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튀르키예]임시 정착촌 내 과학센터의 아이들 "드론 조종이 꿈"

홍연우 기자 2024. 2. 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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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야만주 메르케즈 K2 임시 정착촌
1586개 컨테이너에 3000여명 거주
거주촌 한가운데엔 과학 워크숍 센터
자원봉사 대학생들이 아이들 가르쳐
"나도 지진 피해자…이곳이 내 집 같아"
"공포에 시달리던 아이들, 이젠 웃어"
[아디야만=뉴시스] 김명년 기자 = 4일(현지시간) 오후 찾은 아디야만주 메르케즈에 조성된 K2 임시 정착촌엔 과학 워크숍 센터(Türkiye Teknoloji Takımı deprem bölgesi bilim atölyeleri)가 있다. 사진은 센터에서 자원봉사 중인 대학생들과 센터에 다니는 꼬마. 2024.02.04 kmn@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아디야만=뉴시스]홍연우 기자 = "나 역시 지진 피해자여서 이 컨테이너 임시 거주촌이 마치 집처럼 느껴졌죠. 그래서 아이들을 돕고자 자원봉사를 시작하게 됐어요."

4일(현지시간) 오후 찾은 아디야만주 메르케즈에 조성된 컨테이너 임시 정착촌에 세워진 터키 과학·기술 워크숍 센터(Türkiye Teknoloji Takımı deprem bölgesi bilim atölyeleri)에서 자원봉사 중인 대학생 데니스(21)는 눈을 빛내며 말했다.

지난해 2월6일 튀르키예 남부를 중심으로 규모 7.8의 강진이 일어나 5만여명이 숨졌다. 최악의 지진 피해로부터 1년 뒤 상처를 딛고 복구와 재건에 여념이 없는 아디야만주(州)를 뉴시스를 비롯한 국제 기자단이 찾았다.

아디야만주 중심부인 메르케즈에 지어진 이 임시 거주촌은 터키어로 컨테이너를 뜻하는 'Konteyner'의 K와 주 내에서 두 번째로 지어졌다는 뜻으로 숫자 '2'를 합쳐 'K2 임시 정착촌'이란 이름이 붙었다. 1700㎡에 걸쳐 세워진 컨테이너 1586개에서 이재민 3000여명이 생활하고 있다.

이 임시 거주촌 한복판엔 과학 워크숍 센터가 있다. 이곳에 사는 7~14세 사이 어린이 18명을 위한 교육 기관으로, 일반 과학·항공·인공지능·디자인과 설계·기계 등 5개 과정에 대한 워크숍을 진행 중이다. 근처 아디야만 주립 대학교에 다니는 학생 자원봉사자 5명이 선생님이다.

[아디야만=뉴시스] 김명년 기자 = 4일 오전(현지시간) 튀르키예 아디야만 메르케즈에 위치한 컨테이너 임시 정착촌에 마련된 기술·과학 워크숍 센터에 어린이가 그린 우주선 그림이 붙어있다. 2024.02.04. kmn@newsis.com

지난해 12월부터 이곳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했다는 세나(21)는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다"며 "내가 공부한 내용으로 아이들이 지진 때문에 겪는 고통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게 해주고파 활동을 시작했다"고 했다.

세나는 "아이들은 처음에 가족을 잃은 참담한 고통과 외로움에 시달렸으며, 언제든 집이 무너질 수 있다는 공포감으로 괴로워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교육 과정에서 그림 그리기를 포함한 다양한 활동을 진행했고, 아이들이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지금은 아이들이 웃으며 수업을 들으러 온다"고 말했다.

이 센터에서 수업받는 동갑내기 단짝친구 사레(11)와 네사(11)는 스스럼없이 선생님들에게 친근감을 표했다.

사레는 센터에서 수업을 들으며 수학과 드론에 관심이 생겼고, 나중에 자라서는 드론을 훌륭하게 조종하는 경찰이 되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네사도 사레와 함께 센터에서 수업을 들으며 수학·과학 분야에 흥미가 생겼다.

[아디야만=뉴시스] 김명년 기자 = 4일(현지시간) 오후 찾은 아디야만주 메르케즈에 조성된 K2 임시 정착촌의 모습. 뜯어진 방충망, 나무판자와 비닐 등이 섞여 덧대진 컨테이너촌의 모습은 이들의 힘겨운 일상을 짐작 가능하게 했다. 이날 아디야만주는 영상 3~7도 내외의 다소 쌀쌀한 날씨였으나 외투 없이 윗옷만 입고 지나다니는 거주민들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었다. 2024.02.04 kmn@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K2 컨테이너 마을을 찾은 메흐멧 트를르(Mehmet Tırlı) 아디야만주 부지사는 "이 워크숍 센터를 포함해 어린이들을 위한 체육활동 시설, 여성들의 직업 훈련을 돕는 시설 등 총 3개 시설이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과학 워크숍 센터는) 아이들이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게 하고, 국가 발전 및 과학 인재 양성에도 도움이 되는 중요 시설"이라고 강조했다.

아이들의 표정은 밝았으나 뜯어진 방충망, 나무판자와 비닐 등이 섞여 덧대진 컨테이너촌의 모습은 이들의 힘겨운 일상을 짐작케 했다.

이날 아디야만주는 영상 3~7도 내외의 다소 쌀쌀한 날씨였으나 외투 없이 긴팔 윗옷만 입고 지나다니는 거주민들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었다. 양말 없이 슬리퍼만 신고 있는 아이들도 눈에 띄었다.

[아디야만=뉴시스] 김명년 기자 = 4일(현지시간) 오후 찾은 아디야만주 메르케즈에선 1년 전 지진의 상흔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날 기자단이 점심을 먹은 아디야만주 메르케즈의 한 식당 맞은편 건물은 한쪽 벽면이 무너진 채 각종 철근이 사방에 나뒹구는 모습 그대로였다. 버스로 이동하는 중에도 무너진 콘크리트 잔해만 겨우 걷어낸 채 재건축을 시작도 하지 못한 주택, 치워지지 못한 폐차 수십 대가 들어찬 공터 등이 보였다. 2024.02.04. kmn@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K2 임시 거주촌으로 가는 길에서도 지진 여파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날 기자단이 점심을 먹은 아디야만주 메르케즈의 한 식당 맞은편 건물은 한쪽 벽면이 무너진 채 각종 철근이 사방에 나뒹구는 모습 그대로였다.

버스로 이동하는 중에도 무너진 콘크리트 잔해만 겨우 걷어낸 채 재건축을 시작도 하지 못한 주택, 미처 치우지 못한 폐차 수십 대가 들어찬 공터 등이 보였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트를르 부지사는 "지진 직후엔 국제사회의 도움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우리가 스스로 해결할 수(self-sustaining) 있다"고 답했다.

[아디야만=뉴시스] 김명년 기자 = 4일 오전(현지시간) 튀르키예 아디야만 오메를리에 위치한 지진 피해 이재민 영구 거주지 건설 현장에서 관계자들이 분주히 작업을 하고 있다. 2024.02.04. kmn@newsis.com

한편, 아디야만 주정부는 튀르키예 주택개발부(Toki·Toplu Konut İdaresi Başkanlığı)와 함께 이재민을 위한 주택 건설 사업을 진행 중이다.

주택 4만4352채를 짓고 있으며, 특히 아디야만주 북부(1만6433채)를 중심으로 건설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 중 일부에 대해서는 지진 발생 1주년이 되는 오는 6일부터 당첨자 '뽑기'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트를르 부지사는 "소득·인종 등의 요소는 고려하지 않는다"며 "유일한 신청 자격 기준은 지진 피해 여부"라고 답했다.

이 주택에 입주하게 되면 자동으로 집주인이 돼 월세 등의 비용을 지불할 필요는 없다. 다만 이 주택은 주 정부에서 지은 것인 만큼 20년에 걸쳐 집 가격에 상응하는 액수의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데, 입주 후 첫 2년간은 상환할 필요가 없다.

다만 트를르 부지사는 '금리가 얼마인가' '대출금 액수는 어떻게 되나' 등의 질문엔 답하지 않았다.

[아디야만=뉴시스] 김명년 기자 = 4일 오전(현지시간) 튀르키예 아디야만 악피나르에 위치한 지진 피해 이재민 영구 거주지가 뉴시스를 비롯한 국제 기자단에게 공개되고 있다. 2024.02.04. kmn@newsis.com

☞공감언론 뉴시스 hong1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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