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함께 나태해지는 집

2024. 2. 6. 15: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베짱이가 기타를 치는 소리에서 딴 '딩가딩가'라는 이름.

여행의 목적지 처럼, 온전한 휴식을 위한 일상의 편안함과 집이 아닌 낯선 여행지에서 느낄 수 있는 새로운 비일 상의 공간을 함께 담아내고자 했다.

단층의 집의 외부에서 보면 굴뚝처럼 보이는 솟아 있는 천창 구조물은 그야말로 빛의 잠망경으로, 집 안에서 흡사 제임스 터렐의 작품을 감상하는 비일상의 경험을 선사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딩가딩가
베짱이가 기타를 치는 소리에서 딴 ‘딩가딩가’라는 이름.
바쁜 일상에 묻혀있던 부부와 강아지, 세 가족의 삶을 시나브로 바꾸어버린, 여행과 일상의 경계를 허무는 집의 이야기


작은 숲을 지나 깊게 뻗는 그림자와, 생활을 밝히는 빛의 잠망경

우리가 처음 만난 건축주의 일상은 베짱이와는 거리가 멀었다. 서울에서 3교대 근무를 하는 아내와 매일 이른 출근을 하는 남편, 그리고 하루종일 혼자 분주히 집을 지키는 강아지까지, 성실히 그리고 바쁘게 살아가는 전문직 세 가족이다.

이들이 서울의 아파트 생활을 정리하고, 시골에 단독주택을 짓기로 결심한 이유는 도시에서 시골 로의 물리적 이동을 통해 환기의 시간을 가지기 위해서였다. 시골의 느리게 흐르는 시간 속에서좀 더 ‘나태한 삶’을 결심한 것이다. 도시와 시골을 오고 가는 여정 속에서 다양한 풍경들을 마주하며 매일 집으로 여행을 떠나는 설레임과 기대감을 느낄 수 있는 집을 만들고 싶었다. 여행의 목적지 처럼, 온전한 휴식을 위한 일상의 편안함과 집이 아닌 낯선 여행지에서 느낄 수 있는 새로운 비일 상의 공간을 함께 담아내고자 했다.

벽돌의 물성과 중정의 존재감이 드러나는 외관의 모습. 지나는 이들로부터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담장을 올려줬다.


콘크리트 데크와 자갈로 경계를 만들어 준마당. 요소별로 구획된 조경은 처마가 만드는 그림자와 마당으로 들어차는 햇살을 통해 더욱 입체적인 그림을 만든다.

딩가딩가에는 비일상의 공간을 위한 여러 가지의 장치가 있다. 마당으로 길게 뻗은 지붕은 집의 연결점인 툇마루에 깊은 처마를 만든다. 2m가 넘는 처마는 마당에 내부 공간만큼이나 큰 머무름의 공간을 만든다. 자연과 가깝게 맞닿은 처마 아래는 계절을 담는 시간의 공간이다. 햇살이 화창한 날에는 빛을 반사하는 금속 복합패널 마감의 처마가 시시각각 변하는 빛을 산란시켜 콘크리트 툇마루에 어울거리는 그림자를 만든다.

양옆으로 창을 낸 숲길을 닮은 복도는 공간 자체로 집의 구심점 역할을 한다.



PLAN

SECTION



비가 내리는 날, 처마 끝을 따라 떨어지는 빗방울이 만든 물줄기들이 에워싸 툇마루에 새로운 경험의 공간을 만든다. 깊은 처마 밑 반외부 공간은 맨발로 나와 편안하게 앉기도, 때론 눕기도 하는 벽이 없는 자연 속 또 하나의 방이다.

오픈 형태의 거실은 상부에도 창을 구성해 채광을 보강하고 더욱 다이내믹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2층의 유리 난간과 거실의 화이트 인테리어가 따뜻하고 밝은 실내를 연출한다.거실은 히든 도어 등을 통해 다른 생활 공간과 조금 더 명확히 구분되는 휴식의 공간이다.



HOUSE PLAN

대지위치 : 경기도 양평군
규모 : 지상 2층
거주인원 : 2명(부부) + 반려견 1
건축면적 : 176.63㎡(53.43평)
연면적 : 191.4㎡(57.90평)
건폐율 : 38.23%
용적률 : 41.43%
구조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 지상 - 철근콘크리트
최고높이 : 7.5m
주차대수 : 2대
단열재 : T100 경질우레탄보드
창호재 : 공간창호 AL 시스템창호
외부마감재 : 외벽 –상산벽돌 치창벽돌 쌓기 / 지붕 – 에코렉스 복합패널지붕
내부마감재 : 친환경페인트 올퍼티 도장 / 바닥 –지복득마루 원목마루
욕실 및 주방 타일 : 상아타일 수입타일
수전 등 욕실기기 : 더존테크 , 아메리칸스탠다드
주방 가구 및 붙박이장 : 네모가구
조명 :3인치 매입조명 및 제작 간접조명
계단재·난간 : T14 원목마루 시공
현관문 : 제작 단열 방화 도어
중문 : 제작 슬라이딩 목문 도어
방문 : 제작 도어
담장재 : 상산벽돌
열회수환기장치 : ZEHNDER 콤포에아 Q350
에너지원 : LPG
조경 : 그린그라피제이
전기 : ㈜엘림전설
기계 : ㈜건창기술단
구조설계 : ㈜한길구조엔지니어링
시공 : 두다건설
설계·감리 : 소수건축사사무소



주방 겸 다이닝은 천창의 존재감이 깊은 인상을 준다. 상부장을 제외하고 같은 새상의 우드로 연출한 매립 선반이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동측의 침실로 향하는 복도에는 유리블록을 두어 생활 공간의 프라이버시를 한번 더 보완했다.


침실은 목재의 물성과 화이트 컬러 외에는 군더더기를 남기지 않았다.


집 안에 사면이 벽으로 막힌 방은 하나 뿐이다. 공식처럼 여겨지는 평형에서 벗어나 집에서 하고 싶은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고, 온전한 경험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 분위기를 계획했다. 거실은 집의 일부이지만 동시에 외부처럼 집의 생활 공간과 명확하게 분리하였다. 복도는 땅에서 하늘까지 이어지는 커튼월의 큰 창을 계획하고, 숲 속을 거니는 것처럼 양 옆에 큰 나무를 심었다. 복도를 지나면서 먼 산과 마당의 가까운 정원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도록 하였다. 숲 복도를 지나 처음으로 만나는 생활공간은 주방과 식당이다. 단층의 집의 외부에서 보면 굴뚝처럼 보이는 솟아 있는 천창 구조물은 그야말로 빛의 잠망경으로, 집 안에서 흡사 제임스 터렐의 작품을 감상하는 비일상의 경험을 선사한다. 창을 통해 이어지는, 반려견과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할 수 있는 마당은 가족에게는 일상 속의 산책로 역할을 한다. 넓은 툇마루가 활동을 위한 공간이라면, 마당은 그 자체로 자연 그대로의 공간이다. 자연스럽게 흩뿌려지듯 조성된 식재는 시골 오솔길에서 흔히 만나는 야생의 질감을 가진다. 마당 이곳저곳을 거닐며 예상치 않은 다양한 꽃과 나무와의 자연스러운 스침은 집 속의 숲의 경험을 제공한다.

밤이 되면 주택의 크고 작은 창을 통해 빛이 새어나오며 집 안에서만 누릴 수 있는또 다른 풍경을 연출한다.


딩가딩가의 북측면. 벽돌이 만드는 색감과 예리하게 그려지는 그림자, 울타리처럼 심어둔 나무가 집의 존재감을 밝힌다.



건축가 김미희, 고석홍 : 소수건축사사무소

김미희, 고석홍은 2012년 광주폴리Ⅱ 설계공모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기억의 상자’ 설치 작업을 계기로 협업을 시작했다. 두 사람은 2016년에 소수건축사사무소를 설립하고 동심원, 일삶빌딩, 신선길, 양평 살구마을 단독주택단지 등 다양한 작업을 선보였다. 도시 조직 안의 작은 단위로서 개별성과 보편성을 지닌 건축을 추구하고 있다. 대표작인 동심원으로 2018년 한국건축문화대상 신진건축사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지품팡팡 놀이터로 2018년 따뜻한 공간상 대상을 수상했다. 고석홍은 2021년부터 남서울대학교 건축학부에서 객원 교수로 출강 중이며, 김미희는 2019년부터 한양대학교 건축학부에서 겸임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02-461-2357 | https://sosu2357.com


글 김미희, 고석홍   |  사진 노경   |  기획 손준우

ⓒ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4년 2월호 / Vol.300  www.uujj.co.kr




Copyright © 월간 전원속의 내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