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초등학교에 늘봄학교…돌봄 부담 줄이고 아이는 펜싱·코딩 배운다
‘학원 뺑뺑이’ 시키거나 경력 단절로 이어져
초저출생 원인 지적…이제 학교서 돌봄과 재능 계발
이주호 “학부모 돌봄과 사교육 부담 덜어 출생률 반등 계기 마련”
정부가 올해 전국 모든 초등학교에 ‘늘봄학교’를 도입한다. 원하는 초등학생은 오후 8시까지 학교에서 돌봄 서비스를 받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들으며 재능을 계발한다. 초저출생이 이어지자 부모 돌봄 부담을 줄여 경력 단절이 되지 않도록 지원하는 정책이다.
정부는 5일 경기 하남시 신우초등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9번째 민생토론회 ‘따뜻한 돌봄과 교육이 있는 늘봄학교’를 개최하고 ‘2024년 늘봄학교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줄어든 학생들에게 교육 투자해 미래 역량 갖춘 인재로 육성
늘봄학교는 초등학교에서 아침 수업시간 전인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원하는 학생에게 다양한 방과 후·돌봄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제도다. 지난해 유치원·어린이집(3~5세) 원아들은 90.3%가 오후에도 이용하고 있지만, 초등 방과후·돌봄은 전체 학생의 각각 50.3%와 11.5%만 이용하는데 그쳤다.
유치원·어린이집 과정을 마치고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오후 1시에 하교(1학년)하는 상황이 되는 셈이다. 이런 ‘돌봄 공백’ 때문에 많은 학부모들이 경력을 단절하거나, ‘학원 뺑뺑이’를 택해야 해 사교육비 증가 원인이 됐다.
늘봄학교는 이 같은 현실을 바꾸려 도입됐다. 교육부 조사에 따르면 학부모는 학교에서 이뤄지는 돌봄을 가장 선호한다. 일부만 누리는 방과후 과정, 돌봄이 아니라 희망하는 학생은 모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정부는 늘봄학교로 심각한 저출생 현상으로 줄어든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 아이 한명 한명이 미래 역량을 갖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 늘봄학교는 저출생의 원인이 되는 학부모 양육 부담과 사교육비를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부모 퇴근 시간에 맞추려면 초등학생 자녀들은 하루에 2~3개씩 학원에 다녀야 한다. 2022년 초등학생 사교육비는 11조9000억원에 달했다. 초·중·고교생 사교육비 중 절반 가까이가 대입과 큰 관련이 없는 초등학교에서 발생했다.
◇맞춤형 프로그램 매일 2시간 무료…2026년에는 초1~6 확대
늘봄학교는 다음달부터 시작되는 1학기에는 전국 2000개 이상 초등학교에 도입되고, 2학기에는 전국 6000여개 모든 초등학교에서 시작된다. 늘봄학교는 지난해 시범 도입됐고 2025년 전국으로 확산할 계획이었으나 시기를 앞당겼다. 기존의 초등학교 방과후·돌봄 체제에서는 돌봄교실 신청에 우선순위가 있었지만, 2학기부터는 맞벌이 등 신청 우선순위를 따지거나 추첨하는 과정 없이 ‘원하는 경우 모두’ 이용할 수 있게 한다.
다만 늘봄학교를 이용할 수 있는 학년은 제한이 있다. 올해는 초등학교 1학년에 도입하고, 내년에는 1~2학년이 이용할 수 있다. 2026년에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확대한다.
늘봄학교를 이용하는 모든 초등학교 1학년생에게는 학교 적응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이 매일 2시간씩 무료로 제공된다. 하교 시간이 오후 3시 안팎으로 늦춰진다. 정부는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이 놀이 중심의 예·체능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내년에는 이러한 맞춤형 프로그램 제공을 초등학교 2학년까지 확대한다.
초등 1학년 맞춤형 프로그램과 그 밖의 돌봄은 무료다. 놀이 중심 프로그램 등 다른 늘봄 프로그램은 수익자 부담이 원칙이지만, 저소득층에게는 수강권이 지급된다.
◇학교서 K팝 댄스·AI 배운다…야구·축구 지도자들에게 배우는 프로그램도
올해 늘봄학교가 도입되면 초등학교 1학년에게는 학교 생활 적응과 발달을 도울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K팝 댄스·음악 줄넘기·놀이음악과 같은 예체능, 코딩 등 인공지능(AI)·디지털 교육, 게임·교구로 배우는 놀이한글·놀이수학·놀이과학 등이 제공된다. ‘마음 일기’와 같은 사회·정서 프로그램도 있다.
초1 맞춤형 프로그램 역시 정규 수업처럼 40분간 수업한 뒤 10분간 휴식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내년에는 초등학교 2학년까지 맞춤형 프로그램 대상을 확대한다는 목표다. 맞춤형 프로그램 이후 초등학교 1학년생이나 그 외 학년 학생들은 ‘늘봄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수강료를 내야 하지만, 학생 1명당 월 평균 5만원 미만이어서 사설 학원보다 저렴하다.
지난해 시범 운영한 교육청은 골프, 발레, 수영, 드론, 코딩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올해에도 일부 교육청은 해양 스포츠, 펜싱, 승마 등 새로운 콘셉트의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제공할 방침이다. 초등학교 고학년의 경우 학교 밖 도서관, 박물관 방문, 유적지 탐방, 공연 관람 등도 할 수 있다.
교육부는 그동안 한국야구위원회(KBO), 대한축구협회·프로축구연맹 등 다양한 기관·단체들과 업무협약(MOU)을 맺어왔다. 학생들이 야구, 축구, 태권도, 테니스, 배드민턴 등을 프로 선수·지도자들에게서 직접 배우는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지역 대학, 기업, 언론사 등이 제공하는 경제·금융·글쓰기 교육 등도 이뤄진다.
늘봄 프로그램을 수강하고도 오후 5시 이후 불가피하게 학교에 더 머물러야 하는 학생들은 저녁 식비를 전액 지원받고 오후 8시까지 학교에서 지낼 수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초등학교에서 오후 5시~8시 돌봄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은 8천562명이다. 정규수업 전인 오전 9시 이전에도 일찍 등교해야 하는 학생들을 위해 교육부는 오전 7시부터 ‘아침 돌봄’도 학교에서 제공한다.
◇교사 업무부담 늘지 않게 기간제 교원·퇴직 교원 배치
늘봄학교가 확대되며 교사들의 업무 부담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교사들의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올해 1학기에는 과도기적으로 기간제 교원 2250명을 학교에 배치한다. 2학기에는 교육청별 여건에 따라 공무원·퇴직교원·교육공무직 등에서 선발한 ‘늘봄실무직원’을 학교에 배치해 기존에 교사가 맡았던 방과후·돌봄 업무 등 모든 늘봄학교 관련 행정업무를 전담하도록 한다.
내년에는 모든 학교에 늘봄학교 전담 조직인 ‘늘봄지원실’을 설치하고, 학생 수가 많은 큰 학교의 경우 지방공무원이 ‘늘봄지원실장’을 맡도록 할 계획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늘봄학교 정책을 통해 아이 한 명 한 명의 건강한 성장·발달을 지원하고, 학부모의 돌봄과 사교육 등 양육 부담을 덜어 출생률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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