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튀르키예]지진피해 임시 정착촌 9살 소년 "김민재가 내 우상"

홍연우 기자 2024. 2. 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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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티아주 예실리우르트 지진 피해 임시 정착촌
한국말 티셔츠 입은 4살 소녀 함박웃음
'축구선수 꿈' 골키퍼 소년 "김민재 좋아"
가족잃은 슬픔 여전…"상흔, 현재 진행형"
심리·경제적 지원 위한 센터·작업실도
1만5천채 주택 건설 이달부터 무상입주
[말라티아=뉴시스] 김명년 기자 = 3일(현지시간) 오후 찾은 튀르키예 말라티아주 예실리우르트에 조성된 컨테이너 임시 정착촌에 사는 4살 소녀 미라지가 한국어로 "긍정을 퍼트려 봐"라고 쓰인 티셔츠를 입고 환하게 웃고 있다. 2024.02.03 kmn@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말라티아=뉴시스]홍연우 기자 = "긍정을 퍼트려 봐…Good Vibes"

1년 전 덮쳐온 강진을 겪었다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환하게 웃어 보인 4살 소녀 미라지는 이곳을 찾은 기자들에게 들고 있는 사탕을 권하며 "한국어 문구의 뜻은 모르지만, 부모님과 함께 간 가게에서 이 티셔츠가 마음에 들어 골랐다"고 전했다.

3일(현지시간) 오후 찾은 말라티아주 예실리우르트에 조성된 컨테이너 임시 정착촌에 사는 이재민들은 밝은 미소를 보였지만, 지진 당시를 떠올릴 때면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듯 눈을 질끈 감기도 했다.

지난해 2월6일 튀르키예 남부를 중심으로 규모 7.8의 강진이 일어나 5만여명이 숨졌다. 최악의 지진 피해로부터 1년 뒤 상처를 딛고 복구와 재건에 여념이 없는 말라티아주(州)를 뉴시스를 비롯한 국제 기자단이 찾았다.

튀르키예 대통령실 주관 기자단 현장 방문에 참여한 내외신 기자 50여명이 지난 2일 밤 머문 말라티아주 예실리우르트의 한 호텔은 지진을 비껴간 듯 멀쩡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차를 타고 약 5분만 이동하자 곳곳에서 지진으로 붕괴된 건물들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건물 사이사이 콘크리트 잔해가 무성한 공터가 남아있었고, 재건축에 착수조차 못한 채 가림막과 구조물로 덮여있는 건물도 곳곳에 자리했다. 오만 제국 시절에 지어진 말라티아의 유적 예니 모스크(Yeni Cami) 역시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이어서 접근조차 불가능했다.

말라티아주 예실리우르트에 조성된 르네상스 임시 거주촌은 설립에 도움을 준 르네상스(Ronesans/Renaissance) 재단의 이름을 땄다. 이곳에 사는 이들은 "부족한 것이 없다"고 했지만 추운 날씨에 비해 낡고 얇은 옷차림은 이들의 어려운 살림살이를 짐작하게 했다.

[말라티아=뉴시스] 김명년 기자 = 3일(현지시간) 오후 찾은 튀르키예 말라티아주 예실리우르트에 조성된 컨테이너 임시 정착촌에 사는 소년들이 축구를 하고 있다. 2024.02.03 kmn@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수비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를 좋아한다는 9살 소년 쿠제이는 "자라서 축구선수가 되는 게 꿈"이라고 했다. 아이들끼리 축구를 할 때마다 골키퍼를 맡는다는 그는 골키퍼 장갑을 자랑스레 보여주며 "언젠간 김민재의 나라인 한국에 꼭 가보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천진난만한 미소를 띤 아이들은 아이돌 그룹 BTS·스트레이키즈와 축구선수 김민재 등 한국의 유명 인사들을 거론하며 "코레(Kore·한국)를 좋아한다"고 했다. 한국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하기도 했다.

임시 거주촌엔 여전히 지진으로 가족을 잃은 슬픔에 허덕이는 이들도 존재했다.

4명의 자녀를 둔 에미네(44)는 지진 당시 막내딸을 임신 중이었다. 임신 2개월이었던 그는 지난해 2월6일 새벽 첫 지진이 발생했을 때, 아이들을 데리고 집 밖으로 대피해 두 번째 지진이 발생했을 때 화를 면했다고 한다. 그는 "도무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에미네는 그러나 지진으로 남편의 형제와 조카를 잃었다. 그는 "지진이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진의 상처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곳에서 부족한 것은 없다"면서도 "곧 이곳을 떠나 건설이 완료된 새집으로 이사할 예정이다. 그게 가장 기대된다"며 애써 웃어 보였다.

[말라티아=뉴시스] 김명년 기자 = 3일(현지시간) 오후 찾은 튀르키예 말라티아주 예실리우르트에 조성된 컨테이너 임시 정착촌에는 시민들의 회복을 돕기 위한 다양한 시설들이 있었다. 사진은 여성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기 위해 작물로 가방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는 센터. 2024.02.03 kmn@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컨테이너촌 내에는 주민들의 심리적 치유 뿐 아니라 교육 지원, 직업훈련 지원을 위한 각종 시설도 자리하고 있었다.

자폐와 다운증후군 등 특수 교육이 필요한 아동들을 위해 세워진 특별학급은 아이들을 위한 미술·체육·수공예 작업 등의 활동을 진행한다고 했다. 여성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기 위한 센터, 아이들의 신체 발달을 위한 체육 시설 및 놀이방 등도 있었다.

한편 말라티아 주정부는 튀르키예 주택개발부(Toki·Toplu Konut İdaresi Başkanlığı)와 함께 이재민을 위한 주택 건설 삭업을 진행 중이다.

총 2만5000명의 인력을 동원해 1만4636채의 주택을 건설하고 있는데, 이르면 이달 말부터 입주가 가능하다. 주택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이 입주 예정인만큼, 주 정부는 이들에게 별도의 비용은 받지 않기로 했다.

다만 건물의 내진 설계와 관련, 주택개발부 관리자는 "매우 강한 강도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게(resistant to very high magnitutde of earthquake) 지어졌다"면서도 '강도 몇 까지 견딜 수 있냐'는 취재진 질문엔 확답을 피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ong1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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