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도심 사무실에서 농사짓는다…대전시, 전국 최초로 원도심 빈 건물에 ‘스마트팜’ 조성
대도시 원도심에 있는 건물의 빈 사무실이 농장으로 변했다. 대전시는 6일 전국 최초로 건물의 공실(空室)을 활용한 ‘스마크팜’을 개장했다. 시는 공실에 스마트팜을 조성하는 사업을 ‘원도심 살리기’ 사업의 하나로 추진해 왔다.
‘스마트팜’은 식물이 자라는데 필요한 빛, 공기, 온도, 습도, 양분 등을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통해 인공지능(AI)으로 제어하는 실내 농장 시스템을 말한다. 날씨나 계절 변화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시는 중구 대흥동에 있는 건물의 빈 공간 안에 ‘대전팜’이라는 이름의 스마트팜을 조성한 뒤 이날 일반에 공개했다. 이 농장은 농산물의 품종을 개량하거나 생산을 확대하는데 필요한 기술을 실증하는 ‘기술연구형 스마트팜’으로 조성됐다.
면적이 398㎡에 이르는 스마트팜은 지하 2층에 조성됐다. 4단으로 구성된 딸기 스마트팜 재배실과 7개의 의료용 대마재배실이 만들어졌다. 양액재배시설과 공조장치 등 스마트팜에 필수적인 첨단 시설이 함께 설치됐다. 이 스파트팜에서는 빛의 종류에 따른 딸기 및 의료용 대마의 재배법을 연구하고 실증하는 작업이 진행된다. 같은 건물의 8층에는 교육장, 홍보관, 인큐베이팅 시설, 커뮤니티 공간 등이 들어섰다.
이 스마트팜은 대전 유성구 용산동에 본사가 있는 (주)쉘파스페이스가 운영한다. 이 업체는 식물 재배를 위한 조명 장치 등을 개발해왔다. 업체 측은 개장식에서 다른 곳에서 재배한 뒤 연구용으로 이곳에 이식한 딸기를 수확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앞으로 도시형 스마트팜을 늘리고, 대전형 스마트 농업 첨단산업밸리를 조성해 도시 재생과 농업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물론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앞서 광주에서도 도시형 스마트팜을 조성하는 사업이 추진됐다. 광주도시철도공사는 농촌진흥청과 함께 2022년 1월 26일 원도심 지역인 동구의 금남로4가역 역사 지하 2층 1089㎡에 스마트팜을 조성한 뒤 채소 등을 키우는 사업을 진행했다. 도심의 빈 건물을 활용한 대전시와 달리 광주에서는 지하철 역사를 활용했다.
일본에서는 문닫은 공장을 농장으로 바꾼 사례 있어
일본에서는 대기업이 문 닫은 공장을 농장으로 바꾸는 사례가 있다. 전자회사인 도시바(東芝)는 가나가와(神奈川)현 요코스카(橫須賀)시에 있는 자회사의 옛 플로피 디스크 공장을 시금치 등 채소를 재배하는 채소공장(농장)으로 바꿨다. 도시바는 1990년대 문을 닫은 뒤 비워뒀던 6600㎡ 규모의 ‘크린룸’을 2014년 농장으로 바꿔 2016년까지 농사를 지었다. 일본 도쿄(東京)의 도심인 지요다(千代田)구 오테마치(大手町)의 한 건물 13층에는 ‘오테마치 목장’이 있다. 이 목장에서는 소·염소·미니돼지·알파카 등이 있다.
도심에서의 농업은 단순히 채소 등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을 넘어서 도시민들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도시의 오염된 공기를 정화하는 등 다양한 긍정적 요소가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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