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푸바오? 뉴욕엔 플라코"…`수리부엉이`를 사랑하는 뉴요커들 [SNS&]

안경애 2024. 2. 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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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일 동물원 탈출 1년이 된 뉴욕의 수리부엉이 '플라코. 사진=X
2월2일 동물원 탈출 1년이 된 뉴욕의 수리부엉이 '플라코. 사진=X
2월2일 동물원 탈출 1년이 된 뉴욕의 수리부엉이 '플라코. 사진=X
창문을 통해 뉴요커의 삶을 지켜보는 수리부엉이 '플라코'. 사진=X
플라코가 자유의 몸이 된 1년을 기념하는 축하 이미지. 이미지=X
플라코는 쥐는 가차없이 잡아먹지만 다람쥐는 봐주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사진=X
뉴욕의 건물 비상계단에서 휴식을 취하는 플라코. 사진=X
사진=X

"플라코가 누린 지난 1년간의 자유를 축하합니다!!"

"지난 1년은 놀라운 선물이었습니다. 고마워요, 플라코!"

"그는 훌륭해요."

뉴요커들이 '플라코'와 사랑에 빠졌다. 1년전, 어떤 이유에서인지 뉴욕 센트럴파크 동물원의 울타리가 뜯어진 사이 탈출해 대도시에서 또 하나의 '뉴요커'로 살아가는 수리부엉이다.

플라코가 자유의 몸이 된 것은 1년 전이다. 누군가가 어둠을 틈타 허리 높이의 울타리를 뚫고 센트럴파크 동물원으로 들어간 후 철망으로 된 우리에 구멍을 뚫었다. 13년 전 갓 부화하자마자 동물원에 왔었던 유라시아 수리부엉이 플라코에게 절호의 탈출 기회가 온 것이다. 플라코는 즉시 공원을 빠져나가 5번가에서 사람들의 눈에 띈 후 주황색 눈을 깜빡이며 밤하늘로 달아났다.

이후 플라코는 자유로운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뉴요커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캐릭터가 된 것은 덤이다. 온갖 위험한 상황이 즐비한 세계적인 도시, 뉴욕에서 양 날개를 펼치면 무려 2미터에 달하는 플라코는 도시인들의 마스코트가 됐다.

플라코는 자유의 몸이 된 후 처음 몇 달은 주로 야생동물이 많은 센트럴파크에서 보냈지만, 이후에는 맨해튼 도심가를 선호한다. 플라코가 짝을 찾고 있다는 추측이 있었지만 유라시아 수리부엉이는 북아메리카가 원산지가 아닌 만큼 찾지 못할 확률이 거의 100%다.

플라코는 낮에는 맨해튼의 정원과 공원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건물의 화재 비상계단에 자리를 잡는다. 도시의 급수탑 꼭대기에서 특유의 소리를 내고 도시의 수많은 쥐를 잡아먹으며 밤을 보낸다. 사람들은 오늘 어디에서 플라코를 봤다며 사진과 함께 소셜미디어에 정보를 나눈다. "플라코는 멋있어", "플라코는 대단해", "플라코는 용감해" 등의 메시지가 그를 따른다.

평생을 우리에서 갇혀 지낸 플라코가 자유의 몸이 됐을 때 뉴요커들은 걱정이 많았다. 야생의 도시에서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플라코는 DNA에 흐르는 야성을 살려서 새로운 동네를 재미있게 탐험하고 뉴요커들의 창문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어느 날 갑자기 먹거리와 잠자리가 보장된 동물원을 나와 차가운 도시의 일원이 됐지만 사람들의 예상을 비웃듯이 도시생활을 즐기고 있다. 맨해튼 곳곳을 마치 태어나고 자란 고향처럼 돌아다니며 여유로운 삶을 즐긴다.

그 가운데 조류 관찰자들뿐 아니라 많은 뉴욕 시민들은 플라코의 일상과 동선을 기록하고 나누며 소셜미디어에서 팬심을 키워가고 있다.

"사람들은 플라코가 살아남을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를 비웃듯이 잘 살고 있죠. 뉴요커들의 마음이 플라코에게 가는 이유는 그의 회복력 때문입니다."

플라코의 일상을 기록하고 그의 '팬'들과 온라인으로 공유하는 관찰자 중 한 명인 재클린 에머리씨의 얘기다.

야생동물 사진작가인 데이비드 레이씨는 "마법 같다. 이런 경험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런 게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 정말 좋다"고 말한다.

플라코를 붙잡지 말아달라는 뉴욕 시민들의 청원 운동까지 벌어지면서 작년 2월 탈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동물원은 포획 시도를 중단했다. 뉴요커들은 동물원에 있을 때 양 날개를 편 너비의 2배 정도에 불과한 미니밴 크기의 우리에 살던 플라코에게는 드넓은 도시가 훨씬 잘 어울린다며 응원과 환호를 이어가고 있다.

또 탈출 1년을 맞아 사람들은 플라코가 자유로워진 그날 어떤 일이 발생했느냐에 대해 저마다의 가설을 주고 받는다. 어린이나 청소년의 장난이거나 수리부엉이를 훔쳐가려는 시도에서 비롯됐을 것이란 추측이 많다. 가장 많은 이들이 개연성을 부여하는 이유는 동물 해방론자들이 이데올로기적 이유로 플라코를 풀어줬을 거라는 것이다.

플라코가 동물원으로 돌아가는 것에 반대하는 청원을 시작한 세계동물보호단체(World Animal Protection)의 야생동물 캠페인 매니저 니콜 바란테스씨는 "플라코를 사랑하고 그가 풀려나길 바라는 사람이 (동물원에서 풀어주는 것을) 행동으로 옮겼다고 해도 놀라운 일이 아닐 것"이라며 "동물원에서 플라코가 살아온 환경은 서글펐다"고 말했다.

북미동물 해방 언론사무소(North American Animal Liberation Press Office)의 대변인인 제리 블라삭씨는 "플라코의 탈출에 대해 책임이 있다며 나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우리는 그 일이 일어나서 기쁘다"고 밝혔다.

X(옛 트위터) 계정 맨해튼 버드 얼럿(Manhattan Bird Alert)을 운영하며 실시간으로 플라코의 행방을 기록하는 배럿은 "내게 플라코는 영웅이다. 평생을 갇혀 산 플라코는 며칠 만에 하늘을 나는 법과 쥐 사냥법을 독학했다. 그가 여기 있어서 정말 기쁘다"고 밝혔다.

ABC방송은 "플라코는 뉴욕 전역을 돌아다니며 팬들이 무지개 빛깔의 코트에 감탄하고 주황색 눈동자에 매료되게 만들었다. 센트럴파크 동물원을 탈출한 수리부엉이가 수많은 팬을 거느린 국제적인 유명인사가 됐다"고 전했다.

한편 동물원 측은 성명을 통해 "플라코의 활동과 복지에 대한 보고를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플라코가 어려움이나 고통의 징후를 보이면 회복 노력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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