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알파세대의 삶과 미래

최연구 (과학문화칼럼니스트·필로 스페이스 고문) 2024. 2. 6.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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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구 과학문화칼럼니스트

몇 해 전 18개월 된 영국 아기가 화제가 됐다. 옹알이를 하다 처음 내뱉은 단어가 파파나 맘이 아니라 "알렉사"(Alexa)였다고 한다. 알렉사는 아마존이 만든 AI(인공지능)스피커다. 이 아기는 신생아 때부터 부모가 알렉사를 부르는 걸 보며 자랐다. 세대구분으로 보면 그는 2010년 이후 출생한 '알파세대'에 속한다. 2025년까지 태어날 아이도 모두 알파세대고 다음은 아마 베타세대가 될 것이다. 이들보다 앞선 세대는 1990년대 중후반~2010년대 초반에 태어난 Z세대다. Z세대가 디지털기기를 접한 것은 대부분 초등학교 무렵이지만 알파세대는 나면서부터 AI스피커, 스마트폰 등 첨단 스마트기기에 둘러싸여 자란 신인류다. 이들은 스마트네이티브, AI네이티브며 '디지털온리세대'라고도 부른다.

경험법칙상 외국어는 어릴 때일수록 배우기 쉽고 발음도 원어민에 가까워진다. 디지털기술과 AI도 마찬가지다. 나이 들어 디지털을 접한 디지털 이주민과 나면서부터 보고 자란 네이티브세대는 생애경험과 세계관이 다를 수밖에 없다. 아날로그 세대인 X세대는 엄지와 새끼손가락을 펴 전화기 모양을 만들고 전화하라는 수신호를 주고받지만 아날로그 전화기를 본 적 없는 알파세대는 이런 손동작을 이해하지 못한다. 전화 다이얼을 돌리는 손동작, 시계태엽을 감는 동작도 이해할 수 없다. 그들을 알려면 디지털 세상에서 성장한 생애경험과 관점을 이해하는 것이 먼저다.

생애주기 관점에서 알파세대의 삶을 추적해보자. 2010년에 출생한 민지를 예로 들어보자. 민지는 2024년 현재 14세, 중학교 2학년의 앳된 소녀다. 최초 스마트폰인 아이폰이 출시된 것은 그가 태어나기도 전인 2007년이다. 민지가 출생한 2010년은 아이폰4 모델과 갤럭시S 모델이 나왔고 인스타그램 서비스가 시작된 해다. 6세가 된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이 있었다. 이때부터 AI는 빛의 속도로 발전한다. 8세, 초등학교 1학년 때는 제페토가 출시됐다. 민지는 유아 때부터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놀았다. 한글, 알파벳을 배우기 전에 스마트폰 화면을 넘기고 클릭하는 법을 혼자 체득했고 책보다 유튜브 영상이 익숙하다. 2020년 민지 나이 10세, 초등학교 3학년이 되자 열 살 인생에 위기가 닥친다. 코로나19가 창궐한 것이다. 민지는 학교에 갈 수 없었고 1년 내내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했다. 2년 후 12세, 5학년이 된 2022년이 돼서야 학교로 돌아갈 수 있었고 대면수업이 재개됐다. 팬데믹 때문에 종일 집에 머무는 동안 민지는 컴퓨터, 스마트폰, 노트북을 갖고 공부하고 놀았고 메타버스에 접속해 친구들을 만나곤 했다. 덕분에 아무 불편 없이 학교 공부와 온라인 콘서트를 관람할 수 있게 된다. 13세, 초등학교 6학년이 된 2023년에는 다시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생성형 AI를 만나게 된 것이다.

민지는 처음 접한 챗GPT와 대화하고 궁금한 걸 물어보면서 금방 AI에 익숙해졌고 점점 재미를 붙인다. 구글의 바드와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도 접하면서 AI의 신세계에 눈을 뜬다. 알파세대는 생성형 AI와 자라고 생활 속에서 익혔기에 AI를 능수능란하게 잘 사용하는 첫 세대다. 이런 디지털 경험을 이해하지 못하면 미래세대가 디지털에 대해 갖는 생각과 가치관, 그들이 일하고 소통하는 방식을 결코 이해할 수 없다. 2030년이 되면 이들이 20대에 접어든다. 일찍 사회에 진출해 경제활동에 뛰어드는 이도 많을 것이다. 수많은 민지와 또래 청년은 주요 소비층이자 경제활동 인구가 된다. 2030년대 미래를 예측하려면 알파세대 삶의 경험을 추적해보고 그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 아날로그 세대의 색안경을 끼고 디지털의 미래를 보려는 것은 나무에 올라가 물고기를 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최연구 (과학문화칼럼니스트·필로 스페이스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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