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로 읽는 과학] 해달 개체수 늘자 습지 침식 속도 느려졌다

박정연 기자 2024. 2. 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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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이번주 표지로 귀여운 어미 해달이 새끼를 안고 있는 모습을 실었다.

해달의 개체수가 늘어난 해안 습지는 침식되는 속도가 느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사진까지 활용해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해달 개체수가 많은 지역에선 염습지가 침식되는 속도가 80~90% 느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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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처 제공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이번주 표지로 귀여운 어미 해달이 새끼를 안고 있는 모습을 실었다. 

족제비과에 속하는 해달은 짧은 앞다리와 상하로 납작하게 눌린 꼬리를 갖고 있다. 같은 족제비과에 속하는 수달과 종종 헷갈릴 수 있는데 해달의 몸집이 수달보다 2배 가까이 크다. 서식지에도 차이가 있다. 해달은 주로 해안 부근 암초대에 서식하는 반면 수달은 강과 바다 등 물가와 바위틈 등이 주된 서식지다.

해안 습지의 보존과 관련해 해달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해달의 개체수가 늘어난 해안 습지는 침식되는 속도가 느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서식지의 최상위 포식자인 해달이 해안 습지를 손상시키는 게를 잡아먹기 때문이다. 포식자를 복원하는 것이 해양 생태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브렌트 휴즈 미국 소노마주립대 교수가 이끈 국제 공동연구팀은 해달이 해안 서식지 주변 염습지의 침식 속도를 최대 90%까지 늦춰준다는 연구 결과를 1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조수에 의해 바닷물이 드나들며 염분 변화가 큰 염습지는 동물과 인간의 생태에 모두 중요하다. 갈대나 칠면조와 같은 염생식물에게는 삶의 터전이 된다. 갯벌보다 탄소흡수량이 5배 많아 인간의 산업시설이 일으키는 환경오염을 완화하는 데 보탬이 된다. 

염습지는 최근 생태계 환경이 변화하면서 점점 줄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하고 해안이 개발되면서 면적이 감소하는 상황이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포식자 개체수의 감소가 지목됐다. 최상위 포식자가 서식하기 척박한 환경으로 변화하면서 해안선을 침식시키는 게나 달팽이의 개체수가 조절이 되지 않게 됐다는 이야기다. 다만 포식자 개체수가 염습지 보존이나 파괴에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그간 제시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최상위 포식자인 해달의 개체 수가 염습지의 면적 증감과 관련됐는지 알아보기 위한 분석에 나섰다. 10년에 걸쳐 13개의 염습지에서 조사를 실시하고 하구 주변 5곳에서 소규모 실험도 진행했다. 

항공사진까지 활용해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해달 개체수가 많은 지역에선 염습지가 침식되는 속도가 80~90% 느려졌다. 일부 염습지는 기존보다 확장되기까지 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한 예측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도출됐다. 해달이 염습지를 손상시키는 굴을 파는 게를 잡아먹으면서 침식 속도가 느려졌단 분석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최상위 포식자의 개체수를 회복하는 것이 해안 생태계를 보존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이끈 휴즈 교수는 "해달의 개체수가 늘어나자 염습지의 손상 속도는 매우 효과적으로 늦춰졌다"며 "최상위 포식자를 보호하는 것이 염습지 보존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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