 플래그십 매장에서는 송지오의 모든 라인을 만날 수 있다. 3층에는 다양한 젊은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할 ‘블랙아이즈 갤러리’도 선보인다. 매 시즌 디자이너들의 손을 거쳐 탄생하는 그림과 아트워크를 영감 삼아 컬렉션을 만들어내는 송지오는 국내외 젊은 아티스트들과 협업해 매월 새로운 전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서울 플래그십 매장에 이어 6월에는 프랑스 파리에도 플래그십 매장을 열 예정이다. 프랑스 파리에 플래그십 매장을 여는 건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중에서는 ‘우영미’에 이어 두 번째다. 파리 패션과 예술의 중심지인 ‘마레’ 지구에서 선보일 송지오의 파리 플래그십 매장은 내년 새롭게 론칭하는 송지오의 여성 컬렉션을 전 세계 최초로 공개할 예정이다. 두 플래그십 매장의 건축과 디자인은 송 디렉터와 파리의 하이엔드 건축 스튜디오 히프노스의 협업을 통해 탄생했다. 송지오의 상징과 같은 ‘블랙’과 동양적인 무게감과 날카로운 섬세함이 공존하는 디자인으로 선보인다. 두꺼운 블랙 콘크리트와 거친 흑목을 주요 자재로 사용해 디자인된 플래그십 매장에서는 송지오의 컬렉션뿐만 아니라 모든 컬렉션의 시발점이 되는 송 회장의 그림들도 함께 전시돼 이목을 끌 것으로 전망된다.

송지오가 지난달 19일 프랑스 파리패션위크에서 선보인 올해 가을·겨울(F/W) 파리 컬렉션을 모델들이 선보이고 있다. 이번 파리 F/W 컬렉션은 송지오 고유의 동양적인 실루엣을 강조하기 위해 날카로운 각들과 우아한 곡선으로 구성했다. 송지오 제공

송지오는 지난해 기준 전국 70개 매장, 연 매출 800억 원을 기록했고 올해는 매출 1000억 원을 목표로 잡았다. 송지오 관계자는 “전 세계 패션의 중심지인 파리, 그리고 신문화의 중심인 서울에서 브랜드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플래그십 매장을 열고 올해부터 브랜드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준 기자 kazzy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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