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태 기자의 책에 대한 책] "독서는 나라는 껍질을 깨뜨리고 타인의 자리에 나를 앉힌다"

김유태 기자(ink@mk.co.kr) 2024. 2. 2.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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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애서가로 유명하다.

"책은 우리가 우리 자신을 넘어서 생각하게 만든다" "책을 읽음으로써 다른 사람의 경험을 이해하고 그것이 나 자신의 생각을 넓혀주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란 오바마의 명언은 아직도 회자된다.

한국에 2021년 출간된 이 책은 저자 루이스의 여러 저서에 나온 유명한 글을 묶은 산문집이다.

이때 책은 하나의 창(窓)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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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책을 읽는가'에 철학적으로 답한 '나니아 연대기'의 원작자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애서가로 유명하다. '책 읽는 대통령'의 정석(定石)이었던 그는 책과 관련한 숱한 명언을 남겼다. "책은 우리가 우리 자신을 넘어서 생각하게 만든다" "책을 읽음으로써 다른 사람의 경험을 이해하고 그것이 나 자신의 생각을 넓혀주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란 오바마의 명언은 아직도 회자된다.

나는 오바마의 저 유명한 말들이 '20세기 최고의 지성'으로 추앙받는 C S 루이스(1898~1963)의 글을 인용한 결과라고 확신한다. 오바마의 말과 루이스의 글 사이에 빼다 박은 듯한 유사성이 보여서다.

그 책은 바로 루이스의 '책 읽는 삶'이다. 한국에 2021년 출간된 이 책은 저자 루이스의 여러 저서에 나온 유명한 글을 묶은 산문집이다. 200쪽도 안 되는 분량이라 완독에 한나절도 걸리지 않는데 온통 명문으로 가득하다. 첫 번째 글은 '우리는 왜 책을 읽는가'란 제목의 6쪽짜리 짧은 산문이다. 루이스는 우리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타인이 되어보는 경험"에서 찾았다.

모든 사람은 매일 '나 이상'이 되기를 갈망하는 존재들이다. 그러나 나보다 더 나은 나를 달성하고 성취하는 일은 불가능해 보인다. 모든 인간이 각자의 '나' 자신이라는 껍질 안에 갇혀 있고, 이 때문에 자기의 렌즈로만 세상의 이치를 밝히려 하기 때문이다.

이때 책은 하나의 창(窓)과 같다. 책을 읽을 때 타인의 렌즈(저자의 시선)로 세상을 보는 경험을 이식받는다. "우리가 곧 타인의 자아가 되는 것이다. 단순히 어떠한 사람인지를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타인이 보는 것을 우리도 보기 위해서다. 거대한 극장에서 잠시나마 타인의 자리에 앉기 위해서다"(20쪽) 독서는 자아를 벗어나 타인의 내면으로 들어가는 행위다.

루이스는 전 세계에서 1억부 이상 판매된 '나니아 연대기'를 쓴 소설가였고, 연극으로 상연된 '라스트 세션'의 희곡작가였다. 그의 질문은 골방의 혼잣말을 넘어 늘 독자와의 만남을 예비하고 있었다. 정상급 베스트셀러 작가이면서도 루이스는 늘 고서(古書) 안에 침잠했다. 옥스퍼드대 영문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교수이기도 했던 루이스는 "플라톤 철학을 배우겠다는 학생 가운데 '향연'을 번역판으로나마 뽑는 이가 없다"고 한숨을 지었다.

루이스에게 진짜 독서란 원전을 읽는 것이었다. 신서(新書)보다는 원전에 몸을 휘감아야 한다고 그는 봤다. 원전보다 10배나 두껍고 난해한 해설서 대신 원전의 한 문장이 긴요하다. 이미 읽었던 책이란 이유로 책을 다시 펼치려 하지 않는 건 책을 '다 탄 성냥개비, 오래된 기차표, 어제자 신문' 취급하는 것이라고 그는 쓴다. 그건 '책의 죽음'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C S 루이스의 '책 읽는 삶'을 읽었는지는 불분명하다. 그러나 세계의 애서가들은 읽지 않은 문장의 심연을 이미 여행하고 돌아온, 그래서 이미 서로를 관통한 자들처럼 보인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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