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 강진 쓸고 간 日 노토반도...땅이 솟고 빛은 사라졌다 [위성으로 본 세상]

송복규 기자 2024. 2. 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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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나라스페이스 ‘스페이스 저널리즘’ 공동기획
일본 국토지리원은 강진 발생 전후 관측 데이터를 실시간 해석한 결과 노토반도 끝 중앙부의 해안 마을인 이와지마(輪島)시가 서쪽으로 1.3m(잠정치) 이동하는 등 이시카와현 주변 지역에서 대형 지각변동이 관측됐다고 밝혔다./연합뉴스
그래픽=정서희

새해 첫날 일본 혼슈 이시카와현 노토반도에 규모 7.6의 강진이 발생했다. 이 지역은 일본을 지나는 유라시아판과 오호츠크판이 맞닿아 있고, 필리핀판과 태평양판이 인접해 있다. 진원 깊이는 10㎞로 얕은 편에 속해 피해가 컸다. 지난 1월 9일까지 여진이 계속 발생하면서 피해를 키웠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인명 피해만 사망자 232명, 부상자 1279명, 파괴된 주거지는 1만3060채에 달한다.

일본 지질학계에서는 올해 노토반도 지진이 이 지역에서 3000~4000년 간격으로 발생할 정도로 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다 신지(Shinji Toda) 일본 도호쿠대 지질학과 교수는 이 지진으로 노토반도는 지반이 4m 융기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국토지리원은 노토반도가 지진 영향으로 서쪽으로 1.3m 이동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5일 나라스페이스 어스페이퍼팀이 공개한 최근 분석 결과에 따르면 실제로 이시카와현 노토반도는 지진 전후로 해안선의 변화가 확인됐다. 또 지진 발생 지역의 빛의 세기를 측정해 피해 규모를 추정해볼 수 있었다. 노토반도 강진으로 발생한 지형과 생활의 변화를 위성영상으로 확인한 결과는 어떨까.

유럽우주국(ESA)이 운영하는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 센티널-1(Sentinel-1)로 관측한 노토반도./나라스페이스
유럽우주국이 운영하는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 센티널-1(Sentinel-1)로 관측한 노토반도 해안선. 지진 영향으로 해안선이 늘어나면서 육지 면적이 늘어났다./나라스페이스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난 건 지반 융기가 발생한 노토반도 해안선이다. 나라스페이스 어스페이퍼팀은 유럽우주국(ESA)이 운영하는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 센티널-1(Sentinel-1) 관측 영상에 자체 개발한 해안선 추출 기술을 적용했다. 해안선 분석 결과, 노토반도 북부 미나즈키만 인근은 지진 전후로 해안선 길이가 1389m 늘었다. 특히 해안선 길이 499㎞ 가운데 18.3%에 해당하는 91.3㎞가 지진의 영향을 받았다. 지진 발생 이틀 전인 지난해 12월 30일 미나즈키만 인근의 육지 면적은 83.3㎢였는데, 지난달 18일엔 1.4㎢ 늘어난 84.7㎢로 나타났다.

지진으로 국토 면적이 늘어났다고 좋은 건 아니다. 지진으로 지형이 바뀐 지역의 지각에는 응력이 쌓인다. 지반이 늘어나고 깨진 상태로 남아있는데, 약한 지진파에도 큰 진동을 일으킬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다. 주요 지진대와 화산대 활동이 겹쳐서 발생하는 환태평양 조산대에 속한 일본은 피해가 더 커질 수도 있다. 일본 지질학계에서 노토반도 지진이 앞으로 더 많은 지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프랑스의 고해상도 위성 플레이아데스(Pleiades)로 이시카와현 와지마시의 시가지를 포착한 결과 지반이 약해져 대량의 토사가 강을 타고 바다로 흘러들었다./나라스페이스

실제로 공간 해상도 0.5m 성능을 보유한 프랑스의 고해상도 위성 플레이아데스(Pleiades)로 이시카와현 와지마시의 시가지를 포착해보니 지반이 약해진 징후가 나타났다. 지진이 발생한 다음 날인 와지마시 카와하라타강에는 지반이 약해져 흘러든 대량의 토사가 바다로 흘러가고 있었다. 일본 기상청은 지진이 발생하고 3주가 흐른 지난달 22일에도 이시카와현 대부분을 토사 재해 위험 ‘주의’ 단계를 유지했다.

카와하라타강 오른편에 있는 관광명소 ‘와지마 아사이치(朝市·아침 시장)’는 강진에 직격탄을 맞았다. 와지마 아사이치는 오래된 가옥이 길게 늘어서 문화적으로도 가치가 높은 지역이었다. 하지만 프랑스 위성기업 에어버스DS의 CNES로 살펴본 결과, 와지마 아사이치의 5만2099㎡(1만5759평)가 전소됐다.

프랑스 에어버스DS의 CNES 위성으로 관측한 와지마 아사이치. 5만2099㎡(1만5759평)가 전소됐다./나라스페이스

노토반도 지진 피해는 위성으로 관측한 빛의 세기로도 추정할 수 있다. 이시카와현의 전력 공급을 관리하는 호쿠리쿠전력은 지난달 15일 기준 이시카와현은 8800호의 정전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중 피해가 가장 컸던 와지마시는 5000호의 정전 복구가 진행되고 있는 상태다.

빛과 열의 방출을 관측하는 미 해양대기청의 가시적외선영상방사계(VIIRS) 위성영상에도 와지마시의 피해가 고스란히 담겼다. VIIRS에 수집된 지난해 12월 17일 와지마시의 빛의 세기는 평균 0.82지만, 지난달 15일에는 평균 0.57로 낮아졌다. 와지마시 전체에 고르게 퍼졌던 빛의 세기도 대피소가 마련된 와지마시 후게시초등학교와 노토 공항에만 몰렸다. 대피소를 제외하면 87.1% 달하는 371.33㎢의 면적에서 모두 빛의 세기가 줄었다.

미 해양대기청의 가시적외선영상방사계(VIIRS) 위성으로 관측한 일본 이시카와현 와지마시. 지진 전후로 빛의 세기가 급격히 감소했다./나라스페이스

지진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와지마시 주민들은 대피소로 몰렸다. 이달 2일 주민 500명 정도가 몰려든 노토 공항 주차장은 주민들의 차량으로 빼곡했다. 지진 대피소로 지정된 후게시초등학교의 운동장도 지진 피해를 본 주민들의 차량으로 가득 찼다. 특히 자차가 파손된 주민들은 버스나 렌터카를 빌려 대피소를 찾은 듯한 장면도 포착됐다.

나라스페이스 어스페이퍼팀은 지진과 같은 대규모 재난재해 대응 시스템에 위성영상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광학이나 SAR, VIIRS와 같은 다양한 위성을 활용하면 시계열 모니터링과 빛의 세기 비교, 해안선 변화 모니터링 등 체계적으로 재난재해에 대응할 수 있다. 실제로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도 피해 지역을 구체화하기 위해 위성영상 분석을 진행하기도 했다.

나라스페이스 어스페이퍼팀은 “노토반도 지진이 일본과 인접한 한반도에도 지진해일로 영향을 미친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며 “위성 분석을 활용한다면 지진 피해 평가와 재해 관리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위성영상은 재난재해 상황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반도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한반도에 지진해일이 발생했다./나라스페이스

참고자료

나라스페이스 어스페이퍼 https://ep.naraspace.com/

수년 전만 해도 하루 한번 같은 장소를 찍기 어려웠지만 저가 발사체가 늘어나고 소형위성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제는 지구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실시간 감시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국방 분야는 물론 재해와 재난 감시, 손해 사정, 산업 동향 분석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위성 영상이 활용되고 있다. 국내 위성 서비스 기업 나라스페이스와 조선비즈는 우주 데이터가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우주경제 시대를 앞두고 인공위성 영상 데이터와 국방과 산업,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분야를 접목해 분석하는 ‘위성으로 본 세상’과 ‘위성으로 보는 경제’라는 ‘스페이스 저널리즘’ 시리즈를 매주 공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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