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수당까지 붙어 몸값 뛴 ‘빵게’…“내륙에선 없어서 못 팔아요”

권광순 기자 2024. 2. 6.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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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먹어도 처벌받는 암컷대게
경북 내륙에선 불법 유통 기승
지난 2일 안동의 한 식당에서 불법으로 유통된 것으로 추정되는 암컷 대게, 일명 ‘빵게’가 접시에 수북이 놓여 있다. /권광순 기자

지난 2일 경북 안동의 도심 외곽 한 유통업체. 4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이 주위를 둘러보다가 이곳에서 아이스박스 두 상자를 구입하자마자 자신의 자동차 트렁크에 싣고 곧바로 현장을 떠났다. 이곳은 포획과 판매가 금지돼 있는 암컷 대게, 이른바 ‘빵게’를 판매하고 있는 업체로 알려진 곳이다.

취재진이 해당 업체를 찾아 “빵게 있냐”고 묻자 업주는 아이스박스를 열어 보였다. 그 안에는 살아있는 암컷 대게 20여 마리가 꼬물거리고 있었다. 업주 뒤편으로 보이는 창고에는 이런 아이스 박스가 50개가량이 쌓여 있었다. 25마리가 들어 있는 1박스 가격은 14만원. 수년 전만해도 박스당 5만원이던 것이 올해 들어 3배 가까이 오른 것이다.

“걸리면 큰일 나지. 벌금도 수천만 원 물어야 되거나 자칫 구속될 수도 있고…” 업주는 “동해안 현지 단속이 워낙 심해 최근엔 ‘구속수당’이나 ‘위험수당’이 더 붙어 최근 매입가격이 박스당 9만원 더 올랐다”며 “찾는 사람이 워낙 많아서 몰래 파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경북 동해안의 주요 특산물인 대게의 불법포획에 대한 당국의 강력한 단속에도 안동, 영주, 청송 등 경북 북부지역에서 암컷 대게의 불법 유통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산란기 암컷 대게 한 마리당 품은 알은 약 8만~10만개. 이 때문에 어족자원 보호를 위해 1년 내내 포획은 물론이고, 사거나 팔지도 못하도록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경북 일부 지역 식당과 주점 등에서는 메뉴판에 적어 놓거나 호객행위까지 하면서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3일 안동의 한 주점에서 불법으로 유통된 것으로 추정되는 암컷 대게, 일명 ‘빵게’가 접시에 놓여 있다. /권광순 기자

지난 3일 오후 9시쯤 안동의 한 식당. 이곳에는 아예 ‘빵게 5마리 한접시 6만원’이라고 적힌 ‘오늘의 메뉴판’을 가게 안에 버젓이 적어 놓기도 했다.

같은 날 밤 10시30분쯤 인근 한 주점 테이블 위에는 먹다 남은 불법으로 판매한 암컷 대게와 치워지지 않은 껍데기가 수북했다.

“손님, 빵게 한번 드셔 보시죠. 오늘 아니면 몇 달 뒤에나 맛보실 수 있어요.” 라며 해당 업주는 대놓고 호객행위까지 했다.

유통업체와 식당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경북 포항, 영덕 등 현지에서 불법 포획한 빵게는 업자들이 트럭에 실어 2~3주일 단위로 특정한 장소에서 접선한다고 했다. 그때 유통업체와 식당 업주들이 박스단위로 사들인다고 한다. 조달과정에서 단속을 피하기 위해 버스나 택배를 이용하는 행위는 절대 금물이라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불법으로 포획한 빵게가 현지 공급에서부터 도·소매까지 점조직 형태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포항 해경과 울진 해경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경북 동해안에서 암컷 대게를 포획하거나 유통한 혐의로 검거된 사범은 238명. 이 가운데 선장이나 유통총책 등 위법행위가 중한 44명이 구속됐다. 이 기간 해경에 압수된 암컷 대게만 52만6500여 마리에 달한다.

해경이 집중 단속한 결과, 2018년 36건에 달하던 경북 동해안 지역 빵게 불법유통 사범은 2019년 29건, 2020년 24건, 2021년 23건, 2022년 9건, 지난해엔 8건이 입건되는 등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포항 해경 관계자는 “암거래된 암컷 대게인 걸 알고 먹거나 샀을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 질 수 있다”며 “지속적인 단속을 통해 내륙지역 유통을 원천 차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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