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 증시보다 야박한 박스피…자사주만 태워도 '코스피 3600'

김사무엘 기자 2024. 2. 6.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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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유니셔티브, 한국증시 레벨업 사다리 놓다②
[편집자주] 외국계 증권사 리포트에 'Yoonitiative(윤석열 대통령+이니셔티브)' 용어가 등장했다. 정부가 국내 상장사들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노력에 본격 착수하며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가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배당과 자사주 제도개선 등 주주친화정책이 확대되면 투자저변을 넓히기 위한 기존 정책과 새로운 시너지가 기대된다. 유니셔티브가 코스피 3000시대의 사다리가 될 지 세계가 주목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한 금융당국의 정책 발표가 예고되면서 코스피 지수 역시 지루한 박스권을 탈출하고 다시 3000선을 회복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진다. 증권가에서는 주주환원 확대로 자본효율성만 개선해도 주가 상승에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코스피 지수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은 0.95배를 기록했다. PBR은 순자산(자본) 대비 시가총액이 얼마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PBR이 1미만이라는 것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기업가치가 그 기업의 자산가치보다 저렴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스피 시장의 PBR은 지난 수십년 간 평균 1배 안팎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다른나라 증시와 비교해도 저평가 상태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5월 기준 코스피 지수 PBR은 1배로 주요국 증시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가장 높은 미국(4.2배)과는 4배 이상 차이가 났고 저성장의 대명사인 일본 증시(1.4배)보다도 낮았다. 주요 신흥국과 비교해도 인도(3.2배) 대만(2.2배) 태국(1.9배) 브라질(1.5배) 중국(1.4배) 등 대다수가 한국보다 높았다.

장기 시계열로 봐도 마찬가지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21년까지 10년 간 한국 증시의 PBR은 평균 1.2배로 주요 45개국 증시 중 41위를 기록했다. 선진국 평균(2.2배)나 신흥국 평균(2배) 대비 거의 절반 수준으로 디스카운트된 셈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가장 큰 원인으로 주주환원을 꼽았다. 한국 상장사의 주주환원율(배당+자사주 매입) 순위는 지난해 주요 45개국 중 40위를 기록했으며 거의 매해 40위권 밖에 머물렀다. 주주환원율이 높은 국가일수록 PBR도 비례해서 높게 나타났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은 미흡한 주주환원, 저조한 수익성과 성장성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추정된다" 설명했다.

단순하게 PBR은 시가총액을 자본으로 나눠 계산한다. PBR이 낮다는 건 분자인 주가가 낮거나 분모인 자본이 크기 때문이다. 기업은 자본을 이용해 투자를 해서 돈을 벌거나 벌어들인 돈을 주주들과 나눠야 한다. 자본을 쌓아둔다고 무조건 좋은 기업이 아니란 의미다.

PBR은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ROE(자기자본이익률)와도 연관된다. ROE는 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이다. 적은 자본으로도 높은 이익을 내면 그만큼 ROE는 높아진다. 자본을 효율화하는 만큼 PBR과 ROE는 동시에 개선될 수 있다.

자본을 효율화하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이다. 배당은 잉여자본을 주주들과 나누기 때문에 그만큼 총자본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자사주 매입은 유통주식수를 줄이는 효과가 있는데 궁극적으로는 소각을 해야 발행주식수와 자본의 감소로 BPS(주당순자산가치)와 EPS(주당순이익가치)가 상승하게 된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S&P500 기업 중에서 지난 3년 간 발행주식수를 연평균 3% 이상 줄인 기업은 주가가 연평균 8.3% 올라 나머지 기업들 대비 아웃퍼폼(수익률 상회)했다"며 "미국 기업의 주주환원 정책은 미국 증시가 중장기 우상향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한국 상장사의 펀더멘털이 유사하다는 가정하에 자본효율성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주가부양에는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코스피 PBR이 현재 0.95배에서 1배로 개선된다고 할 때 단순계산으로도 코스피 지수는 2760까지 오를 수 있다. 일본 증시 평균인 1.4배까지 개선된다고 하면 이론상 3860도 가능하다. 코스피 지수가 역대 최고치였던 2021년 6월25일(3316.08) 당시 PBR은 1.3배였다.

지난해 한국투자증권은 자사주 소각만으로도 코스피 지수가 3600선을 넘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2월말 기준 국내 상장사의 미소각 자사주는 약 74조원인데 이를 5년에 걸쳐 균등 소각한다면 배당성장할인 모형으로 계산한 코스피 공정가치는 기존 2590에서 3210으로 개선된다는 분석이다. 소각 기간을 3년으로 단축하면 공정가치는 3620까지 올라간다.

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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