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미리 만나는 봄·봄·봄

2024. 2. 6.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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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공원 수선화·매화·샐비어 활짝
겨울 잊은 오설록 진록색 차밭 바다
가심비·가성비 모두 채워주는 여행
한림공원 매화

지난달 제주 안덕 카밀리아힐에 동백이 피더니, 2월 들어 한림공원에 수선화와 매화, 샐비어 등이 꽃망울을 터뜨렸다. 3~4월에 익는 제주 하귤도 노란빛이 감도는 연두색 굵은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 한림 옆 안덕 오설록 100열 종대 광활한 차밭은 언제 겨울이 있었냐는 듯, 진녹색 바다 같은 푸른 찻잎 물결을 뽐낸다.

이제 2월 초인데 제주신화월드 신화관 스카이풀에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체온과 비슷한 온도의 풀장에 몸을 담그고, 가장 제주스러운 제주도 남서의 광활한 중산간, 산방산과 대정 바다를 내려다 본다.

성마른 대한민국의 봄이 벌써 제주도에 상륙했다. 2월 초 제주는 낮 기온이 9~13도로, 겨울용 점퍼를 입으면 살짝 땀이 밸 정도다. 1970년대 송봉규 선생이 한림읍 협재 바다 옆 황무지 10만 여평에 가꾼 나무와 꽃은 대한민국 봄맞이의 상징이 됐다.

수선화와 하귤

수선화·유채화·매화 등 봄꽃들의 향연

주말인 3일 제주 제주시 한림읍 한림공원에는 ‘그대는 차디찬 의지의 날개로...’ 굳센 노랫말을 가진 수선화가 여행자를 반겼다. 수선화의 그윽한 향은 여행자의 춘심에 달콤함을 더한다.

1월부터 피기 시작한 유채꽃이 수선화 꽃밭을 외곽에서 엄호하는 가운데, 고고한 선비의 자태를 보이는 매화도 수선화 군락지 사이사이에 피어 있다. 흰 매화 사이로 붉은 순정의 홍매도 보이고, 초록빛을 띠는 매화 ‘월영’, 노랑종이꽃 처럼 생긴 희귀 매화 납매가 이채롭다.

샐비어는 산책로 옆에 줄지어 피어 있었고, 여행 온 봄처녀들이 꽃길을 걸으며 명랑한 발걸음을 옮겼다. 잘 찾아보면 이 공원에선 살아있는 작은 악어도 만난다.

바로 옆 협재해수욕장엔 따스한 날씨 덕분에 많은 여행객이 해변가로 나왔다. 흐린날 협재 바닷빛은 연청록의 매력적인 색감을 보인다. 이런 수채화라면 맑은 날만 좋아하던 날씨요정도 놀라겠다.

봄바람 실어나르는 신창 풍차마을

제주에 봄바람을 실어 나르는 한경 신창 풍차마을과 싱계물공원에선 바람개비 풍력발전기가 여행자들에게 활력을 불어넣는다. 신창 풍차마을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수월봉에 올라 차귀도와 함께 보면 더욱 멋지다. 차귀도와 풍력단지 사이로 연락선들이 평화롭게 봄을 실어나르는데 비해 걸크러쉬 모터바이크 여성 군단의 질주는 봄의 생동감을 시위한다.

수월봉 입구 모터바이크 대여점 옆 샛길로 진입하는 생이기정의 수월봉 해식애 지층은 수생 화산의 형성 과정를 자세히 기록하고 있어 세계적인 지질 연구 대상이다. 안덕면 신화역사공원 인근 대정읍 제주도립곶자왈엔 푸른 고사리와 정글숲 사이로, 민소매 여름 트레이닝복을 입은 여행자가 당차게 활보한다.

제주도,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제주신화월드 리조트 등 민관 합작으로 만든 제주신화역사공원 역시 봄 산책하기에 좋다.

제주신화역사공원 산방산 콘셉트 조형물

신화역사공원에서 듣는 옛 제주 이야기

제주엔 그리스-로마 보다 많은 1만8000여개 신화가 있다. 신화역사공원은 곶자왈 청정 숲을 걸으면서 설문대할망 등 숱한 스토리를 안내문과 예술 조형물로 접하는 곳이다. 산방산 설화 모티브의 아치형 작품은 MZ세대의 인증샷 명소로 떠올랐다.

제주신화월드를 포함하는 신화역사공원은 지금까지 2조원 투자 유치, 생산파급효과 7조2000억원, 부가가치 3조원, 고용파급효과 4만4000명에 달하며, 올해부터 다시 1조원 이상이 투자돼 문화공간, 패밀리스테이, 대형 쇼핑공간 등이 지어진다. JDC측은 “신화세계∼중간계∼현실세계로 나눠 제주신화를 체험하는 솟을신화역사공원에는 솟을 마당, 신화의 숲과 뜰, 역사마을과 기타 기반 시설이 들어선다”면서 “제주신화월드가 도민을 우선 고용했듯, 이번에도 동반성장을 추진한다”고 했다.

다만 외국인 개별 여행객이 압도적으로 높은 요즘, 안덕-한림-한경-대정 등과 공항·제주·서귀포 도심을 바로 연결하는 공공 교통망이 거의 없는 점은 시급히 개선해야 할 것 같다.

한라산 잔설과 오설록 차밭

“‘비싼 제주도’는 이제 잊어주세요”

제주는 올 봄, 육지의 벗들에게 편안한 여행을 안내한다. 가심비 높은 봄 콘텐츠를 선물하면서 가성비까지 챙겨준다.

요즘 제주에서 뜨는 별미, 각재기국 한상은 제주 도심 유명 식당인데도 1만원짜리 한 장이다. 여럿이 먹는 멜 튀김도 1만5000원이면 수북하게 한 접시 나온다. 두 개의 별미를 배불리 먹고도 1인당 1만5000원 이내인 셈이다.

제주여행 기본 비용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하락했다. 음식값은 육지의 관광지보다 싸고, 항공+렌트카+호텔을 합친 ‘에어카텔’은 2박 3일 최저가 1인당 11만7000원이다. 대체로 21만~28만원이 많고, 5성급 특급호텔을 이용할 경우 34만원대이다. 식사와 입장료를 합친 풀패키지도 30만원 안팎이다.

주중에 가서 주말에 오는 왕복항공료가 5만~16만원임을 감안하면, 렌터카 하루 1만원, 호텔 1박 5만원이라는, 말도 안되는 계산이 나온다. 이런 가격이 만들어질 때, 제주 현지 상인의 제 살 깎기 식 양보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이쯤되면 2~3월 제주 봄 여행을 오는 것은 경제적 이득이요, 우리 국토 제주에 대한 사랑이다. 기다리던 봄을 세계자연유산 제주에서 맞는 정서적 포만감은 더욱 크겠다.

제주=함영훈 기자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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