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스토리] ‘1兆 클럽 빙그레’ 만든 1등 공신 바나나맛우유…95억개 팔렸다

이민아 기자 2024. 2. 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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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출시... ‘반백살’ 된 국내 1위 가공우유
작년 기준 내수, 수출 합산 매출 약 3000억
바나나맛우유 용기, 2016년 상표권 등록
딸기맛·메로나맛·고구마맛 등 다변화

빙그레는 지난 2022년 매출 1조원을 넘긴 식품 회사들을 의미하는 ‘1조 클럽’에 가입했다. 빙그레를 1조 클럽에 입성시킨 1등 공신은 ‘바나나맛우유’다.

바나나맛우유는 빙그레 매출의 20%를 차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바나나우유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은 80%에 달한다. 2023년 기준 내수·수출 합산 매출은 약 3000억원이다.

올해는 바나나맛우유가 첫 출시된지 50주년이 되는 해다. 바나나맛우유는 1974년 6월 처음 시장에 나온 후 누적 95억개가 판매됐다. 최근에도 하루 평균 80만개가 팔리고 있다.

바나나맛우유는 1970년대 정부의 낙농업 육성을 위한 우유 소비 장려 정책에 힘입어 개발되었다. 당시 비싼 가격 때문에 쉽게 접하지 못했던 바나나의 맛을 대중화시킨 상품이다. 1970년대엔 바나나는 수입 제한 품목이라 귀한 과일이었다.

그래픽=손민균

◇'달 항아리’서 영감 얻은 배불뚝이 용기

빙그레는 바나나맛우유 출시 후 240㎖의 ‘뚱뚱한’ 용기를 단 한번도 바꾼 적이 없다. 바나나맛우유의 용기는 바나나맛우유의 상징이 됐다. 배불뚝이 모양의 독특한 용기 모양 덕분에 소비자의 기억 깊숙이 각인됐다. 빙그레는 2016년에 바나나맛우유 용기모양 자체를 상표권으로 등록하기도 했다.

바나나맛우유 용기는 ‘달 항아리’에서 영감을 얻었다. 개발팀은 당시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용기의 외형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개발팀은 우연히 도자기 박람회를 찾았다가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 달 항아리에 반해 용기 모양을 구상했다. 소재는 우유 용기로 자주 사용되던 기존 유리병과 비닐 팩과 차별화 하기 위해 폴리스티렌 소재를 이용했다.

또 마실 때 부주의로 용기가 약간 기울더라도 내용물이 흐르지 않도록 입구 부분에 턱을 만들고, 바나나 원물의 노란색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반투명으로 제작했다.

바나나맛우유 용기는 다른 용기들에 비해 제작 과정이 복잡하고 비용이 더 든다. 흔히 사용하는 사출이나 압착 방식이 아닌 분리된 상, 하컵을 고속 회전시켜 마찰열로 접합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바나나맛우유와 같은 모양의 용기는 빙그레에서만 생산된다. 빙그레 관계자는 “현재는 해당 설비 제조사가 없어졌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이런 방식으로 용기를 만들 수 있는 회사는 빙그레뿐”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회사에서 사용하고 싶어도 사용할 수 없다는 의미다.

◇빙그레 왕국 후계자 ‘빙그레우스’의 왕관…맛도 다변화

바나나맛우유는 빙그레가 최근 벌이고 있는 독특한 마케팅의 중심이기도 하다. 지난 2020년 빙그레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는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라는 캐릭터가 등장했다. 빙그레 왕국의 후계자로 소개된 그는 분홍 머리칼에 그윽한 표정으로 머리에 바나나맛우유 왕관을 썼다.

빙그레우스는 공식 SNS에 선보인 웹툰 ‘빙그레 메이커’의 등장인물이다. 빙그레 메이커는 빙그레 제품을 모티브로 삼아 제작한 웹툰 이름이다.

빙그레우스 외에도 투게더리고리경, 비비빅군, 옹떼 메로나 부르쟝 등 자사 제품 브랜드를 활용한 캐릭터를 등장시켜,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4년생)로부터 인기를 얻고 ‘세계관 마케팅’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맛도 다양화하고 있다. 지난 2003년 출시된 이후 바나나맛우유와 함께 인기를 이어가고 있는 딸기맛우유와, 지난해 출시한 메로나맛우유가 대표적이다. 딸기맛우유는 지난 2003년 출시 이후 바나나맛우유에 이어 두번째로 판매량이 많은 제품이다.

지난 2022년 9월에는 딸기맛우유 잔망루피 에디션을 출시했다. 딸기맛우유 잔망루피 에디션은 잔망루피의 귀엽고 재미있는 모습을 딸기맛우유 용기에 담은 제품이다. 잔망루피는 익살러운 모습이 부각된 캐릭터로 MZ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겨울에만 만나볼 수 있는 한정판 신제품 ‘고구마맛우유’를 출시했다. ‘고구마맛우유’는 겨울철 대표 간식인 군고구마 맛을 재현한 제품이다. 겨울 한정판 신제품은 카카오프렌즈의 ‘춘식이’ 캐릭터를 사용해 패키지를 디자인했다.

춘식이는 라이언이 길거리에 버려진 고구마 상자에서 데려온 반려묘로 카카오프렌즈의 인기 캐릭터다. 그래서인지 춘식이는 고구마를 가장 좋아하기 때문에, 고구마맛우유 패키지에 적용하기 적합했다는 설명이다.

◇세계 30여개국 진출... 中 ‘짝퉁’과 구분 위해 달항아리 용기로 수출

바나나맛우유는 2004년부터 미국에 수출한 것을 시작으로 중국, 대만, 홍콩,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캐나다 등 30여개 국가에서 판매되고 있다. 빙그레는 올해 수출 국가를 확대하고, 주요 유통 채널 입점을 더욱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바나나맛우유는 중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빙그레는 다른 국가에서는 바나나맛우유를 유통기한이 긴 테트라팩 용기에 담아 수출하지만, 중국에는 달항아리 모양 용기 그대로 수출한다. 달항아리 용기는 모방 제작이 어려워 ‘짝퉁’ 제품 등장의 위험을 낮추기 때문이다.

‘바나나맛우유’가 중국에 처음 수출된 것은 2008년이다. 빙그레는 중국에서 로손, 패밀리마트, 세븐일레븐 등의 편의점과 접촉했고 약 6개월간의 협상 끝에 로손에 초기 50박스를 입점시켰다. 불과 일주일 만에 100박스, 그 다음주에는 1000박스 등 주문 물량이 급속도로 늘어갔다. 이후 생산이 주문을 따라 가지 못해 결국 같은 해 생산 설비를 늘리기로 결정했다.

바나나맛우유의 중국 내 인기는 우연이 아니라는 게 빙그레의 설명이다. 우선 국내에 들어오는 관광객들이 들리는 주요 거점(서울역 롯데마트, 제주도 주요 관광지 등)에 중국어로 ‘한국의 1등 바나나맛우유’라는 광고글을 노출해 인지도를 높였다.

중국 관광객은 바나나맛우유를 마시고 인증샷을 찍어 자신의 SNS에 올리기 시작했다. 귀국한 관광객을 중심으로 SNS를 통해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했고 관광가이드북에 ‘꼭 먹어봐야 할 한국음식’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수출이 확대되자 빙그레는 2014년 8월 상하이에 해외법인을 설립하고 달 항아리를 닮은 용기 그대로 바나나맛우유를 통해 중국 유통망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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