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연 만났을 땐 피하는 게 상수 [한주를 여는 시]

이승하 시인 2024. 2. 5.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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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한주를 여는 시
이승하의 ‘내가 읽은 이 시를’
이두의 시인의 만나선 안 될 사람
2022년 「계간문예 69호 」
현실 풍자하는 엇시조
말로 남에게 상처를 주는 자
살면서 만나지 않아야 할 사람
나쁜 인연은 피하는 게 상책

만나선 안 될 사람

왜 죽었냐고 물어봤더니

하늘에서 대답하길

말에 색을 입혀 이간질하는,
없는 말 꾸며가며 뒤통수치는,
몇 푼 안 되는 돈 때문에 간에 가서 붙었다 쓸개에 가서 붙었다 하는,
질 것 같으면 무조건 우겨대는

살면서

이런 사람 만나면

열받아서 단명한다

「계간문예」, 2022년.

중장이 아주 긴 이런 시조를 엇시조라고 한다. 종장을 제외한 어느 한 장이 평시조의 자수보다 많다. 조선조 후기에 많이 창작되었는데 현실비판과 인간풍자의 주제가 주를 이루었다. 사설시조는 초장과 중장 다 길이 제한이 없이 길어진 시조를 가리킨다.

이 세상 사람 중에는 타인에 대해 덕담을 잘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말로 해코지하는 사람이 있다. 시인이 만난 사람 중 네 부류는 참 못된 사람들이다. 말에 색을 입혀 이간질하는 사람과 없는 말을 꾸며 뒤통수치는 사람, 사람이 아니라 돈의 향방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줏대 없는 사람, 그리고 질 것 같으면 무조건 우겨대는 뻑골이도 있다. 이런 사람 옆에 있다간 속만 상하고, 손해만 보고, 결국 열받아서 단명한다.

우리 조상은 사람이 죽으면 염라대왕 앞에 가서 심판을 받는다고 봤다. 기독교에서도 생전의 행동에 따라 구원 여부가 결정된다고 봤고 불교에서도 팔열지옥이 있다고 봤다. 살면서 만나는 사람 중 이상 네 가지 부류의 사람이 있으면 옆 사람은 울화병으로 일찍 죽게 되므로 이두의 시인은 그런 사람을 만나면 슬슬 피하자고 권유한다.

선연선과善緣善果라는 말이 있다. 좋은 인연은 좋은 결과를 낳는다는 말이다. 나쁜 인연은? 나쁜 결과를 낳기 전에 피하는 게 상수라고 시인은 말한다. 옳은 말이다.

이승하 시인
shpoe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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