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하게 소비된 오은영 박사, 하나 마나 솔루션을 어찌할꼬('오은영 리포트')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4. 2. 6.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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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영은 없고 결혼지옥만 보이는 ‘오은영 리포트’ 도대체 왜?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오은영 박사는 잘 안보이고 결혼지옥만 보인다? 다시 시작된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지옥(이하 오은영 리포트)>은 레귤러 프로그램이 빠지곤 하는 관성의 덫에 빠진 듯 보인다. 처음 등장할 때만 해도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것들을 콕콕 짚어 하나의 솔루션으로 내놓는 오은영 박사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건드렸던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파일럿으로 시작한 후 시즌제로 회차마다 다른 주제를 이야기할 수 있는 출연자를 섭외하고 방송을 준비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했던 제작했지만 레귤러 프로그램이 되면서 하나의 방송적 요소와 패턴들이 생겨나면서 프로그램은 관성적으로 흘러가는 면들이 보였다.

그래서 <오은영 리포트 – 알코올지옥>편이 스핀오프로 방영된 건 <오은영 리포트>에게는 이런 부족한 준비 기간의 아쉬움을 채워줄 수 있는 기회처럼 보였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재개된 첫 방송으로 소개된 '스파크 부부'편은 아쉽게도 그런 기대를 채워주지는 못했다. '스파크 부부'라고 명명한 것처럼, 프로그램은 내내 사사건건 불꽃 튀는 말다툼을 벌이고 그러면서 격해진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해서는 안될 말까지 꺼내놓는 부부의 모습들을 반복해서 보여줬지만 그에 반해 오은영 박사의 솔루션은 이미 이 프로그램에서 여러 차례 봐왔던 것만 같은 기시감이 들었다.

'말 다툼을 하다 몸 싸움까지 가게되어 경찰까지 부른 상황', '시어머니가 뇌졸중으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몇 달만에 퇴원하는데 찾아가지도 않는 며느리', '1년 간 아이들과 처가에만 가 있는 며느리' 등등 관찰 카메라가 포착해낸 영상들은 다음 날 연애 매체의 뉴스 타이틀에 걸리기 딱 좋은 자극적인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일들에서 촉발되어 나온 부부의 불만은 서로 쏟아내기만 할뿐, 상대의 말은 듣지 않는 일방통행이라 갈등은 더 깊어졌다. 끊임없이 자기 이야기만 해대는 부부의 모습이 비춰질 때마다 오은영 박사를 비롯한 출연진들의 한숨이 터졌다.

하지만 '결혼 지옥'이라는 게 실감나는 불화와 불통의 모습들이 나간 후, 결국 도달한 결론은 이들의 어린 시절 불행한 가족사였다. 부모가 일찍이 이혼해 아버지와 어머니 댁을 오가며 살았던 불행한 과거사가 있었던 남편과, 어려서 자기 이름이 '실수'인 줄 알았을 정도로 오빠와 차별되는 일들을 겪었던 아내. 오은영 박사는 그런 어린 시절의 경험들 때문에 남편은 가족에 유독 집착하고 아내는 채워지지 않았던 부모의 사랑에 대한 갈구가 여전히 있다고 했다.

그런데 부부간 소통의 문제를 짚어내거나, 어린 시절의 영향을 알아보고 상대가 왜 그런 말과 행동을 하는지를 이해해보려는 이런 솔루션이 새롭지 않다. 물론 부부 간의 갈등 중에는 겹쳐지는 면들이 있어 솔루션도 비슷할 수 있지만, 문제는 시청자들이 왜 비슷한 솔루션을 담는 프로그램을 매회 봐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솔루션 프로그램이라면 매회 제공되는 솔루션이 저마다의 색다른 주제적 가치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게 아니라면 이 프로그램의 포커스는 솔루션이 아니라 어떤 부부의 갈등들을 들여다보는 관음적인 재미에 맞춰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애초 목표대로 오은영 박사가 제공하는 부부 갈등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서의 가치를 가지려면 무한정 다양한 소재들을 끌어와 담아내기 보다는 한 회 한 회가 부부들이 겪을 수 있는 다양한 갈등들을 좀더 분류해서 겹치기 않게 소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매주 방송을 내보내야 하는 레귤러 프로그램으로는 쉽지 않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금의 <오은영 리포트>는 그래서 애초 오은영의 솔루션이 강조되던 것에서 '결혼지옥'의 관찰카메라에 경도되는 식으로 본말이 전도된 면이 있다. 이번에는 어떤 부부의 '결혼지옥'을 들여다볼 것인가에 더 포커스가 맞춰진다는 점이다. 이런 틀 안에서 오은영 박사의 솔루션은 이러한 자극적인 결혼지옥 리얼리티를 허용하기 위한 하나의 구색처럼 채워진다. 오은영 박사가 과도하게 소비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또 프로그램이 애초 목표를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다시금 시즌제 같은 방식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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