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주식 주가 올릴 수만 있다면”…자사주 소각 선언한 대기업들 어디
6일 SK이노베이션은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을 열고 지난해 회계연도에 대한 현금·현물 배당 대신 배당가능이익 범위 내 자사주를 전량 소각한다고 밝혔다. 소각되는 자사주는 총 491만9974주로 장부가 기준 7936억원 규모다. 이는 기존 발표한 배당 성향 30%를 웃도는 주주환원정책으로, 지난해 실적 기준 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포함한 주주환원율은 319%다.
김진원 SK이노베이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정부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완화 정책에 부응하고 ‘주주와의 대화’ 등을 통해 주주에게 약속한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적극 이행한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투자자 권익 보호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HD현대건설기계도 2017년 현대중공업에서 분사한 이후 처음으로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다. HD현대건설기계는 이날 공시를 통해 총 303억 원 규모의 자사주 59만 2000주를 취득한 뒤 소각하는 방안을 이사회에서 결의했다고 밝혔다.
자사주 소각은 시장에 유통되는 발행 주식 수를 줄여 주당순이익(EPS)을 높이는 효과가 있어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보다 더 강력한 주주 환원 정책으로 평가 받는다. 통상 자사주를 소각하면 1주당 가치가 높아지게 돼 주가가 상승하는 편이다. 최근 소액주주들이 “자사주 매입에 그치지 말고 소각까지 진행하라”고 목소리를 키우는 이유다.
아울러 HD현대건설기계는 이미 취득해둔 자사주 85만 3697주도 오는 4월 30일 소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HD현대건설기계가 소각하는 자사주는 총 144만5697주로, 현재 발행주식총수의 약 7.3%에 달한다.
HD현대건설기계 관계자는 “회사의 이익 규모와 투자 계획, 재무구조 등을 고려해 당기 순이익의 30% 수준을 주주가치 제고에 활용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정부가 재계에 기업가치 밸류업 대책 마련을 강조하면서 기업들도 소액주주 권익 보호를 위한 전향적 대책 마련에 나서는 모양새다. 특히 금융사 위주로 자사주 소각, 배당금 증액 등 주주환원에 나서던 풍토가 전반적인 재계로 확산되고 있는 점이 긍정적이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자사주를 보유 중인 기업들은 대부분 소각 여부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자사주를 다량으로 보유한 기업들은 소각을 발표하지 않더라도 기대감에 주가가 급등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은 “기업의 성과를 지분에 비례해서 공정하게 배분하는 주주환원에 적극적인 기업이 주가 재평가의 첨단으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상적인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자기자본이익률(ROE)을 향상시키고, 지속성장 가능 기업으로의 변신과 함께 투자자들과의 열린 소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HD현대의 또 다른 건설기계 계열사인 HD현대인프라코어도 주주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2일 공시를 통해 총 560억 원 규모의 자사주 724만 4501주를 취득한 뒤 소각하기로 했다. 전체 발행주식 총수의 3.6%에 해당하는 규모다. HD현대인프라코어 역시 양호한 실적이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졌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4183억 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25.8% 급증했다.
삼성물산도 최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1조원 이상의 자사주를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은 현재 보유 자기 주식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보통주 780만8000주와 우선주 전량을 소각할 예정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주주환원 정책 기간 내 자기주식 전량을 균등 분할 소각함으로써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자 한다”며 “이번 소각 규모는 시가 기준 1조원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기아는 올해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한 뒤 절반을 소각하기로 했다. 3분기 누계 기준 재무목표를 달성할 경우 나머지 50%도 추가 소각할 계획이다. 현대차도 자사주 1%(약 4000억원)를 소각해 배당 성향을 25% 이상으로 유지할 예정이다.
DL이앤씨는 오는 8일 발행주식 총수의 7.6%에 해당하는 자사주 294만주를 소각할 예정이다. 소각 예정 금액은 총 1083억원에 달한다. SK텔레콤도 2000억원 규모 자사주를 소각했다. 미래에셋증권은 696억원 규모로 자사주를 매입했고, 향후 이사회에서 소각 계획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선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실질적인 효과를 내려면 상속세 부담 완화 조치도 필요하다고 분석한다. 오너 위주 지배구조가 일반적인 한국 산업 구조에서 주가 상승은 향후 상속세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 증시에서 사업회사가 아닌 지주사들의 주가가 유독 심각하게 저평가돼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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