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잎새’가 떨어지지 않는 이유

윤희일 기자 2024. 2. 4.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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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반구 온대 활엽수의 ‘낙엽 발생 지연’
세계 수목·식물원 18곳, 원인 규명 나서
‘낙엽 발생 지연’ 현상이 발생한 감태나무. 국립수목원 제공

‘저 나무의 낙엽은 도대체 왜 봄까지도 떨어지지 않는 것일까.’

늦가을이 되면, 우리 주변에 있는 상당수 활엽수의 잎은 낙엽이 돼 땅 위로 떨어진다. 그래서 겨울이 되면 앙상한 가지만 남는다. 그런데 몇몇 나무의 잎은 곧 떨어질 것 같은 마른 잎으로 변하면서도, 늦가을이 지나고 겨울을 지나 봄이 될 때까지 떨어지지 않는다. 이런 나무를 볼 때 많은 사람이 ‘왜’라는 궁금증을 갖게 된다.

이런 현상은 지구의 북반구에 있는 온대 활엽수림에 있는 나무에서 나타나는 특이한 현상이다. 이를 전문 용어로 ‘낙엽 발생 지연(leaf marcescence)’ 현상이라고 한다.

단풍나무·참나무·느릅나무 등에서 주로 발생

‘낙엽 발생 지연’은 추운 겨울 동안 나무의 가지에 죽은 잎들이 떨어지지 않고 겨울이나 이른 봄까지 남아 있는 현상을 말한다. 국내에서는 단풍나무류, 참나무류, 느릅나무류, 감태나무 등에서 발견된다.

‘낙엽 발생 지연’ 현상이 발생한 당단풍나무. 국립수목원 제공

원래 나뭇잎의 노화는 호르몬에 의해 조절된다. 일반적으로 낮의 길이가 짧아지고, 온도가 낮아지면 옥신이라는 호르몬이 감소함에 따라 잎자루의 끝부분에서 세포가 약화 되는 ‘탈리층’이 형성되면서 잎이 떨어지게 돼 있다. 하지만, ‘낙엽 발생 지연’이 발생하는 나무의 잎에서는 이러한 탈리층이 형성되지 않으면서 잎이 오래 남아 있게 된다.

북반구에 있는 온대 활엽수에서 나타나는 이 현상의 원인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는 현상이지만 지금까지 국제적으로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산림청 국립수목원은 북반구 온대 활엽수에서 나타나는 특이적인 현상인 ‘낙엽 발생 지연’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국제 공동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한다고 4일 밝혔다.

‘낙엽 발생 지연’ 이유 2가지 가설…‘적응하기 위한 것’, ‘진화에 의한 것’

‘낙엽 발생 지연’ 현상과 관련해서는 몇 가지 가설이 나와 있다.

이 현상의 원인과 관련된 가장 유력한 가설로는 2가지를 들 수 있다. 그중 하나는 나무가 겨울 동안 죽은 잎을 간직함으로써 곤충이나 새로부터 겨울눈을 보호하고 이른 봄에 땅에 떨어짐으로써 생육이 왕성한 시기에 적절한 미네랄 영양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일종의 ‘적응기능’이라는 가설이다. 다른 하나는 이 현상이 특정한 나무들에서만 관찰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특별한 생태적 기능은 없으며 하나의 ‘진화적 산물’이라는 가설이다.

‘낙엽 발생 지연’ 현상이 발생한 당단풍나무. 국립수목원 제공
영국 큐왕립식물원 등 18개 기관이 공동 연구

이런 가설의 검증을 포함해 ‘낙엽 발생 지연’ 현상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기 위해 영국의 큐왕립식물원, 미국의 미주리식물원, 독일 베를린식물원 등 전 세계 대표 수목원·식물원 18개 기관이 나선다. 미국 보스턴대학의 보전생물학자인 리처드 프리맥 교수가 주도해 국제 공동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국립수목원은 이번 국제 공동연구 프로젝트에 중국 베이징식물원, 인도 캐쉬미어대학식물원과 더불어 아시아 대표로 참여하게 된다.

아시아지역 기관들은 특히 동아시아 지역에 자라는 낙엽활엽수종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를 수행할 예정이다.

이봉우 국립수목원 광릉숲보전센터장은 “이번 국제 공동 연구 프로젝트는 ‘낙엽 발생 지연’ 현상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이번 연구를 동아시아는 물론 한반도 지역의 산림에 적용해 관련 연구를 확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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