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유성 "인류가 멸종하지 않는 한 코미디는 사라지지 않아" [한판승부]

홍혁의 2024. 2. 3.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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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박재홍의 한판승부
■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FM 98.1 (18:00~19:30)
■ 진행 : 박재홍 아나운서
■ 패널 : 진중권 작가, 박성태 사람과사회연구소 연구실장
■ 대담 : 코미디언 전유성
▶ 알립니다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박재홍>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2부, 금요일 2부는 '한판클라스'로 하고 있는데요. 오늘 정말 특별한 분을 모셨습니다. 여러분이 너무 좋아하시는 개그맨을 모셨는데, 서울에 잘 안 오십니다. 한 두세 달에 한 번 서울에 올까 말까 하는 분인데, 저희 제작진이 너무나 행운을 잡아서 오늘 특별히 모시게 됐습니다. 최근에 '지구에 처음 온 사람처럼'이라는 책을 내셨습니다. 틀에 박힌 일상을 늘 새롭게 볼 수 있는 그런 시각을 전해 드리는 그런 책인데요. 개그맨 전유성 씨 모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전유성> 안녕하세요. 개그맨 전유성입니다.

◆ 박성태> 안녕하십니까?

◇ 박재홍> 처음 뵙습니다, 방송에서. 인터뷰로.

◆ 진중권> 아까 처음 뵙겠다고 인사를 하시더라고요. 사실 저희가 23년 전에 제가 선생님 하시는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한번 나간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소주 먹고 하는 인터넷 방송이었는데.

◆ 전유성> 그랬어요? 23년 것을 어떻게 외워요. 23일 전 것도.

◆ 진중권> 저는 기억하죠. 왜냐하면 유학에서 방금 돌아왔는데.

◇ 박재홍> 독일에서 돌아왔는데 셀럽과.

◆ 진중권> 최고의 개그맨의 쇼에 초대된 거니까 저야 기억하죠.

◇ 박재홍> 우리 박성태 실장님도 굉장히 지금 연예인을.

◆ 박성태> 처음 뵙습니다. 어렸을 때 정말 연예인, 제가 봤던.

◇ 박재홍> 그러니까.

◆ 박성태> 70년대 제가 봤던, 80년대 제가 봤던 연예인을 바로 보니까 영광이네요.

◆ 진중권> 보통 문학에서 그렇게 얘기하거든요. 최고의 시인은 시인의 시인이다. 그런데 개그맨의 개그맨이시잖아요.

◇ 박재홍> 우리 선생님, 그래도 건강하신 것 같아요.

◆ 전유성>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에 위궤양이 있다고 그래서 금주 11일째.

◇ 박재홍> 11일째. 그런데 오늘 드실 예정이시죠?

◆ 전유성> 없어요.

◇ 박재홍> 다행입니다. 계속 건강하시면 좋겠고. 서울을 떠나셔서 지역에 사시는 거잖아요. 그렇죠?

◆ 전유성> 네.

◇ 박재홍> 그러면 방송에서는 요즘 뵙기 어려운 건데, 오늘 특별히 나오신 건가요?

◆ 전유성> 제가 '방송하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으로 지방으로 내려갔었는데, 어쩔 수 없이 그냥 일반인으로 살고 싶은데 안 되더라고요. 그냥 연예인이에요, 남들이 볼 때는.

◇ 박재홍> 그럼요.

◆ 전유성>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내려와서 찍는 것만 찍는다'고. 그래서 어떻게 보면 좀 건방지게 그렇게 찍고 있고. 코로나 때 굉장히 힘들어서 서울에 와서 두 번, 출연료 때문에 나갔던 적이 있었죠.

◆ 박성태> 가끔 올라오시면 수금 딱 하고 다시 내려가서.

◆ 전유성> 그런 개념으로는 좀 그렇고요. 예를 들어서 제가 한번 올라와서 토크쇼에 나가서 2주치를 하는데 2주치 찍는 시간이 너무 지루해요, 이제는. 그래서 하나만 하고 가죠. 보통 7시간 녹화를 하는데 저는 5시간만 하겠다고 그러고. 그리고 5시간 되면 슬그머니 빠지면 작가들이 쫓아 나오죠. 그러면 '5시간만 한다고 하지 않았냐. 5시간치만 줘', 그러고 가죠.

◇ 박재홍> 예능은 긴 시간을 촬영한 다음에 편집을 해서 내보내니까.

◆ 전유성> 우리가 볼 때 저건 틀림없이 편집될 얘기들이 너무 많이 나오는데, 거기에 우두커니 앉아 있는 게 싫더라고요.

◇ 박재홍> 서울 떠나시면서 '어슬렁어슬렁 살자, 자유롭게 살자', 두 가지 목표를 정하셨는데, 두 가지 목표가 이루어지고 있다?

◆ 전유성> 자유롭지는 않더라고요.

◇ 박재홍> 자유롭지 않으세요?

◆ 전유성> 어차피 얼굴이 알려지면 자유롭지는 않아요. 지나가면 '누구야, 누구.' 제 딸이랑 같이 가는데도 '쟤는 누구야?' 그래서 자유롭지는 않은 것 같아요.

◇ 박재홍> 전유성이 젊은 여자랑 다니고 있다, 이런 식의. 딸인데. 여러분, 딸입니다.

◆ 진중권> 지금 전북 남원시 인월면에 살고 계시고.

◆ 전유성> 조금 더 나가면 유명한 실상사가 있습니다.

◇ 박재홍> 남원 좋죠.

◆ 전유성> 네, 좋아요.

◇ 박재홍> 귀촌을 꿈꾸는 분들이 많이 선생님한테 여쭤보고 그럴 것 같아요.

◆ 전유성> 많이 물어보시는데, '뭘 해야 될지 모르겠다', 우선. 귀촌은 하고 싶은데 돈벌이가 될지 안 될지. 사실 젊은 사람들의 일손이 부족하기 때문에. 부산에서 귀촌한 부부가 있는데, 그 친구들은 너무너무 오라는 곳이 많아서 정말로 골라서 갈 정도로. 그래서 물어보는 말이 '요새는 뭐하니?' 몇 달 만에 만나면 '어디 취직했어요.' 또 조금 있다 '뭐하니?' 그러면 '다른 거 하고 있어요. 창업자금 받아서 빵집하려고 그래요.' 그래서 할일들은 많이 쏟아지는 것 같아요.

◇ 박재홍> 일손이 부족하니까.

◆ 전유성> 네.

◇ 박재홍> 진 교수님이 내려가면 진 교수님 정도면 청년인가 보군요, 그러면?

◆ 전유성> 저도 청년인데요.

◇ 박재홍> 알겠습니다. 저희는 그럼 아예 청소년으로 내려가서.

◆ 진중권> 아기죠, 아기.

◇ 박재홍> 아기. 이번에 '지구에 처음 온 사람처럼'이란 제목의 책을 내셨습니다. 제가 아주 재미있게 읽었는데. 아주 짧은 글도 에세이 형식인데, 이 책은 어떻게 쓰시게 됐어요?

◆ 전유성> 사실은 저는 매일 원고를 쓰거든요, 뭐가 됐든. 그런데 이제 우리가 '쓰잘머리 없는 얘기 하지 마', 이런 얘기를 많이 하는데, 사실은 그 쓰잘머리 없는 얘기가 우리를 굉장히 지루하지 않게 해 주고 위로도 하고 재미있게도 해주는 건데. '왜 그렇게 쓰잘머리 없는 얘기를 그렇게 하지 못하게 하고 야단치고 나서 때리기도 하고 청소도 시켰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 쓰잘머리 없는 얘기들을 한번 모아보자 생각을 해서 그런 얘기들 모음집입니다.

◇ 박재홍> 책 보면 '왜 자꾸 뻔한 생각만 떠오를까', 이런 질문이 눈에 들어왔는데.

◆ 전유성> 그러니까 예를 들서 저희 동네에 오면 제가 산길 안내를 하죠, 쭉. 지리산까지 왔으니까 1박 2일 코스를 한번 가보자고 가면 한여름에 왔는데도 꼭 하는 얘기가 있어. '여기 눈오면 못 오겠는데요?' 왜 제일 안 좋은 것만 떠올려? '눈 올 때 오래? 지금 봐.' 제가 이렇게 얘기하죠.

◇ 박재홍> 현실을 즐기지 못하는.

◆ 전유성> 그래서 도시 사람들은 좀 그러더라고. 그리고 앞에 자동차가 지나가면 그걸 그렇게 추월하려는 듯이 자꾸만 가는데, '그러지 마라, 자동차 뒤꽁무니 보는 건 도시에서나 하는 일이지 여기서는 보내고 천천히 가면서 옆의 나무 구경 좀 해라.' 이렇게 얘기하죠.


◇ 박재홍> 맞아요. 저도 전주에서 차 한 번 운전했을 때 앞에 서울이었으면 클랙슨 몇 번 울렸을 상황인데, 기다려주더라고요. 그래서 '이게 여유가 좀 있구나'라는 걸 알았는데.

◆ 전유성> 그리고 그렇게 해야 되는 게 저는 운전 못해서 조수석에만 40년 이상 앉아서 다니거든요. 뒷차가 갑자기 추월하면 추월하게 내버려두는데, 꼭 여기서 안 좋은 소리를 하거든요. 심지어는 욕도 한다고요. 그러면 위반하고 간 사람은 못 듣고 조수석에 있는 사람만 40년 동안 욕을 듣고 나니.

◇ 박재홍> 안 들려요, 맞아요. 욕을 하고 싶은 대상에게는 안 들리네.

◆ 박성태> 추월하면 '바쁜 일 있는가 보지', 그러면 될 걸 또 욕을 하면.

◆ 진중권> 택시 탈 때 가끔 당혹감을 느낄 때가 있거든요, 실제로. 택시 기사 분들 욕하면 뒤의 나는 뭐지?

◆ 전유성> 그걸 40년을 들었으니.

◇ 박재홍> 그러니까 선생님 책을 보면서 그런 포인트. '맞아, 맞아', 이런 그런 포인트가 많아요, 보면.

◆ 전유성> '지구에 처음 온 사람처럼'이라는 제목은 제가 지은 건 아니고요. 제가 쓴 글 중에 한 문장이 그런 게 나왔었나 봐요. 그래서 그걸 제목으로 하겠다 그랬는데. 저는 지방에 내려와서 살면서 제일 많이 들은 얘기가 '심심하지 않냐'는 얘기를 굉장히 많이 해요. '심심하지? 심심한 게 나쁜 건가?' 혼자 이런 생각을 해 보죠.

◇ 박재홍> 한국 사람들 강박이 있는 것 같아요, 바쁘게 살아야 되고.

◆ 전유성> 따분한 걸 싫어하는 거죠. 나는 심심하니까 우리 집 안에 무슨 풀이 자라고 있나, 그런 거 찾아보게 되고. 그럼 머위가 자라고 요새 달래가 자라고 또 부추가 있더라고요. 신기하잖아. 그래서 '본격적으로 해 봐야 되겠다' 그래서 그런 것만 하는 모임이 있더라고요. 지리산 문화예술학교의 산약초반, 또 거기 나가서 한 두 개 더 알아도 굉장히 안심되고 이렇게 보냈었는데. 그래서 '심심하십니까?'라고 제목을 지었는데 이 책이 사실은 원고가 갔다가 젊은 편집자들한테 '이거 재미없다'는 얘기를 듣고 퇴짜 맞은 원고예요. 그래서 출판사 사장이 놀러와서 '형, 요새 책 낼 거 없어요?' '야, 빠꾸 맞은 게 있는데 한번 볼래?' 그렇게 해서 시작됐거든요. 그런데 역시 그 사람은 고문이었고 출판사 사장은 40대 초반이에요. 저를 저쪽 출판사에서 퇴짜 놨던 사람들이. 얘는 해 준다니까 고맙잖아. 그래서 '네가 정한 제목으로 가자.'

◇ 박재홍> 그러셨군요. 남원 생활이 우리 선생님은 좀 편한 것 같아요. 제가 브라운관에서 봬왔던 선생님보다 지금 저희 스튜디오 안에 있는 선생님 눈빛이 평화롭고 더 여유로워지셨다는.

◆ 전유성> 한 번 보고 맞힐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 박재홍> 외람되지만 그런 말씀.

◆ 전유성> 편하게 지내고 있어요.

◇ 박재홍> 남원 생활 얘기 좀 더 해 주세요.

◆ 진중권> 주민들과 교류 같은 것도 있나요?

◆ 전유성> 제가 이사 갔을 적에 뭔가 인사 한번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 박재홍> 주민들과.

◆ 전유성> 배뱅이굿 하는, 서도소리 하는 박정욱이라고 하는 명창을 불러서 배뱅이굿도 한번 해 주기도 하고. 또 그 사이에 변화가 있었죠. 제가 살고 있는 집이 게스트하우스가 있는데 이동원 씨가 몸이 안 좋아서 저희 집에 마침 놀러왔는데, '지리산에서 살고 싶다.' 그래서 방을 구하겠대. '야, 뭘 방을 구해? 우리 집이 있는데.' 같이 살고. 또 몸이 좋아져서 몸무게도 한 18kg 찌고 했다가 재발되면서 돌아가셨는데, 그분들을 위한 음악회를 하기도 하고. 또 최근에는 책 읽는 모임 좀 하자고 그래서 '요새 책 읽을 사람들이 있나' 그런 생각도 했는데,  또 자기들이 모아보겠다고 해서 그래서 봄철부터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 박재홍> 책 읽어야 돼요. 요즘 너무 스마트폰에 사람들이 다 빠져 있기 때문에 책을 억지로라도 읽어야 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 전유성> 억지로 읽힌다고 읽을 수 있는 사람이 몇 명 될까 싶은데. 저는 책이 안 팔린다는 얘기는 하지만 그래도 서점에 가면 굉장히 희망적으로 생각해요. 사람들이 굉장히 늘 많더라고요.

◇ 박재홍> 맞아요.

◆ 전유성> 저는 주로 서점에서 약속하거든요. 서울도 광화문에 있는 서점에서 약속하고 대구, 청도에 살 적에도 계속 책방에서만 약속했거든요. 그런데 '글 안 읽어, 안 읽어' 하는 사람들만 안 읽는 게 아닐까 할 정도로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 박재홍> 이미 읽고 있다.

◆ 전유성> 가득 차 있더라고요.

◇ 박재홍> 새로운 책 집필에 열중하는 우리 진 교수님께 좋은 소식인 것 같습니다. 저희 선생님 책을 보면서 '힐링'이라는 단어가 유행한다는 것에 비판적으로 말씀하신 부분이 있었어요.

◆ 전유성> 비판적이라기보다 좀 유행 따라가는 말이 아닌가.

◇ 박재홍> 저도 그걸 공감 많이 했어요, 그 구절에.

◆ 전유성> 뭐든지 힐링.

◇ 박재홍> 그러니까.

◆ 전유성> 힐링 받았어요. 그런데 그전에는 뭐라고 했냐면 에코, 에코 그랬거든요. 에코 콘서트. 그다음에 그린, 그린 그랬어요. 그전에는 웰빙, 웰빙 그랬거든요. 요새 또 테라피, 테라피 그러더라고. 그래서 유행 따라가는 게 아닌가.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좀 그런 말들은 자기네가 스스로 새롭게 만들어야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죠.

◆ 박성태> 제가 보니까 매년 말이 되면 내년을. 그러니까 올해, 예를 들어 '2024년을 이끌 10대 트렌드', 이런 게 나와서 거기서 정하나 봐요. 힐링 뭐 에코.

◆ 전유성> 저는 그게 자연산 말이냐, 양식 말인가. 우리가 양식된 말을 너무 많이 사용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가져요. '줄 서서 먹는 집이야.' 제가 가서 보면 줄서서 기다리긴 해도 먹지는 않거든요. 누가 그렇게 양식 만들어냈어요. 그냥 쓰고. 비가 와도 '장난이 아니게 온다'는 거야. '언제 그럼 비가 장난으로 왔나?' 이런 생각을 하죠. 그래서 그런 얘기들을 했죠. 우리가 이제 나이를 먹으면 자연산의 말들, 자기 말들을 만들어야 되지 않겠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플래카드 해마다 많이 걸리는데, 그거 읽고 '복 많이 받아야지' 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그냥 차라리 '올해는 미끄러지지 마세요.' '마음에 안 드는 사람 두 명만 손절하세요.'


◇ 박재홍> 너무 좋은 말이에요, 진짜. 정말 좋은 말이에요.

◆ 전유성> 어떨까 생각을 하죠.

◇ 박재홍> 그런 말 들으면 뭔가 마음에 여유가, 마음에 공간이 생겨요. 우리는 강박이 있거든. 모든 사람과 잘 지내고 잘 못 지내면 내가 나쁜 사람인 것 같은데, '한 두 명만 손절하세요.' 그러면.

◆ 박성태> 저를 보시고. . .

◇ 박재홍> 아니에요. 아니에요.

◆ 박성태> 책에 그 내용이 나오더라고요. 조화를 보낼 때 리본하면서 '아프지 않은 곳으로' 이렇게. 사실은 다 어떻게 보면 뻔한 조화에 리본에, 그렇게 해서 주잖아요. 많이 와 닿았습니다.

◆ 전유성> 그 얘기를 제일 많이 들은 얘기예요. 양인자 선생님한테 또 누가 보낸 모양이에요. 그 얘기가 나왔다. 그랬더니 양인자 선생님이 '야, 책 보내' 그랬다가 조금 있다가 '책 보내지말고 전유성을 나한테 보내.' 그래서 제가 양인자 선생하고 통화를 했어요, '거기 썼는데 그냥 농담처럼. 그래서 기분 나쁘셨어요?' 그랬더니 '아니, 재미있지' 이러면서 최근에 썼던 책을 한 권 보내줬더라고요.

◆ 박성태> 어떻게 보면 형식적으로 볼 수 있는 관계, 사실 그런 자리에 정말 마음을 담는 듯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 전유성> 사실 좀 그런 게 필요하지 않나. 늘 똑같은 얘기. 만나면 '별일 없지?' 별일이 많은데, 사실. 한 5년 만에 전화해서도 '형님, 별일 없죠?' 그래서 '별일 있는 것 한 세 개만 얘기해 줄까?' 그러면서 얘기해 주면 또 잘 안 듣더라고. 그러면 별일을 왜 물어볼까. 그냥 본론을 얘기하지.

◇ 박재홍> 선생님, 성혼선언 대신 독립선언 이 챕터도 저도 의미 있게 봤는데.

◆ 전유성> 독립만세 100주년 되던 해였는데 우리 개그맨.

◇ 박재홍> 김지선 씨.

◆ 전유성> 김지선 씨는 그전이고.

◇ 박재홍> 그전이고.

◆ 전유성> 보통 자기들의 결혼식을 하는데 우리가 신랑, 신부들이 어떻게 만났는지, 어떻게 살겠다는 결심 한 번 들어보지 못하는 이상한 결혼식에 많이 참석한다고 생각하고. 또 아버지의 인사말도 거의 틀에 박힌 듯이 똑같고. '일일이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는 게 도리인 줄 아오나.' 도리인 줄 알면 좀 하지.

◇ 박재홍> 왜 도리를 안 지키고 있나.

◆ 전유성> 너무 똑같아서 '최소한 문안만큼은 자기네들이 쓰게 하면 어떻겠냐' 하는 생각이 들어서 김지선 씨 결혼할 때 제가 선물을 했죠, 청첩장을 써서. 두 사람 만나서, 어디서 만났냐? 프러포즈는 어떻게 했냐. 들었을 때 기분 어땠냐? 그냥 써서. 인쇄는 물론 청첩장 전문으로 하는 데서 가서 하되 문장은 자기 문장을 써야 되지 않겠나. 그런데 100주년이 되는 해였어요, 독립만세 100주년. 그래서 '청첩장이라고 그러지 말고 독립선언하는 날로 한번 하자' 그래서 신랑, 신부가 결혼식을 할 적에 독립선언서를 낭독 한번 해 보자. 그래서 예를 들어서 같이 만들었어요. '저희는 부모님으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하겠습니다. 그러나 주시면 거절하지 않겠습니다.' 또 뭐 '나이 드신 부모님한테 아이를 봐달라고 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보러 오시면 숙식 제공해 드립니다.' 이런 식의 얘기를 하니까 사람들이 즐거워해요.

◇ 박재홍> 너무 좋죠, 따뜻하고.

◆ 전유성> 그리고 왜냐하면 제가 맨날 '새로운 거 해라, 안 하던 것을 하라'고 강조하는데,  제가 주례는 사실은 우리 극단 친구들하고 학교 출신들만 제가 주례를 하거든요. 그러니까 오는 관객들이 똑같아서 내가 똑같은 말을 할 수가 없어. 맨날 그거 강조해 놓고.

◇ 박재홍> 그러시구나.

◆ 전유성> 그래서 승낙을 할 적에 주례사 문구가 새롭게 떠오르면. . . 안 떠오르면 '야, 떠오를 때까지 좀 기다려라.' 그래서 되면 승낙하고 그러죠.

◇ 박재홍> 그렇군요. 댓글에 '옛날에 기억나는 게 <전유성을 웃겨라>'

◆ 전유성> 제가 사실은 잘 웃잖아요. 지금 보니까 잘 웃죠?

◇ 박재홍> 너무 따뜻한 시간입니다.

◆ 전유성> 평상시에 표정이 무뚝뚝해요. 그래서 선배들이 '왜 그렇게 무뚝뚝한 표정을 짓고 있냐?' 그런 얘기를 워낙에 많이 듣고 그래서 '코미디언이면 늘 웃어야 돼요?' 다 웃어야 된다는 거야. 그래서 정말 삐딱하게 생각을 했죠. '웃는 모습을 안 보여주는 코미디언이 돼야지.' 이런 거지같은 결심을 했죠. 그리고 정말 웃는 걸 안 보여줬더니 누가 '전유성을 웃겨라' 한번 해 보자.

◇ 박재홍> 프로그램이 아예 생겨버렸어요.

◆ 전유성> 프로그램을 세 번 했어요. 그런데 너무 많은 사람들이 알더라고요.

◇ 박재홍> 그게 너무 강렬했어요, 사실은.

◆ 전유성> 그 이후에 유사 프로그램에 제가 나가면 '한번 해 봅시다' 해서 후배들이 웃기는 거 하고 그런 거 했었죠.

◇ 박재홍> 후배들 많이 보십니까? 개그맨들의 개그맨으로서 존경 받으시는데, 어떤 후배들이 '이 친구는 괜찮다.' 이런 질문 많이 받으실 텐데?

◆ 전유성> 그렇죠. 보면 대강 보이는 것 같아요. 문체가 뛰어난 사람들은 글 쓰는 스승들이 탁 보고 '얘는 괜찮다' 보는 것처럼. 좀 그렇게 남들보다 눈에 더 잘 띄었던 것 같아요.

◇ 박재홍> 어떤 친구들이 요즘 눈에 많이 띄세요?

◆ 전유성> 이영자 씨.

◇ 박재홍> 이영자.

◆ 전유성> 개그맨 시험 오래 떨어졌죠. 그래서 저는 극단 단원 뽑을 적에 개그맨 시험 세 번 떨어진 사람만 오라고 했어요. 왜냐하면 세 번 떨어졌는데도 나한테 오겠다는 건.

◇ 박재홍> 의지가 있고.

◆ 전유성> 하겠다는 생각이 확실한 거거든.

◇ 박재홍> 그러네요.

◆ 전유성> 그래서 교육을 시키고 '내 입으로는 자르지 않겠다.' 그리고 보여요. '저 남자애랑 여자애랑 둘이 연애하다가 관둘 거야, 중간에.' 그랬는데 우연히 한번 맞혔어요. 여러 개 맞힌 것처럼 됐는데. 그래서 20명이 남았고 그중에 1명만 연극을 하고 나머지는 전부 방송권에 들어가서 활동들 하고 있어요.

◇ 박재홍> 그렇군요. 얼마 전에 '개그콘서트'가 부활하긴 했습니다. 공중파 텔레비전에 개그맨들을 위한 전문 프로그램들이 되게 희귀한 상황이 됐지 않습니까? 그런 면에서 되게 아쉬우시죠?

◆ 전유성> 아쉽기도 하지만 그래도 저는 하나 믿는 구석이 있는 건 사람이 사는 동안, 인간이 멸종하지 않는 한 코미디는 저는 반드시 안 없어진다는 확신을 가지고 살았거든요. 그래서 많이 물어봐요. '후배 개그맨들 어떻게 먹고 사냐?' 그러는데, 사실은 그 친구들이 유튜브라는 걸 해서 수입도 올리고 또 팀들끼리 만들어서 '졸탄쇼'라든가 '쇼그맨'이라든가 굉장히 많은 팀들이 만들어졌어요. 결정적인 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을 계기로 팀끼리 내려와서 하는 것들이 생겨서 1시간 반짜리, 2시간짜리 프로그램들이 생겨서 그 친구들이 지방 공연 다니는 새로운 형태가 생겨났고. 또 미국에서 오랫동안 미국식 스탠드업 코미디 하는 친구들, 정말 19금, 방송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것들을 할 수 있는 친구들이 6~7년부터 와서 씨를 뿌려서 오픈마이크라고 해서 5분씩 하던 친구들이 5~6년 되니까 1시간씩들 하는 스타들이 생겨났어요, 그중에. 1000석 자리 정도는 20분 만에 매진이 되는 그런 일들이 생겨난 것도 새로운 형태의 코미디들이 만들어진 거라고 생각하죠.

◆ 진중권> 유튜브로 가니까 차라리 검열을 안 받잖아요. 진짜 거기서 끼가 다 발산되는 것 같아, 오히려.

◆ 전유성> PD를 몰라서, 아는 사람이 없어서, 빽이 없어서. 이런 말이 이제 없어진 거죠. 그리고 뭐가 좋으냐 이렇게 물어봤더니 둘이 못 통하거든요. 한 사람만 하자고 하면 되는 거야. 내가 얘기했는데 '그래, 좋아' 그러면 할 수 있으니까 너무 좋다. 진짜 진검승부 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 박성태> 유튜브의 바다에서 진짜 경쟁력으로만 살아남는. 뭐 인맥도 필요 없고 딱 그런 거네요.

◆ 전유성> 그렇죠. 그렇게 해서 스타들이 됐고. 저도 모르는 아이들이 많아요. 모르는데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할 때 유튜브 조회수가 많은 친구들을 저희가 초대하는데, 모르겠고. 내가 찾아봐도 '이게 웃기나?' 그런데, 조회수가 100만이 되더라고요. 그런 경우들이 있죠. 그래서 그 친구들 모르는 게 참 미안했죠.

◆ 박성태> 요즘 유머 코드랑 안 맞는. 이건 나는 잘 이해 안 되는데 그런 것도 있어요?

◆ 전유성> 그렇죠. 전문용어들을 쓴다든가 자기네들끼리 하는 게임 용어를 쓰면 저는 전혀 못 알아 듣죠. 뭐 줄여 쓰기 같은 것 하고. 이게 무슨 말인가?

◆ 진중권> 자기들만의 삶을 배경으로 하는 거라서.

◇ 박재홍> 지금 청취자 질문이 왔는데 우리 선생님 '후라이 보이 곽규석 선생님의 콩트 작가로 코미디계에 입문하신 거 맞나요?' 질문 주셨는데.

◆ 전유성> 맞습니다. 저는 배우가 되고 싶었는데, 이것도 숱하게 한 얘기인데, 배우가 되고 싶은데 떨어졌죠. 한 서너 번 떨어졌는데 떨어질 때마다 똑같은 얘기해요. 네 번 중에 세 번이. 제가 큰 키였어요. 178. 꼭 키만 물어보는 것 같아요. '몇이냐?' '178인데요.' 그리고 옆의 사람한테 질문하고. 10명씩 들어가거든요. 그러니까 떨어지고. 방송은 하고 싶은데. 그때 제가 연출 전공이어서 나한테 야단맞았던 애들은 방송국에 들어가더라고. 그럼 걔들 보기 민망하잖아요. 그래서 나갈 수 있는 게 없을까 해서 코미디 쪽으로 한번 원고를 써보자 해서 후라이 보이 곽규석 선생님을 찾아가서 처음부터 말은 못 걸었고 7, 8번 만나서 화장실에 가셨을 때 옆에 가서 '원고 누가 써요?' 그러는데 '내가 쓰는데' 그래서 '제가 한번 써봐 드릴게요.' 자문자답하고 얼른 제가 와서 진짜로 써서 갖다 드렸더니 진짜로 고쳐서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지금도 그게 먹힌다라고 생각하는 게 개그맨들은 아이디어 짜고 싶어서 '뭐하지, 뭐하지?' '핸드폰 가지고 해 봐' 그러면 금방 짜거든요. 그런데 이 생각을 못하고 있는 거야. 그럴 적에 누가 '걸레를 가지고 해 보세요.' 아니면 '모자를 이용해서 해 보세요' 이렇게 해 주면 '그래, 모자로 해 볼까' 이런 계기가 돼서 하거든요. 그래서 곽 선생님도 무진장 바쁘실 적에 제가 그런 얘기들을 좀 했죠. 그거에 도움이 돼서 제가 그분 사무실에서 일하기 시작했죠. 오래 했어요.

◇ 박재홍> 곽규석 선생님이 CBS의 '다이얼 Y를 돌려라', 인기 프로그램.

◆ 전유성> 아까 오다가 봤어요, 사진을. 제가 중학교 때였던 것 같아요.

◇ 박재홍> 그러셨어요?

◆ 전유성> 대선배님이죠.

◇ 박재홍> 선생님이 작가 글을 쓰는 것부터 시작하셨으니까 어떤 창의력 있는 개그맨들의 개그일 수 있지 않나.

◆ 전유성> '작가'라는 표현보다는 '스크립터' 그러다가 '구성작가.' 구성작가 하면서 작가로 시작이 됐죠. 그래서 본격적으로 코미디 프로그램도 쓰기 시작하고.

◇ 박재홍> 그렇군요. '광산아 고맙다, 석탄아 고맙다' 콘셉트로 콘서트 꼭 열고 싶다고 적으셨던데.

◆ 전유성> '개나 소나 콘서트'는 동물한테 했잖아요. 얼마 전에 지리산에서 산삼축제를 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이 못 와서 식물한테 음악을 들려주면 잘 자란다는데, 해본 사람이 없어요. 그래서 그러면 산삼한테 음악을 들려주자. 이왕이면 국악으로 들려주자 그래서 들려줬어요.

◇ 박재홍> 산삼에게?

◆ 전유성> 그러고 나니까 동물, 식물한테 했는데, 광물한테는 한 번도 안 한 것 같아서.

◇ 박재홍> 석탄.

◆ 전유성> 광물한테. 우리 부모님을 예전에 따뜻하게 해준 것에 감사하는 음악회를 하겠다, 그렇게 해서 저쪽 관계자들이 막 얘기를 하고 있는 중인데.

◆ 박성태> 철광석, 석회석도.

◆ 전유성> 그렇죠. 그 앞에 가서.

◆ 박성태> 산삼 콘서트는 일단 산삼에 대한 위치추적이 돼야 되는 거 아닙니까?

◆ 전유성> 산삼을 키우자, 그쪽에서는.

◇ 박재홍> 장뇌삼 이런.

◆ 전유성> 굉장히 많이 키웁니다. 특산품으로 20~30년 전부터.

◆ 박성태> 상상이 마치 주문처럼 음악을 틀면 500년 된 산삼이 불쑥 일어나고.

◇ 박재홍> 그렇군요. 선생님 보내드리기 1분 정도 남았는데요, 이제 선생님 뭘 늘 고정관념을 거부하고 새로운 상상력의 어떤 아이콘이신데, 뭐랄까요. 좀 일상에 지친 분들,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는 팁이랄까요. 훈련으로 됩니까, 이게?

◆ 전유성> 훈련으로 되는 건 아니지만 내가 뭘 하고 싶은데 남들이 뭐라고 그럴까 봐 못한 것들 한번 시도해 보는 것. 그게 고정관념을 깨는 거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 박재홍> 남들이 안 된다고 할 때.

◆ 전유성> 빨간 머리를 하고 싶은데 누가 뭐라고 할까 봐 못해. 그럴 때 빨갛게 해 보는 거죠.

◇ 박재홍> 앵커가 무슨 빨간 머리야? 아예 빨간 머리 해 버리면.

◆ 전유성> 이빨 빨갛게 칠하고.

◆ 진중권> 다음 주에 보겠습니다.

◇ 박재홍> 다음 주에? 브릿지라도.

◆ 진중권> 주말 지나고 보겠습니다.

◇ 박재홍> 알겠습니다. 오늘 정말 어렵게 어려운 자리 함께해 주셨는데요. '지구에 처음 온 사람처럼', 에세이집을 낸 개그맨 전유성 씨. 앞으로도 건강하시고 많은 팬들과 오래오래 함께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오늘 감사합니다.

◆ 전유성>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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