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분양가 17억 잠원동 ‘특공’ 123대 1…‘금수저’라야 가능?

혼인 자녀 증여세 비과세에
실거주 의무 폐지 검토 영향

서울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 본보기집. GS건설 제공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됐지만 고분양가로 공급된 서울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 특별공급에 예상을 뛰어넘는 많은 청약자가 몰렸다. 혼인 자녀에 대한 증여 공제폭 확대, 국회에서 논의 중인 실거주 의무 폐지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6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을 보면, 전날 전용면적 43~59㎡ 81가구를 대상으로 한 메이플자이 특별공급 청약에 총 1만18명이 신청해 123.67대 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다. 신청자를 유형별로 보면 △생애 최초 6910명 △신혼부부 2581명 △다자녀가구 282명 △노부모 부양 184명 △기관추천 61명 등이다. 생애 최초 경쟁률이 460.6대 1로 가장 높았다.

메이플자이는 소형 분양가가 12억~17억원으로 높은 탓에 특별공급이 ‘금수저 특공’이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 신혼부부 등 무주택 청년층에게 특공 청약 자격이 주어지지만 보통의 청년층은 감당하기 어려운 분양가라는 점에서, 부모의 재력을 등에 업은 ‘금수저’라야 청약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부동산 업계에선 세법 개정으로 올해부터 혼인 자녀에게 1억5천만원(부부합산 3억원)까지 증여세가 비과세되는 점이 ‘금수저’ 청약 확산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최근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주택의 실거주 의무 폐지를 추진 중인 가운데 국회에서 실거주 의무의 3년 유예(최초 입주가능일부터 3년 이내 실거주)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메이플자이에 수요자가 더 몰린 것으로 보고 있다. 실거주 의무를 개시하는 시점이 3년간 미뤄진다면 최초 입주 때 전세를 놓는 게 가능해져 분양대금 조달에도 숨통이 트이기 때문이다.

다만, 분양가가 주변 시세 대비 6억원 이상 저렴한 ‘로또 아파트’라는 평가에는 다소 거품이 낀 것으로 보인다. 메이플자이 입주자모집공고를 보면, 이 단지 실거주 의무기간을 2년으로 정한 서초구는 메이플자이 분양가가 주변 단지의 최근 1년간 평균 실거래가에 견줘 80% 이상~100% 미만 수준인 것으로 산정했다. 잠원동 신반포 8·9·10·11·17차 아파트와 녹원한신아파트, 베니하우스 등을 통합 재건축한 메이플자이는 지상 최고 35층 29개 동, 총 3307가구 규모로, 일반분양 물량은 162가구다. 입주는 내년 6월 예정이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