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 회귀해 유괴범을 막으려는 주인공, ‘나만이 없는 거리’[오마주]

이혜인 기자 2024. 2. 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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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나만이 없는 거리>의 주인공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타임워프 능력자다.

‘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20년 전의 나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요새 들어 이런 질문 더 자주 던지게 되지 않으셨나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 과거의 삶을 다시 사는 ‘회귀물’의 인기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재벌집 막내아들로 돌아가서 미래에 ‘떡상’할 주식을 미리 산다거나(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나를 배신하고 서로 바람을 핀 절친과 남편에게 복수를 하는(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 이야기는 줄거리만 들어도 짜릿하죠.

회귀물 또는 타임워프 콘텐츠에서 주인공들은 과거를 한 번 살아봤기 때문에 그 정보를 이용해 미래를 바꿉니다. 요새는 큰 돈을 벌거나, 복수를 하는 내용이 인기를 끄는데요. 타임워프 서사의 근본은 미래에 일어난 불행을 막는 것입니다. tvN 드라마 <시그널>에서 주인공이 무전기로 과거와 현재를 매개하면서 연쇄살인범죄를 저지했던 것처럼요.

애니메이션 <나만이 없는 거리>. 티빙 제공

일본 애니메이션 <나만이 없는 거리>의 주인공 사토루는 타임워프 능력자입니다. 그는 출판사에서 번번이 퇴짜를 맞는 비인기 만화가입니다. 편집자로부터 “작품에서 당신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듣는, 어딘가 심심한 인물이죠. 피자배달을 하면서 무미건조한 일상을 살고 있죠.

여느 때처럼 피자배달을 가던 사토루에게 타임워프 능력이 발동합니다. 그는 불운이 일어날 것만 같은 순간을 감지하곤 하는데, 아마도 그건 과거로 돌아가서 이미 그 순간을 살아봤기 때문이겠죠. 사토루 본인은 그 능력을 ‘리바이벌’이라고 부릅니다. 사토루는 트럭에 치일 뻔한 아이를 구합니다. 며칠 후에는 유괴범으로 의심되는 남자가 아이를 데려가려는 것을 미리 포착하고 감시해 범행을 저지합니다.

애니메이션 <나만이 없는 거리>의 한 장면.

이런 타임워프 물에서 주인공이 흔하게 처하곤 하는 상황은 바로 ‘나비효과’입니다. 자신이 한 행동이 예기치 못한 결과를 낳아서 미래가 이상하게 바뀌어 버리는 상황입니다. 유괴미수 현장에는 마침 사토루의 엄마가 있었습니다. 유괴범은 자신의 정체를 알아차린 것처럼 보이는 사토루의 엄마를 찾아가 살해합니다.

설상가상으로 엄마를 죽인 범인으로 지목돼 경찰에 쫓기던 사토루는 리바이벌을 통해 과거의 어느 순간으로 돌아갑니다. 초등학교 시절이죠. ‘왜 하필 이 순간이지’ 생각하던 사토루의 머릿속에 한 사건이 떠오릅니다. 바로 연쇄유괴살해사건이죠. 사토루는 엄마의 죽음이 이 사건과 관련돼 있을 수 있다고 보고 과거의 유괴범을 저지하기로 결심합니다. 사토루는 과거와 현재의 순간을 오가면서 양쪽에서 얽혀있는 사건들을 풀기 위해 뛰어다닙니다.

드라마 <나만이 없는 거리>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나만이 없는 거리>는 일본 애니메이션에서는 보기 드문 서스펜스 스릴러물입니다. 마치 정극처럼 진지하고, 어두운 분위기가 전반에 깔려있습니다. 보고 있으면 한국 드라마 <비밀의 숲>이나 <너의 목소리가 들려>가 연상됩니다. 타임워프물에서 주인공이 미래를 바꿀 때 선사하곤 하는 짜릿한 쾌감보다는 하나로 얽힌 과거와 미래가 어떻게 바뀌어 나갈지 긴장하고 보게 만드는 재미가 있죠. 추리물이 선사하는 재미랄까요.

일본에서는 원작 만화는 물론 애니메이션도 꽤나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 덕에 2017년에는 넷플릭스에서 실사 드라마도 제작됐습니다. 원작 만화, 애니메이션, 드라마는 스토리가 조금씩 다릅니다. 애니메이션의 결말이 원작 만화와 달라 아쉽다는 평이 많았는데, 이후 제작된 드라마에서는 원작의 결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노력한 것처럼 보입니다.

애니메이션과 드라마 모두 총 12화, 한 편당 20~25분 길이로 주말에 이어보기 좋습니다. 애니메이션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왓챠와 티빙에서, 드라마는 넷플릭스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스릴러지수 ★★★★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이런 쫀쫀한 긴장감을? 스고이네~

실사화지수 ★★ 일본 애니메이션 실사화는 왜 조금씩 아쉬운걸까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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