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에도 꽃이 핀다’ 이주명, 낭만을 위하여[스경X인터뷰]

하경헌 기자 2024. 2. 5. 07:5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ENA 드라마 ‘모래에도 꽃이 핀다’에서 오유경 역을 연기한 배우 이주명. 사진 YG엔터테인먼트



배우 이주명과의 인터뷰에서는 ‘낭만’이 자주 등장했다. 1993년생, 이제 막 만 서른이 된 배우에게서 말이다. 마치 최백호의 노래 ‘낭만의 대하여’를 듣는 듯하다. 엄마의 모바일 메신저 프로필 사진에서 보이는 꽃처럼, 엄마와 아빠가 나누는 술 한 잔에 까닭 없이 발그레해지는 볼 같이. 그렇게 낭만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이주명은 ENA 드라마 ‘모래에도 꽃이 핀다’를 통해 처음 주연으로서 온전하게 드라마를 이끌었다. 그가 지난해 6개월이 넘는 시간, 바닷가와 남도를 오가는 촬영 끝에 얻게 된 것은 낭만이었다. 이유 없는 낙관도, 철없는 기쁨도 아닌 오랜 노력으로 무언가를 이뤄낸 사람이 느낄 수 있는 만족감 같은 것이었다.

“항상 촬영하면서 바랐던 점은, 저희 배우들의 연기에 담긴 진심을 많은 분들이 느껴주셨으면 했던 것이었어요. 다행히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셨고, 호평도 많아서 감사하고 뿌듯한 느낌이 듭니다.”

ENA 드라마 ‘모래에도 꽃이 핀다’에서 오유경 역을 연기한 배우 이주명. 사진 YG엔터테인먼트



‘모래에도 꽃이 핀다’는 가상의 도시 거산을 배경으로 만년 씨름천재에서 씨름을 접으려 했던 김백두(장동윤)가 20년 전 동네를 떠난 오두식이 이름을 바꾸고 나타난 오유경(이주명)과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씨름을 주도적인 소재로 택하고 있지만, 드라마는 청춘물과 성장물 그리고 약간 미스터리가 섞인 구성을 하고 있다.

심지어 드라마 막바지 외신의 찬사도 따랐다. 지난달 8일(한국시간) 미국 대중문화 전문지 ‘롤링스톤’에서는 “‘Like Flowers in Sand’ Is Your New K-Drama Obsession(‘모래에도 꽃이 핀다’는 당신의 새로운 K-드라마 집착)”이라는 제호의 기사에서 작품에 대한 호평을 내놨다. 그 중 이주명이 연기한 오유경에 대해서는 “Lee Ju-myoung is pitch perfect as an undercover detective keen to prove herself who’s rattled by Baek-doo’s sense of selflessness(이주명은 김백두의 떨어지는 자존감에 흔들리는 자신을 증명해내고 싶은 비밀 경찰의 역할로서 완벽하다)”고 평가했다.

“해외에서도 봐주시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자막으로 보시면 사투리를 아실까 싶은데 댓글을 보면 ‘백두의 시그널을 낭만적으로 이해하는 게 어떤 인물인지 이해간다’는 말씀도 있었어요. 생각보다 통했죠. 우악스럽고 말괄량이 같은 센 이미지인데 귀엽게도 봐주신다는 거니까요.”

ENA 드라마 ‘모래에도 꽃이 핀다’에서 오유경 역을 연기한 배우 이주명 출연장면. 사진 ENA



부산에서 나고 자란 이주명은 경남 사투리가 주를 이루는 드라마 준비에 그다지 힘이 들지 않았다. 씨름하는 장면도 선수 배역의 배우들만큼 훈련하지 않았다. 오로지 그가 신경 써야 할 것은 신분을 숨긴 경찰로서 고향에 돌아온 유경이, 백두의 내일도 응원하면서 자신도 성장하는 서사를 성취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투리도 현재 이름 유경이일 때는 표준어를 쓰고, 예전 이름 두식이가 나오면 사투리가 나와요. 서로서로 캐릭터에 묻어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또 경찰일 때도 타인을 보는 눈빛에 두식이 묻어있으면 좋겠다고 봤죠. 어쩌면 한 번 무언가를 잃어본 유경이 백두의 마음을 잘 이해했을 거고, 그 답답함과 애틋함이 섞여 정서로 표현된 게 아닌가 싶었어요.”

모델 겸 배우로 경력을 시작한 이후 2019년 KBS2 ‘국민 여러분!’으로 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주명은 2020년 OCN ‘미씽:그들이 있었다’ 이후, 2022년 tvN ‘스물 다섯 스물 하나’에서 지승완 역으로 얼굴을 알렸다. 여주인공으로서, 그리고 비밀을 감당한 인물로서 배우의 이름을 얻기 시작했다.

ENA 드라마 ‘모래에도 꽃이 핀다’에서 오유경 역을 연기한 배우 이주명(왼쪽) 출연장면. 사진 ENA



“그래도 생각보다 혼자서 수사하고, 고민하는 장면도 많아 집중을 할 수 있었어요. 작품 역시 처음에는 잔잔한지 알았지만, 반전매력이 있었죠. 과연 모래에도 꽃이 필까요? 길게 들여다봐야 예쁜 진심이 통한다는 부분을 깨닫는 좋은 기회였어요.”

이주명은 올해 만 서른이 되면서 인생과 연기의 변곡점을 맞기 시작했다. 낭만이라고 하면 예전엔 무조건 멜랑꼴리한 느낌을 좋아했다. 하지만 이 작품을 통해 현실에도 생각에 따라 낭만이 언제든지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청춘의 낭만이라면 드라마에서 마치 파란 필터를 낀 것 같은 청아한 느낌만을 생각하지만, 나이와 상관없이 스스로의 청춘을 깨닫는 찰나의 순간 낭만은 온다고 생각하게 됐다.

ENA 드라마 ‘모래에도 꽃이 핀다’에서 오유경 역을 연기한 배우 이주명. 사진 YG엔터테인먼트



“하면 된다고 느꼈던 과거처럼, 다 모양은 다르겠지만 어디에도 꽃은 핀다는 사실을 새기게 해준 작품이에요. 제가 장미를 좋아하지만, 바라보는 꽃이 달라도 핀다는 희망을 가지는 것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 인생작요? 매번 갱신되는 것 같은데요. 이번 작품만큼 ‘감사해요’라는 말씀을 많이 드리고 싶은 작품은 또 처음인 것 같습니다. 이런 느낌은 오래가지 않을까요?”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