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크리에이터] “홍천 하면 ‘잣떡’ 떠올릴 때까지 우직하게 나아가야죠”

정성환 기자 2024. 2. 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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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크리에이터] (14) 장선재 바농 대표 (강원 홍천)
전국 오일장 돌며 배운 경험으로 창업
지역농산물로 ‘대표 명물’ 개발 나서
아내와 합심 ‘홍천잣떡’ 상품화 성공
팝업스토어·명절 선물로 ‘관심 폭발’
지역 소재로 한 음악활동 병행 계획
강원 홍천에서 농업회사법인 ‘바농’을 운영하는 장선재 대표(오른쪽)와 아내 안윤희씨가 직접 개발한 ‘홍천잣떡(작은 사진)’을 선보이고 있다. ‘홍천잣떡’은 홍천군 내면에서 나는 잣과 누룽지향 찹쌀로 빚어 고소한 향과 은은한 단맛이 특징이다. 홍천=김원철 프리랜서 기자

경북 경주 황남빵, 충남 천안 호두과자처럼 해당 지역을 다녀오면 꼭 사와야 하는 먹거리가 있다. 장선재 바농 대표(46)는 강원 홍천을 다녀오면 ‘홍천잣떡’을 사왔냐고 묻는 미래가 곧 올 거라고 장담한다.

장 대표는 인디밴드 출신 음악인이자 사업가다. ‘나하비밴드’라는 이름으로 2009년 앨범도 냈다. 나하비밴드 1집에는 “밥으로 따지면 인스턴트 대신 자연식 밥상을… 화학조미료의 강한 맛처럼 인위적으로 꾸민 음악보다 투박하지만 따뜻한 음악을 추구한다”는 소개 문구가 있다. 그가 차린 농업회사법인 바농도 그의 음악과 닮았다. ‘바른 농산물’의 줄임말인 바농은 잣·명이·도라지 등 다양한 임산물을 채취하고 가공품을 판매한다. 정직하게 농사짓고 정당한 대가를 받자는 장 대표의 철학이 담겼다.

그는 16년 전 홍천군 내면으로 귀촌했다. 자연을 벗 삼아 음악도 하고 농사도 짓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다. 물론 순탄하진 않았다. 야심 차게 산 땅은 도로가 없는 맹지라 개발이 어려웠다. 세 들어 살던 집엔 불이 나 한순간에 2억원이 넘는 빚이 생겼다. 절박해진 장 대표는 전국 오일장을 돌며 장사를 배웠다. 빚을 갚는 데는 무려 10년이 걸렸다.

“텐트살이 하며 오일장을 돌았을 때는 정말로 절망적이었어요.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오일장을 돌았던 경험이 사업 밑바탕이 됐죠.”

카페 ‘홍천잣떡’의 전경. 잣떡 외에도 도라지정과 등 홍천 농산물로 만든 간식을 맛볼 수 있다.

장 대표는 오일장 일을 하면서 6차산업에 관심이 생겼다. 시장을 떠돌며 남의 물건을 팔기보다는 나만의 상품을 만들어야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2016년 바농을 설립하고 지역농산물을 어떻게 하면 좋은 제품으로 만들지 연구했다. 그런 그의 눈에 들어왔던 게 홍천잣이다. 홍천은 국내 잣 생산량의 60%를 차지한다. 그런데 홍천엔 정작 이를 활용한 마땅한 명물이 없었다. 그는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아내 안윤희씨(53)의 도움을 받아 식품 개발을 했다. 2년 만에 탄생한 제품이 ‘홍천잣떡’이다.

홍천잣떡은 아내 안씨가 직접 한 반죽에 앙금과 버무린 홍천잣을 아낌없이 넣어 만든다. 반죽도 홍천 명물인 누룽지향 나는 찹쌀로 만들었다. 떡을 한입 베어 물면 쫀득한 식감과 잣향이 일품이다. 홍천잣떡은 개발 1년 만에 백화점 팝업스토어 러브콜을 받고, 군부대 명절선물로 선정되는 등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한 백화점에서 연 팝업스토어에선 일매출 400만원을 넘길 정도였다. 올해 1월엔 지난해 같은 달보다 4배 이상 성장했다.

장 대표는 상품 개발뿐만 아니라 홍천 홍보에도 열심이다. 그는 유튜브 채널 ‘산마을청년’을 운영하며 홍천 맛집과 자연경관을 소개한다. 넉달 전에 올린 산메기매운탕 영상은 조회수 4만건을 기록했다. 지난해엔 도에서 ‘강원도 대표 로컬크리에이터’로 선정됐다.

“지역이 주는 의미는 특별해요. 같은 빵을 팔더라도 16년 살아온 마을에서 난 농산물로 만들었다면 소비자는 다르게 느끼죠. 길 건너 어르신이 키운 찹쌀, 동네 농부가 수확한 잣, 장모님의 수제 조청에 담긴 이야기는 브랜드 가치가 있어요.”

장 대표는 국유림보호협약 대표자로 마을 주민과 함께 잣나무 숲을 보호하는 대신 합법적으로 잣을 채취할 권리를 얻었다. 그는 안정적으로 잣 수급을 하고 주민에겐 판로가 열렸다. 장 대표는 새마을지도자·6차산업인증자협회장도 맡으며 마을 주민과 화합에 힘쓴다.

인디밴드 출신 음악인 장 대표(가운데)가 마을 행사에서 기타를 연주하고 있다. 바농

올해부턴 음악활동과 사업을 병행할 계획이라는 장 대표. 홍천에서 보고 배운 것을 소재로 한 따뜻하고 아름다운 노래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다. 또 도라지청을 스틱 형태로 만들고, 홍천의 다른 농산물도 새로운 가공품으로 재탄생시킬 계획이다. 그는 또한 카페 ‘홍천잣떡’에서 동네 사람들과 홍천을 찾는 관광객을 적극적으로 맞이할 생각이다.

“저희 가게가 홍천의 오래된 점포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1년에 단 한번 와도 친근한 고향 같은 명소로 자리 잡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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