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로 뒤덮인 배전함… 火나면 속수무책 [현장, 그곳&]

김은진 기자 2024. 2. 5.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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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배전함 2만6천987개… 상습 투기로 몸살
5년간 관련 화재 738건 달하는데 관리 無 지적
한국전력공사 “정기 점검 통해 미관 개선 중”
4일 오전 수원특례시 팔달구 매산로 1가 일대에 설치된 배전함이 관리 소홀로 시커멓게 변색된 가운데 주변에 쓰레기까지 버려져 있다. 조주현기자

 

“불이라도 나면 어쩌려고…먼지와 쓰레기로 뒤덮힌 배전함 관리는 아무도 안 하나요?”

4일 오전 10시께 수원특례시 팔달구 매산로 1가 일대. 버려진 쓰레기들 사이로 배전함 3개가 눈에 띄었다. 바로 옆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는 경고 문구를 비웃듯 배전함 위엔 낡은 나무 빗자루와 커피가 남아있는 플라스틱 컵, 상자 등이 놓여 있었다. 또 자물쇠로 잠긴 배전함 문은 누군가 강제로 여닫기를 반복한 듯 너덜너덜해진 지 오래였다. 이로 인해 벌어진 배전함 틈 사이로 언제든 비나 먼지가 들어갈 수 있어 합선 등으로 인한 화재 위험 가능성도 농후해 보였다.

같은 날 안산시 상록구 이동의 상황도 비슷했다. 배전함 주변엔 담배꽁초가 수북하게 쌓여 있고 생활 쓰레기를 담은 종량제 봉투까지 나뒹굴고 있었다. 쓰레기가 쌓인 탓에 지나가는 시민들은 이곳이 쓰레기장인 양 플라스틱 컵부터 종이까지 아무렇지 않게 버리고 지나갔다. 이곳 주민 박희재(가명·32)씨는 “언젠가부터 사람들이 쓰레기를 몰래 버리기도 하고 옆에서 담배를 피운 뒤 꽁초를 버리고 가기도 한다”며 “전기 시설이 다 들어가 있는 배전함이 저렇게 관리가 안되는데 불이라도 날까 봐 조마조마하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경기지역 전기를 공급하는 설비를 모아둔 배전함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 전선 등 전기 시설이 모인 배전함은 방치될 경우 화재 발생 위험이 높고, 주변 쓰레기 등은 불쏘시개 역할을 해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관리가 시급한 실정이다.

이날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배전함은 전선 등 각종 전기 공급 설비를 보관하는 상자다. 이 같은 배전함은 경기도에 총 2만6천987개가 설치돼 있다.

배전함은 내부로 먼지나 이물질이 유입될 경우 화재 위험이 높아 주기적인 관리가 필요하지만, 현실은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 최근 5년간 도내 배전함 화재 건수는 총 738건으로, 매년 100건 이상의 화재가 배전함에서 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배전함이 방치돼 있는 건 관리 주체가 이원화돼 있어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배전함 주변에 방치된 쓰레기 수거는 지자체가 맡고 있지만, 배전함 자체에 대한 관리는 한국전력공사가 담당한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배전함 주변에 버려진 쓰레기를 지자체에서 수거하긴 하지만 배전함 관리는 한국전력공사에서 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에 한국전력공사 관계자는 “정기적으로 현장 점검을 통해 미관을 저해하거나 관리가 안 된 지상기기를 찾아내고 있다”며 “배전함 외부에 광고물 부착 방지 작업 등을 통해 도시 미관을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진 기자 kimej@kyeonggi.com
황아현 기자 1cor1031@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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