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병원 도수치료·감기몸살 20만짜리 수액 사라지나…단속 나선 ‘혼합진료’ 뭐길래
실손보험 건강보험 양쪽에서 진료비 챙겨
도수치료, 백내장 다초점 렌즈, 영양제(수액) 등
3000만원 드는 휜다리 교정술도
#. 서울에 있는 A 치과병원은 피부미용을 시술한 후 도수치료로 실손보험금을 청구했다. 정형외과 전문의가 없는 치과 병원에서 도수치료를 하는 것을 수상하게 여긴 보험사가 추궁하자, 이 병원에서 허위 치료 확인서를 발급했다고 실토했다. 이 병원은 환자가 가입한 실손 보험 통원한도 금액에 맞춰 10회에 100만~300만 원 상당의 도수치료와 피부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여기에 추가로 수액도 처방했다. 이는 불법 과잉 비급여 진료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정부가 백내장 수술과 도수치료처럼 비(非) 중증 과잉 비급여 시술의 혼합 진료를 금지하기로 한 것 비급여 과잉 진료가 의료계 보상 구조를 왜곡한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국내 실손보험 가입자가 빠르게 늘면서, 혼합 진료를 활용해 고수익을 얻는 병원이 늘어났고, 이에 따라 필수 의료에 필요한 의사 인력들이 개원가로 대거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비급여는 의사 재량권이 인정돼 병원에서 정하는 게 값이다. 그러다 보니 비급여 진료비는 최근 몇 년 새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도수치료, 백내장 수술, 오(O)다리 교정술 등 이른바 ‘10대 비급여’로 지급된 실손보험금은 지난 2019년 1조 8825억원에서 2022년 2조9000억원으로 3년여 만에 1조가 늘었다.
정부는 이 돈이 모두 개원가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본다. 문제는 실손보험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 재정이 함께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병원들은 도수치료를 할 때, 건보가 적용되는 진찰료와 물리치료비 1만 4640원과 도수치료비 20만 원을 함께 청구한다.
환자는 건보가 적용되는 진찰료와 물리치료비는 본인부담률 30%를 적용해 6252원을 내고, 도수 치료비는 전액 결제한 후 실손보험으로 돌려받는다. 환자는 한 번에 6000원 정도만 내고 부담 없이 의료서비스를 받고, 병원은 실손보험(도수치료)과 건강보험(물리치료) 양쪽에서 진료비를 받아 챙기는 식이다. 물리치료는 열⋅전기⋅초음파 등 기기를 사용하고, 도수 치료는 주로 맨손으로 하지만, 병상과 인력, 즉 물리치료사를 공유할 수 있다.
손보협회에 따르면 45세 한 남성은 지난 2018년 8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8개 동네 의원에서 총 253번 도수치료를 받았다. 이 남성은 4년 동안 한 주도 빼놓지 않고 매주 한 번 이상 도수치료를 받았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건보공단이 부담한 도수치료 진찰료와 재활 물리치료비는 2020년 614억 원에서 2020년 688억 원으로 12%가량 늘었다.
덩달아 물리치료비도 크게 늘었다. 요양병원에서 산부인과 진료 과목으로 건보 적용 물리치료를 받은 사람은 2017년 978명에서 2021년 7766명으로 4년 동안 8배로 불어났다. 같은 기간 의원급 안과에서 물리치료는 44명에서 1,044명으로 늘었고, 한방병원 소아청소년과에서는 256명에서 2,038명으로 10배가량 늘었다.
혼합진료의 폐해는 도수치료만의 문제는 아니다. 손보협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백내장 수술에 지급된 보험금은 7,082억 원,, 영양제에는 4104억원, 오다리 교정술 1,536억 원으로 집계됐다. 집계됐다.
백내장 수술은 나이가 들어 뿌옇게 된 수정체를 제거하고, 인공수정체를 넣는 수술이다. 인공수정체는 단초점 렌즈와 다초점 렌즈가 있다. 단초점 렌즈는 한 개의 초점에만 상이 맺히는 렌즈이고, 다초점 렌즈는 2~3개 초점에 상이 맺힌다. 단초점 렌즈는 원거리나 근거리 시력만 상승해서 나머지는 안경을 착용해야 한다면 다초점은 안경없이 생활할 수 있다.
문제는 가격이다. 단초점 렌즈는 건강보험이 적용되기 때문에 20~30만 원 정도만 본인이 부담하면 된다. 다초점 렌즈는 비급여라서 한쪽 눈에 500만 원씩 1000만원 정도 비용이 든다.
개원가는 백내장 수술을 하면 실손보험이 적용된다는 빈틈을 파고들었다. 백내장이라고 진단을 내리고, 비급여 다초점 렌즈 수술을 해서 실비로 보장받는 식이다.
영양제는 수액 주사 등이 포함된다. 감기, 몸살로 병원에서 건강보험으로 진찰료를 내고 의약품을 받고, 8만~10만 원가량의 고가 가량의 고가 수액 주사제를 맞는 식이다. 건강보험 급여로 감기, 몸살로 진찰받은 명세를 보험사에 제출하면 실손보험에서 수액 주사제를 돌려받을 수 있어 건보 급여를 갉아먹는 요인이 되고 있다.
휜 다리를 교정하는 수술인 오다리 교정술도 대표적인 혼합진료로 꼽힌다. ‘O자’형 다리는 두 다리로 섰을 때 양쪽 무릎 사이가 벌어져 그 공간이 오(O) 모양이 되는 상태를 말한다. 오다리 상태에서는 무릎 안쪽에 하중이 실려서 무릎을 쓸수록 연골이 닳아 연골이 파열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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