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전 파병 60주년… 전우들, 아직도 후유증·가짜뉴스와 사투중”[현안 인터뷰]

정충신 기자 2024. 2. 7.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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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안 인터뷰 - 이 화 종 월남전참전자회 회장
참전 용사들중 현재 54%만 생존
꽝남성 학살 범죄자로 몰아 상처
영웅 대접 못할망정 이래선 안돼
美, 인당 年7800달러 줬다는데
용사들 60년째 전투수당 못받아
국회에 진상규명 지속 요구할것
전우들 노후대책도 제대로 안돼
폐교 장기임대 실버타운 만들것
이화종 대한민국월남전참전자회 회장이 지난달 18일 백마부대, 청룡부대 등 참전부대기가 전시된 서울 강서구 호국보훈회관 집무실에서 베트남 지도를 가리키며 당시 전황을 설명하고 있다. 김동훈 기자

인터뷰 = 정충신 정치부 선임기자 csjung@munhwa.com

8년 8개월간 월남전에 참전했던 32만5000여 참전용사 중 살아남은 사람은 전체 파병인원의 약 54%인 17만6185명에 불과하다. 평균 연령 79세로 올해 파병 60주년을 맞은 노병들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르고 있다. 전쟁 트라우마와 고엽제 후유증, 참전용사들을 ‘학살자’로 매도한 가짜뉴스와의 전쟁이 바로 그것이다. 2022년 시민단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변호사 등이 민간인 피해자를 데려와 참전유공자를 학살자로 매도했고, 참전용사들은 전투로 인한 전사와 부상보다 더 큰 명예를 훼손당했다. 베트남 파병 청룡부대 출신인 이화종(72) 대한민국월남전참전자회 회장은 “베트남 꽝남성 퐁니·퐁넛 지역에서 1968년 2월 12일 발생한 민간인 총살 사건과 한국군 청룡부대는 무관하다는 걸 입증하는 미군 감찰보고서와 청룡부대 괴룡1호작전 보고서가 엄연히 존재한다”며 “공영방송이 목숨 걸고 나라 위해 싸운 32만5000여 명의 국가 영웅들을 학살자라며 명예훼손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지난해 9월 미국을 방문해 상·하원 의원들을 만나 ‘H.R.366법안(한국군지위향상 의료혜택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2020년 6월 취임 후 4년간 참전용사들의 훼손된 명예회복과 권익옹호를 위해 싸우고 있는 이 회장을 지난달 18일 서울 강서구 호국보훈회관 집무실에서 만났다. 이후 전화로 인터뷰 내용을 보충했다.

―올해 베트남 파병 60주년이다. 정부는 왜 파병을 결정했나.

“6·25전쟁 때 미군 도움이 아니었으면 나라를 잃을 뻔했다. 전투 병력이 모자라게 된 미군은 당시 한국에 주둔해 있던 2·7사단 2개 사단을 베트남에 전환 배치하려고 했다. 당시 린든 존슨 미 대통령은 베트남전쟁 부담이 증가하자 ‘한국에 대한 군사 및 경제원조 감축’과 ‘주한미군 병력 감소’를 고려하고 있었다. 당시 박정희 정부는 미군이 빠져나가 전력 공백이 생길 경우 북한의 침공 위협을 우려해 한국군 병력을 대신 보낼 테니 주한미군을 그대로 둘 것을 요청하면서 파병이 시작됐다. 대신 한국군 무기 현대화 조건과 경제가 힘드니 전투수당을 주는 조건으로 이후 경이로운 수준의 경제성장과 미국과의 외교적 관계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2022년 8월 KBS가 편파보도했다며 여의도에서 2만여 명이 항의시위를 벌였다.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국가배상소송 1심 재판을 한 달 앞두고 KBS1TV 시사멘터리 ‘추적-얼굴들, 학살과 기억’은 국가의 부름을 받고 싸운 우리를 호국 영웅 대접은 못 해줄망정 양민학살자로 매도했다. 공영방송이 공정성과 균형성을 유지해야 하는 방송심의규정 제9조 제2항을 위반해 강하게 항의하고 몇 차례 시위를 했다. 방송 시작부터 20분대까지 사건 현장의 주요 목격자들의 증언 인터뷰를 배치하고 현장을 상세히 소개했으며, 월남전참전자회 홍보국장 반론 인터뷰는 26분 러닝타임 가운데 단 2분만 할애했다. 이는 편파방송을 금지한 방송심의규정 제11조의 명백한 위반이다.”

―민변 측은 베트남인 응우옌티탄을 원고로 1968년 위장복(맹호부대)을 입은 한국 해병 1개 중대가 퐁니·퐁넛 마을에서 총격으로 비무장 상태 민간인 74명을 학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맹호부대는 퐁니·퐁넛 마을에서 약 500㎞ 떨어진 곳에 주둔했다. 고 채명신 파월사령관은 ‘100명의 베트콩을 놓치는 한이 있어도 1명의 양민을 보호하라’고 명령했다. 주월한국군사령부는 민간인 피해에 대해 매우 엄격한 군법을 적용, 가축이 피해를 입으면 쌀 등으로 보상하고 군사재판에 회부해 사형언도 43명, 무기징역 11명 등 엄격한 군율을 집행했다. 양민학살 주장은 언어도단이다.”

―퐁니·퐁넛 지역을 가본 적이 있는가.

“지난해 11월 그 마을을 직접 가봤다. 1심 재판 피해자 응우옌티탄이 사건 당시 8세 때 배에 총을 맞아서 학살 현장을 봤다고 했는데 거짓말이다. 지난해 가보니 그곳이 개활지라 농사를 안 지어 풀이 1∼2m씩 자라서 아무것도 안 보였다. 800m∼1㎞ 전방에서 한국군이 87명의 양민을 학살했다는 건 터무니없는 소설 같은 얘기다. 당시 현장에 있었다는 참전용사를 데리고 가서 거리와 위치, 어디서 총알이 날아왔는지의 자료를 제출하는 등 우리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올해 월남전 참전 60주년 행사를 어떻게 준비하는지.

“2022년 9월 참전유공자법 개정으로 5월 29일이 해외파병용사의 날로 지정됐지만 지난해 제1회 기념행사는 행사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치르지 못했다. 중국을 제외하면 베트남은 우리의 최대 교역국이다. 월남전 참전 60주년 행사를 베트남이 오해하지 않도록 외교적 문제 등에 대비해 정부와 조율 중이다. 유엔평화유지군 등 해외파병용사들이 모두 합쳐 약 5만4000명에 이른다. 고엽제전우회와 합심해서 해외파병용사 10만 명 이상 참여하고 일반 국민이 함께 참여하는 범국민 대화합을 위한 거국적 정부행사로 치를 계획이다.”

―월남전 참전자 전투근무 수당 보상 및 진상규명 특별법과 유족 승계를 위한 참전유공자 예우법 개정 진행 상황은.

“전우들이 60년 가까이 왜 전투근무수당을 안 주느냐고 정부에 항의하고 소송도 했으나 별 소득이 없었다. 전우 몇 명이 소송을 제기했는데 전부 대법원과 헌법소원까지 패소했다. 자료를 찾아보니 미국에서 개인당 1년에 7800달러를 지급하고 한국 외에 태국군, 필리핀군에 동시에 지급했다고 한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 당시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베트남전 자체를 국민이 꺼려 철수를 요구하는 분위기에서 참전 외국군들에게 많은 돈을 지불하면 국민 여론이 안 좋으니, 비밀리에 주겠다고 했다고 한다. 우리는 병장 기준 한 달에 54달러, 10분의 1을 받았다.”

―이 문제 해법은.

“앞으로 제22대 국회에도 진상규명을 요구할 것이다. 7800달러를 정부가 받아서 경부고속도로 건설, 포항제철(포스코), 창원공단, 구미공단 등 경제 발전을 위해 어떻게 썼는지 조사를 요구할 것이다. 고도 경제성장을 위한 달러가 어떻게 유입됐는지 진상규명이 필요하다. 그 돈이 경제성장 밑거름이 됐다는 게 밝혀지면 정부는 거기에 상응하는 보상을 해줄 의무가 있다.”

―미국 해외지회 방문으로 지난해 9월 H.R.366법안 통과는 어떻게 가능했는가.

“미 상·하원 의원들에게 우리 교포 월남전 참전용사들도 미국 군인들처럼 의료혜택을 달라고 10년간 요청했는데 관철이 안 됐다. 지난해 9월 법안 준비 중인 미 하원의원들을 만났다. 미국 베트남전참전자회가 의료법안 혜택 주는 걸 반대해서 통과가 안 됐다고 해 제가 잭 맥매너스 참전자회 회장 앞에 무릎 꿇고 우리 전우들이 당신들과 목숨 걸고 함께 싸웠고 고엽제까지 걸렸는데 좀 도와달라고 간절히 요청했다. 그가 알겠다고 했고, 상원에 올라간 지 한 달 만에 법안이 통과됐다. 한 달 후인 11월 13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했다. 바이든 대통령 서명 때 공헌을 한 이름에 바버라 변호사와 함께 제 이름도 들어갔다. 이 법안이 이렇게 빨리 통과될 줄 솔직히 미처 몰랐다.”

―생존 참전유공자들 현황은.

“전우들 참전인원은 32만5517명이다. 전사자 5099명, 전상 1만1232명, 현재 생존 인원은 17만6185명이다. 참전자의 45.9%가 사망했다. 참전자 유족은 14만9000여 명이다. 고엽제에 걸린 전우가 14만여 명이다. 지난해 말 기준 월남전참전자회 등록인원은 8만5000여 명이다. 4만여 명이 나이 40∼50세에 돌아가셨는데 초기에는 고엽제 후유증인 줄 몰랐다. 유가족들 삶의 질이 낮아지고 자식들 교육 등으로 엄청난 고통이 따랐다. 생존자 중에는 독거노인이 많다.”

―명예수당 유족 승계를 위한 ‘참전유공자 예우법’을 추진 중인데.

“21대 국회서 10여 건의 의원입법이 지난해 9월 발의됐다. 참전유공자 사망 시 또는 행방불명 시 감가상각비를 고려해 현행 참전명예수당(42만 원)의 70%를 유족(미망인)이 승계하는 내용이다. 참전유공자 사망 시 유족에게 모든 보훈시혜가 중단되는 현실이다. 노후 생계안정과 의료, 양로 및 요양 지원이 절실하다. 제21대 국회에서 참전유공자 예우법 개정안 처리가 됐으면 한다.”

―생존 참전유공자들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회장이 되고 나서 2021년 7월 회원 3만 명을 대상으로 ‘월남전 참전자 생활실태 및 보훈욕구 조사’를 했는데, 전우들의 삶의 질이 이렇게 열악한 줄 모르고 있다가 깜짝 놀랐다. 월남전 참전자 노인 복지 혜택 당사자인데도 너무 등한시해왔으며 노인 복지 혜택을 못 받는 사각지대에 있었다. 월남전 특수효과로 포항제철, 한진, 현대건설 등 굴지의 대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이 많다. 이제는 참전유공자들한테 복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최후의 보루로 사회공헌기금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전우 요양원 및 실버타운 건립을 추진 중이라는데.

“전국 시도지부를 순회 중인데 폐교를 장기임대 받아서 거기에 실버타운을 구상하고 있다. 사회복지학 석사 과정을 밟으며, 교수님들에게 자문해 유가족들 삶의 질을 높이고 독거노인 노병들에게 생활의 활력소를 줄 계기를 준비하고 있다. 실버타운을 만들어 보훈병원과 연결해 치료할 수 있는 의료시스템도 구상하고 있다.”

용띠·청룡부대 대원… ‘용’과의 특별한 인연

■ 이 회장은 누구

1952년생 용띠인 이화종 회장은 올해 3용(龍)을 만났다. 1971∼1972년 제2해병여단 소속으로 주월 청룡부대 헌병대본부 대원으로 참전했고, 올해 갑진년 청룡의 해에 대한민국 월남전 참전자회 회장 연임에 도전한다.

이 회장은 새 분야에 도전, 자수성가한 기업가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시절 컴퓨터·핸드폰 등 폐기물에서 금을 추출, ‘도시 속의 광산’ 창업에 뛰어들어 30년간 이 분야 회사를 운영했다.

이 회장은 만학도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세한대 사회복지학과 최고령 총학생회장을 역임, 오는 14일 졸업식을 하는 데 이어 올 3월 수원대 대학원 사회복지학과 석사과정에 입학했다.

△강원 원주 △대림대 사회복지학과 △세한대 사회복지학과 총학생회장 △수원대 대학원 입학 예정 △주월 청룡부대 헌병대본부 △해병대 221기 동기회장 △ 민주평통자문위 자문위원 △현 대한민국재향군인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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