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도시 108곳의 재건축 용적률은 왜 최대 750%까지 높아졌을까

김원장 2024. 2. 6.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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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용적률이 낮은 저층(5층) 아파트 단지만 재건축을 하면 분담금 없이 새 아파트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고층 아파트도 용적률이나 '종'(용도지역)을 상향하며 황금알을 낳는 사업으로 변신했습니다. 그렇게 재건축 아파트는 일종의 '펀드'가 됐고, 전 세계에 유래가 없는 '오래된 아파트가 더 비싼 나라'가 됐습니다. 그런데 아파트 가격이 지난 10여 년 동안 크게 올랐습니다. 분양가는 더 올랐습니다.

더 많이 더 높게 재건축을 해달라는 조합원들의 욕구는 더 커졌습니다. 정부는 안전진단을 완화하고 특히 용적률을 최대 750%까지 높여주기로 했습니다. 대상도 1기 신도시를 포함해 108개 지역으로 확대했습니다. 정부가 이렇게 파격적인 용적률을 제시한 이유가 뭘까. 잔뜩 올라버린 건축비와 분양가 때문에 이제 재건축이 쉽지 않아졌기 때문입니다. 건설사와 조합담당자의 도움을 받아 직접 계산해봤습니다.

1. 1기 A 신도시의 경우

입주 30여 년이 지난 A 신도시. 평균 용적률 170% 정도로 조성됐습니다. 계산하기 쉽게 용적률을 두 배로 올려준다고 가정해보죠. 기존 170%의 용적률이 340%로 올랐으니 쉽게 말해 17평형을 가진 조합원은 (건축비를 전액 자신이 부담한다고 가정하면) 34평형 새 아파트를 받는 겁니다. 쉽죠. 그런데 계산기를 자세히 두드려보면 이게 쉽지 않습니다.

A 신도시에 1천 세대가 모두 32평형인 A 아파트가 있다고 가정해보죠. 지금 시세는 대략 7억 원 정도입니다. 용적률이 2배로 올랐으니 1,000세대를 재건축하면 (이론적으로) 동일 평형으로 2,000세대를 건설할 수 있습니다. 그중 1,000세대는 조합원들 몫으로 치면, 새로 늘어난 1,000세대를 일반분양합니다. 이렇게 늘어난 용적률은 조합원들에게 현금이 됩니다. 전체 건축 면적은 [32평*1,000가구=32,000평]에서 용적률이 2배로 올랐으니 64,000평이 됩니다.

아시겠지만 문제는 건축비입니다. 5년 전쯤 평당 5백만 원 정도 했던 건축비가 최근에는 8백만 원을 넘어갑니다(최근 1조 6천 억 원 규모로 관심이 모아졌던 부산 촉진 지구에서 선정된 시공사가 제시한 건축비는 평당 900만 원이었습니다). 일단 평당 8백만 원을 적용하면 건축비는 [64,000평*평당 8백만 원=5,120억 원]이 필요합니다. 여기에 또 금융비용이나 이주지원비 설계비 감리비 분양홍보비 등 간접비가 들어갑니다. 통상 건축비의 40% 정도니까 대략 2,048억 원 정도입니다. 따라서 총 공사비는 [건축비 5,120억 원+간접비 2,048억 원=7,168억 원]입니다.

구체적으로 용적률을 얼마나 늘려줄 지는 지자체가 결정하는데요, 정부는 늘어나는 용적률만큼 이익을 회수합니다. 용적률을 많이 올려줄 경우 40~70%까지 다시 가져갑니다. 새 아파트를 기부채납 받거나 현금으로 환수(공공기여)하는데요. 일반분양하는 1000세대 중 500세대를 공공이 환수해간다고 가정하면 조합은 이제 500세대 정도를 일반분양할 수 있습니다. 새 아파트 32평형을 10억 원에 분양한다고 가정하면 조합은 [10억 원*500세대=5,000억 원]을 회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조합원 1,000가구는 [총 공사비 7,168억 원-일반분양 수익 5,000억 원=2,168억 원]을 부담해야 합니다.


결국, 가구당 분담금이 2억 1,680만 원입니다. 7억 원 아파트를 재건축해 10억 원짜리 새 아파트를 받는데 2억 1,680만 원을 내야 합니다. 여기에 재건축초과이익환수 등 추가비용이 또 기다립니다. 거의 모든 전문가가 재건축 사업이 쉽지 않다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사업성이 낮으면 조합설립부터 사업 시행인가를 거치는 과정에서 온갖 잡음과 소송이 이어집니다. 반대하는 주민들이 늘어나면 사업이 연기되거나 무산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럴수록 비용은 더 늘어납니다. 답은 하나뿐입니다. 용적률을 더 크게 올려줘야 합니다.

2. 압구정 B 아파트의 경우

모두 같은 조건의 압구정 B 아파트를 재건축할 경우에는 계산이 크게 달라집니다. 더 값비싼 자재를 쓴다고 가정해 총 공사비를 1조 원, A신도시 아파트의 50%인 250세대만 일반분양을 한다고 가정해보죠. 그런데 압구정동의 32평형의 분양가는 보수적으로 잡아도 40억 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입니다. (강남 3구는 여전히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데 그래서 후분양제로 추진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럼 조합은 250세대를 분양가 40억 원에 일반분양해 1조 원을 회수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조합원 분담금은 [총 공사비 1조 원-일반분양 수익 1조 =0원]입니다. 헌 집 주고 새집을 받는데 내 지갑을 열 필요가 없습니다. 집값이 아주 비싼 재건축 단지는 치솟은 건축비에도 사업성이 여전히 높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3. 노후계획도시 특별법 적용 108곳, 215만 가구로 확대...용적률 최대 750%

1기 신도시 평균 용적률 188% 수준입니다(일산 169%, 분당 184%, 평촌 204%). 그동안은 보통 재건축을 하면 280% 선에서 맞춰줬습니다. 하지만 1기 신도시 특별법(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되면서 용적률이 최대 500%까지 가능해졌습니다. 준주거지역으로 종 상향 후 특별인센티브까지 받으면 최대 750% 용적률이 가능합니다.

1) 하지만 용적률을 500%로 올리면 도로부터 상하수도, 심지어 교회나 공원용지까지 부족해집니다. 새 아파트 단지는 빌딩숲이 될 겁니다. 실제로 1만 세대가 넘는 송파구 '헬리오시티'는 용적률 285%, 건폐율 19%인데도 거대한 빌딩 숲입니다. 이보다 더 크고 높은 빌딩 숲이 일산과 분당 등 1기 신도시에 들어설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서울 개포, 고덕, 상계, 중계, 목동, 수원 영통, 인천 구월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이대로라면 정말 큰일 납니다. 더 극심한 교통지옥이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해요."
-금기정 명지대 교통공학과 교수, 1기 신도시 정비 특별위원장/(중앙일보 보도 인용)

2) 용적률을 올려주면 당연히 그만큼 세대수가 늘어납니다. 30만 가구쯤 되는 1기 신도시에 최소 10만 가구는 더 늘어납니다. 수도권에 공주시 인구가 더 늘어나는 셈입니다. 높아진 분양가에 공급까지 늘어날 경우 '모두 분양이 될 것인가?'라는 문제도 남습니다. 설령 이 분양가에 분양이 잘 된다고 해도 문제입니다. 분양가가 오르면 주변 시세를 끌어올리기 때문입니다.

4. 최대 용적률 750% ...우리 재건축 시장 살릴 수 있을까

부동산 시장이 하락세인데도 지난해 서울의 민간아파트 분양가는 17%나 올랐습니다(주택도시보증공사, HUG). 정부는 사업성을 높여줘서 일단 꽉 막힌 재건축시장의 물꼬를 트고 싶어 합니다. 정부의 선택지는 큰 폭의 용적률 상향밖에는 없습니다. 이를 통해 건설업의 경착륙도 막고, 급감한 주택 공급도 늘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급등한 건축비로 더 저렴한 아파트를 공급하기도 어렵고, 용적률을 더 높여줘 계속 고층아파트를 양산하기도 어렵고, 높은 분양가에 소비자들의 수요가 계속되기도 어렵고, 그래서 조합원들의 바람처럼 계속 높은 분양가로 일반 분양을 하기도 어렵습니다.

사실 이렇게 재건축 사업성을 놓고 계산기를 두드려볼 필요도 없습니다. 시장은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정부의 파격적인 대책이 잇달아 나오는데도 상계동도, 1기 신도시 집값도 오르지 않습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계속 짓고 계속 용적률을 끌어 올린 끝에 우리 재건축 시장은 시장에서 너무 멀어졌습니다. 우리 재건축 함수는 답을 찾기가 어려워졌습니다. 750% 용적률조차 지금은 해법이 되긴 어려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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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장 기자 (kim9@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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