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12도, 역대 가장 따뜻한 立春… 곳곳 ‘입춘첩’ 붙이며 봄맞이

장윤 기자 2024. 2. 4.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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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은 24절기 중 첫 절기다. 한해의 봄이 시작되는 기점인 입춘 당일인 4일 낮 기온은 영상 12도까지 올랐다. 봄의 시작을 맞은 시민들은 이날 오전부터 따뜻한 날씨를 만끽하며 서울 시내와 박물관 등 곳곳에서 입춘을 즐겼다.

4일 오전 열린 남산골 한옥마을 입춘첩 행사에 참석한 진금자 할머니 부부와 외손주들이 입춘첩 부착 시연을 하고 있다. 이 가족들은 올해에는 어떤 일을 해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해보는 한해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문구를 작성했다고 한다./장윤 기자

이날 오전 중구 남산골 한옥마을에서는 ‘2024 세시울림 입춘첩 붙이기 시연’ 행사가 열렸다. 보통 입춘첩에는 한 해를 잘 보내게 해달라는 기원을 담거나 오래된 문헌에 나온 문구를 담는다. 이날 입춘첩 시연에 나선 진금자(60) 할머니는 손자 윤희원(7)군, 손녀 박서윤(7)양과 함께 ‘청룡의해’ ‘영과후진(盈科後進)’ 이 적힌 입춘첩을 정문에 부착했다. 진 할머니는 “새싹이 돋아나는 봄의 에너지를 받아 모두 희망찬 2024년을 보내길 바라는 마음으로 문구를 작성했다”고 했다. 이날 노란색 색동저고리를 입고 하늘색 댕기를 멘 차림으로 온 외손녀 박양은 “유치원을 졸업하는 게 아쉽지만, 초등학교에 입학해 새로운 친구들을 만날 생각에 즐겁다”며 “올 한해 좋은 일만 있고 울 일이 없으면 좋겠다”고 했다.

포근한 날씨를 즐기러 한옥마을 나들이에 나선 외국인 방문객도 한국의 세시풍속 행사를 만끽했다. 필리핀에서 가족 여행을 왔다는 카르멜 러파니엘(41)씨는 “서울은 두 번째로 관광하는데 세시풍속 행사를 본 건 처음”이라면서 “여동생 메리언이 올봄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우리 가족에게도 올 한해 행복한 일만 가득하면 좋겠다”고 했다.

입춘을 맞아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을 찾은 시민들. 문 양쪽에는 입춘과 따스한 날씨를 맞이하여 경사가 많기를 기원한다는 의미의 '입춘대길' '건양다경' 이라 적힌 입춘첩이 붙어있다./장윤 기자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에서도 입춘첩을 시민들에게 나누어주는 행사가 진행되면서 아이와 동행한 가족 단위 방문객으로 북적였다. 다섯살 아이의 손을 잡고 대구에서 서울로 왔다는 최문근(35)씨는 박물관에서 나눠주는 입춘첩을 받아들며 “아직 아이가 어려 세시풍속의 의미를 잘 이해할지는 모르겠다”면서도 “입춘첩이 붙은 전통 가옥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입춘 전후로 종로구 인사동에서는 구하산방·명신당 필방 등 길게는 한 세기를 지켜온 필방들이 나서 직접 만든 입춘첩을 무료로 배부하기도 했다. 1913년에 개업한 구하산방은 수십년째 입춘첩을 제작해 가게를 찾는 손님들에게 무료로 제공해 왔다. 올 봄 배부한 입춘첩은 60년 경력을 가진 서예 장인이 ‘백복운집(百福雲集)’, 즉 ‘모든 복이 모인다’는 뜻을 담아 만들었다고 한다. 직원 홍수희(50)씨는 “젊은 사람들보다는 어르신들이 입춘첩을 많이 얻어가신다”며 “청년들에게도 ‘봄에 한 해의 복을 빈다’는 입춘첩의 의미가 알려지면 좋겠다”고 했다.

40년 동안 자리를 지켜온 봉원필방 주인 권준섭(59)씨는 “지난 주부터 입춘첩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면서 “오늘 오전에는 스무 명이 넘는 사람들이 입춘첩을 사갔다”고 했다. 1987년 개업한 명신당 필방도 입춘 전후로 필방을 찾은 손님들에게 입춘첩을 무료로 제공했다. 일부 필방에서는 입춘첩 캘리그라피 수업도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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