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가위 '번화'에 열광하는 중국인들 [특파원칼럼]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2024. 2. 6.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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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항상 옳다. 만약 틀린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당신뿐이다. 너무 빨리 돌진하고 너무 빨리 벗어나면 고통을 당한다."

90년대 고도성장기 상하이의 향수를 자욱하게 깔고 출발한 이 30부작 드라마가 현대 중국인들에게 소구하는 이유는 뭘까.

중국 경제는 지난해 시장의 우려를 딛고 GDP 성장 목표를 달성했지만 국내외의 우려는 여전하다.

사람들이 중국의 펀더멘털을 믿게 만들기 이전에 실제 펀더멘털을 강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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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항상 옳다. 만약 틀린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당신뿐이다. 너무 빨리 돌진하고 너무 빨리 벗어나면 고통을 당한다."

왕자웨이(王家衛, 왕가위) 감독의 드라마 번화(繁花)가 중국을 뒤흔든다. 지난해 12월 27일 방영을 시작해 중국에선 초대박의 기준인 시청률 2%를 넘어섰다. 90년대 고도성장기 상하이의 향수를 자욱하게 깔고 출발한 이 30부작 드라마가 현대 중국인들에게 소구하는 이유는 뭘까. 답은 주인공 아바오의 대사에서 찾아볼 수 있을 듯하다. 시장경제의 원칙 속에서 승승장구하던 시절에 대한 깊은 그리움이다.

"더위가 심하면 반드시 추위가 온다. 이것이 법칙이다. "

고도성장하던 중국 경제는 하강국면을 맞이하고 있지만 연착륙이라고 보긴 어렵다. 부동산 기업들이 연이어 디폴트(지급불능) 위기를 맞는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많은 부채를 가진 기업으로 기록된 부동산 공룡 헝다에 대해서는 최종 청산명령이 결정됐다. 정부는 질서있는 구조조정을 확신하고 있지만 상황은 어둡다. KOTRA 베이징무역관은 최근 중국 리오프닝 이후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수부진과 기대심리 약화, 서방국가들의 대중국 견제,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으로 중국 경제성장률은 둔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수와 수출입이 동시에 침체에 빠지고 있다. 중국 경제에 추위가 찾아왔다.

"남자에겐 세 개의 지갑이 있어야 한다. 첫째는 내가 실제 갖고있는 돈, 둘째는 당장 남의 지갑에 보낼 수 있는 돈, 그리고 셋째는 사람들이 내가 갖고 있다고 믿는 돈이다."

중국 경제는 지난해 시장의 우려를 딛고 GDP 성장 목표를 달성했지만 국내외의 우려는 여전하다. 세계 주요국가 중 지난해 5.2% 경제성장을 이룬 나라는 중국이 유일하다. 그러나 내수활력 부진, 외자유치 감소, 국내 설비투자 부진은 국제신용평가사들이 중국 경제전망을 하향 조정하게 했다. 사람들이 중국의 펀더멘털을 믿게 만들기 이전에 실제 펀더멘털을 강하게 해야 한다.

"소위 말하는 앞서간다는 것은, 교훈을 얻는 과정이다."

세계 최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의 자본주의 테스트는 이제는 국제사회에 익숙하지만 사실은 이전에 없던 실험이다. 적극적인 개혁개방 속에서 한때 세계 경제의 성장을 이끌었던 중국 경제가 이제 글로벌 공급망 최대 리스크로 부각했다. 가장 큰 원인은 미중갈등이지만 이 과정에서 중국 정부의 정책적 실기는 없었는지 돌아봐야 할 문제다. 경제위기 속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면 미래는 정말 어둡다.

"친구는 뜻대로 되지 않는다. 가장 친한 친구라도 마지막엔 결국 각자의 집으로 돌아간다."

국제사회에서 인정받기 위한 중국의 노력도 개혁개방을 통한 중국 경제의 건강한 성장 없이는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세계 각국은 자신의 사정에 따라 움직인다. 차갑게 돌변한 한국과의 관계는 물론 중국과의 오랜 협력을 끊고 돌아선 인도나 호주가 대표적이다.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 속에서 이전과 같은 건강한 역할을 해야만 중국이 꿈꾸는 일대일로의 진정한 성공도 가능하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여성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 돈을 쓸 기회가 온다면, 절대로 놓치지 말라."

남성 중심 경제성장기인 90년대 상황을 반영한,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한 대사지만 경제와 국민을 대입하면 결국 중국인들이 원하는 또 다른 해법은 이 대사에 담겨있다. 대중의 요구는 명확하다. 얼마 전 만난 한 중국인 전업투자자는 "지금의 지도부만을 보며 중국을 판단하지 말아달라. 중국은 개혁개방을 할 때 세계를 주도했고, 문을 닫아걸 때 쇠락했다"고 말했다. 진정 국민들이 원하는 경제정책이 무엇인지 중국 지도부가 돌아봐야 한다는 충언이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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