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들 “제주도서 1인 180만원 쓸것”..인프라는 도심 편중

2024. 2. 3.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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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제주스러운 매력 남서, 동북 쪽 고립
가족단위 개별화된 유커, 도심에 있다 떠나

[헤럴드경제 제주=함영훈 기자] 제주도에 중국인 관광객들(유커)의 발길이 이어진다지만, 그리 많지 않고, 있더라도 제주시 도심과 서귀포시 중문 등지 정도이고, 두 도시의 중심부 만 벗어나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무비자의 이점 때문에 제주 가서 잘 놀고, 소비의 즐거움도 맛보고 싶어하지만, 이를 제주특별자치도의 관광 거버넌스가 뒷받침해주지 못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에게 편리한 교통인프라가 부족한 제주 남서지역. 사진은 2월초 꽃망울을 터뜨린 한림공원 수선화
외국인 관광객에게 편리한 교통인프라가 부족한 제주 동부지역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거문오름 용암계 동굴군

중국인 관광객(유커) 1인당 제주도에 3~4일 머무는 동안, 180만원 가량 쓸 의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먹고 쇼핑하며 즐기는데만 쓰는 돈으로, 경제유발 효과는 내국인의 2~3배나 된다.

그러나 유커의 한국행이 단체관광에서 개별관광으로 급격히 변화한 가운데, 제주시 도심, 서귀포 도심과 중문, 성산일출봉을 제외하고는 제주특별자치도의 다채로운 여행을 즐길만한 교통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않아 유커의 급증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무비자로 가는 제주여행에 대한 중국인들의 열망은 최근 조사에서 잘 나타난다. 3일 제주연구원에 따르면, 연구원이 최근 중국 1000만 도시인 난징 시민 357명을 상대로 ‘제주’ 여행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제주 방문 계획이 있다’는 응답이 무려 86.8%에 달했다. 제주 선호도가 예상을 크게 뛰어넘을 정도로 많은 것이다. 현재 제주∼난징 직항 노선이 2개 항공사에서 주 8편 운항 중이다.

제주 남서쪽,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용머리해안
제주 동쪽, 아카데미상 수상자 윤여정 배우와 ‘도깨비부인’ 김고은이 출연한 영화 ‘계춘할망’ 촬영지 평대어촌.

제주 여행 선호 체류 기간은 ▷3박 4일 30.8% ▷2박 3일 22.4% ▷4박 5일 22.1% ▷일주일 이상 12.9%로 나타났다.

제주 체류 기간 지출 의향 경비는 ▷149만∼186만원 23.8% ▷186만∼223만원 21.3% ▷93만~149만원 16.8% ▷223만∼279만원 16.8% 순이었다.

평균값은 3~4일간 180만~200만원에 달한다. 제주 여행 시 선호 쇼핑 품목은 ▷화장품 37.5% ▷의류·잡화 17.4% ▷인삼·한약재 15.7% 순으로 조사됐다.

제주 관광 매력(2개 이상 중복응답)에 대해서는 ▷다양한 관광자원 69.7% ▷여행안전·치안 49.3% ▷가까운 거리 45.7% ▷쇼핑·면세점 43.7% ▷뚜렷한 사계절 38.4% ▷(합리적인) 여행 경비 38.1% ▷여행지 위생·보건의 우수성 35% ▷무비자 입국 21% 등으로 나타났다.

제주연구원은 여행 경비 내에 제주의 다양한 자연 자원을 관람할 수 있는 일정을 포함하고 일부 문화 체험이 가능한 체험 행사로 구성된 관광 코스를 개발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제주 남서지역, 신화역사공원, 산방산 스토리 주제 예술 조형물

그러나 가족단위, 친구단위 유커 개별여행객들이 제주에서 다양한 자연자원, 문화체험 등 여러 매력들을 체험하기엔 한계가 너무 많아 정책적 지원이 요구된다.

대부분이 제주시내와 주변, 서귀포 및 중문시내와 그 주변, 원포인트 성산일출봉, 해녀박물관 여행에 그치는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제주 남서와 동북은 정책 부재 속에 외국인관광객의 모습을 잘 보기 어렵다.

즉 ▷오설록 차밭, ▷제주비엔날레의 개최지인 저지리 문화예술빌리지, ▷제주 국제교육 빌리지, ▷세계지질공원 산방산, 용머리해안, ▷화순금모래해변, ▷대평포구, ▷마라도-가파도-차귀도-비양도 ▷부속섬으로 가는 출항지 이자 청정 제주먹거리를 즐기는 모슬포, ▷가파도를 마주보는 대정 송악산, ▷하멜 일행의 표착지이자 신비한 지질경관 도구리알, ▷유네스코 지질공원 수월봉, ▷낭만적인 풍경을 가진 신창풍차해안과 싱계물, ▷한림공원과 협재해변, ▷비양도, ▷제주도립곶자왈 공원과 환상숲 곶자왈, ▷홍콩자본이 운영해 중국인들의 높은 방문이 기대되던 복합리조트 제주신화월드, ▷제주시가 의욕적으로 만든 항공우주박물관, ▷오르기 쉽고 작은 백록담이 있는 금악오름 등 남서지역의 무수한 매력여행지에는 개별여행객들이 이용할 만한 교통편이 거의 마련돼 있지 않다.

제주 남서지역 오설록

제주 도심과 성산일출봉 사이, 동북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한라산과 거문오름 용암동굴군) 구역, 동남의 쇠소깍 등 세계지질공원 인근에도 유커들이 접근하는데는 큰 어려움이 따른다.

한국내 운전에 서툰 중국인 관광객이 렌트카를 사용하는데 부담을 느끼는 가운데, 제주공항에서 택시를 타면, ‘가장 제주스러움’을 간직하고 있는 남서 지역까지 5만~10만원의 비용을 내야 하고, 그 이후에도 이동 수단이 변변치 않은 실정이다.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리조트 주변지역 여행 큐레이션을 구상하고 있는 제주신화월드가 대중교통수단이 닿는 몇몇 거점과 리조트 사이에 유커를 운송하기 위한 셔틀버스 운행을 타진했지만, 제주 시내 도심 기득권자들이 이를 방해하고, 제주특별자치도가 결단력 있는 행정조치를 내리거나 인프라를 연결하지 않는 바람에, 더 많은 유커들을 제주도에 유치하고 싶어도 못하는 실정이다.

제주 남서쪽, 대정 송악산

안덕, 대정, 한경, 한림 등 제주 남서지역 관광업계 리더들은 “제주가 중국인 방한객 증대의 중요한 촉진 지역이 되어야 하는데, 도심 중심의 토착 기득권자들과 이를 비호하는 지자체의 직무 유기, 복지부동 때문에, 남서지역과 동쪽 지역은 정책적 지원, 교통인프라 연계성 부재 속에 외국인 상대 비즈니스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고, 제주도의 너무도 많은 매력을 외국인 관광객들이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채 떠나 버린다”면서 “그들은 ‘막상 제주 가보니 별것 없더라’고 오해할 가능성이 높다. 중앙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유커들이 더 오고 싶어도 못오게 만드는 지자체의 정책 부재를 감시하고 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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