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드디어 출시된 애플 비전 프로 30분간 써봤다

이덕주 특파원(mrdjlee@mk.co.kr) 2024. 2. 3. 09: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일 판매 시작한 비전 프로 체험기
500만원 달하는 초고가 MR 헤드셋
애플 CEO “내일의 기술을 선보였다”
2일 애플 본사가 위치한 쿠퍼티노의 애플 방문자 센터 스토어에서 기자가 비전 프로를 체험해보고 있다. <사진=이덕주 기자>
2월2일 애플이 오랫동안 준비해 온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가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미국 전역에서 판매가 시작됐다. 매일경제는 2일 애플 본사가 있는 쿠퍼티노의 방문자 센터 스토어를 방문해 공식 데모 프로그램에 참여해봤다.

이날 팀 쿡 애플 CEO는 뉴욕에 위치한 애플의 플래그십 스토어 5번가 매장에 직접 등장해 “우리는 내일의 기술을 오늘 선보였다”고 말할 정도로 애플의 미래를 이 제품에 걸고 있다. 아이폰 판매가 정체되면서 멈춘 애플의 성장을 MR헤드셋에서 찾고있는 것이다.

비전 프로를 사용하기 전에 먼저 얼굴 스캔을 통해서 사용자의 두상을 파악해서 거기에 맞는 사이즈를 추천해준다. 또한, 안경 착용자를 위해서 안경 도수도 측정해 이에 맞는 전용렌즈도 비전 프로에 부착시켜준다. 비전 프로는 안경을 쓰고 착용할 수 없고 렌즈를 끼던지, 아니면 비전프로에 부착되는 도수렌즈를 착용해야한다. 사용자가 다를 경우 다른 도수렌즈를 사용해야한다는 뜻이다.

처음 비전 프로를 착용하면 깜짝 놀라는 것은 현실과 구분하기 어려운 높은 해상도다. 비전 프로는 외부에 달린 카메라로 찍은 영상을 내 눈 앞의 디스플레이에 보여준다. 틀림없이 카메라를 통해서 외부를 보는 것인데 높은 해상도 때문에 진짜 현실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나중에 헤드셋을 벗고나서야 현실과 카메라 속 영상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외부 현실과 내부에서 디스플레이로 보는 영상의 시차도 거의 없다. 엄청난 고성능의 반도체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카메라로 보는 영상인데 내 눈으로 보듯 선명
2일 애플 본사가 위치한 쿠퍼티노의 애플 방문자센터 스토어에서 비전 프로를 체험해 보았다. <사진=이덕주 기자>
처음 헤드셋을 착용하면 5분 정도 기본세팅을 하게되는데 특히 손가락 인식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저인터페이스(UI)를 만드는 것이 뛰어난 애플답게 사용은 너무 편리하다. 내가 보는 시선에 맞춰 마우스 커서가 움직이고 손가락을 움켜쥐는 것으로 마우스 버튼을 클릭한다고 보면 된다. 물론 떠다니는 마우스나 포인터 같은 것이 없어도 인식률이 매우 높고 오류도 거의 없다.

데모의 초반은 이미지, 파노라마, 3D이미지, 3D동영상을 보는 순서로 진행되는데 이미지의 높은 해상도에 깜짝 놀라게된다. 3D 이미지는 생각보다 인상적이지 않고, 애플에서 공간비디오(Spatial Vide)라고 부르는 3D동영상이 제일 높은 몰입감을 보여준다. 애플 아이폰15 프로로 찍은 3D 영상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아이나 친구들과의 추억을 3D 영상으로 남길 수 있다.

비전 프로에서 가장 인상적인 UI는 디지털 크라운이다. 디지털 크라운을 돌리면 외부세계를 보이는 정도를 조절할 수 있는데 이에 맞춰 외부세계를 100% 볼수도, 전혀 보지 않을수도 있다. 영화를 감상하거나 몰입형 콘텐츠를 볼 때는 외부세계를 완전히 차단할 수 있다.

애플 비전 프로에서 현재 최고의 콘텐츠는 애플TV+ 와 같은 영상 엔터테인먼트다. 어느 장소에서든 눈 앞에 거대한 TV를 두고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1인 가구에게는 대형TV를 대신할 수도 있을 것 같아보였다.

또한, 맥북 사용자는 이를 메인 모니터로 사용하고, 맥북의 키보드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서 작업용으로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거운 착용감이 최대 장벽
2일 애플 본사가 위치한 쿠퍼티노 애플 방문자센터 스토어에서 한 고객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덕주 기자>
최대의 단점은 많이 지목된 대로 무게다. 기자는 기본형인 솔로 니트밴드를 착용했는데 고글 처럼 뒷 목에 걸치는 밴드 하나로 헤드셋을 고정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무게가 느껴지고 목이 뻐근해졌다. 이런 솔로 니트밴드는 착용도 편리하고 머리가 눌리는 것이 방지되지만 대부분의 리뷰어들은 머리 위에도 끈이 있는 듀얼 루프밴드를 추천했다. 하중이 분산되서 훨씬 오래 착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무게는 비전 프로뿐 아니라 모든 MR헤드셋들의 한계지만 대중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되어야할 문제로 느껴졌다.

영상 시청 외의 새로운 콘텐츠가 아직 보이지 않는 다는 점도 한계다. 데모에서 짧게 경험한 것이지만 스포츠경기 관람, 아티스트의 음악 콘서트가 가장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3500달러에(약 500만원)달하는 현재의 가격은 얼리어답터들에게도 큰 부담이다. 하지만 1세대 제품이므로 현재의 높은 가격과 무게는 점차 내려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만약 가격과 무게의 문제가 해결된다면 구매할 의향이 있는가라고 묻는다면 ‘그렇다’라고 말하고 싶다.

구매는 하지 않더라도 미국에서 애플 스토어를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반드시 한번쯤 체험해보기를 권하고 싶다. 처음으로 마우스를 사용해서 컴퓨터를 사용하거나, 멀티터치가 되는 스마트폰을 처음 경험한 것 이상으로 신기한 경험이기 때문이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MR헤드셋을 착용하고 콘텐츠를 경험해보게하는 것은 애플이 원하는 일이기도 하다. 비전 프로를 통해서 사람들이 MR헤드셋에 대한 심리적인 장벽을 허물고 대중화가 이뤄질지, 아니면 ‘애플이 해도 안된다’는 또 하나의 실패 사례가 될지 주목되는 이유다.

[실리콘밸리=이덕주 특파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