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한사온'은 옛말 이제는 '삼한사미'…미세먼지 극성

박광온 기자 2024. 2. 2.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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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 물러가면 전국 대부분 미세먼지
입자 작고 인공 성분 많아 신체에 유해
지구온난화로 대기 정체 심해져 농도↑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서울에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된 지난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역 반포대로 일대가 뿌옇다. 2024.02.01. kmn@newsis.com


[서울=뉴시스]박광온 기자 = 최근 한파가 이어지다 기온이 오르면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삼한사미'(사흘간 춥고 나흘간 미세먼지가 가득하다는 뜻)가 겨울철 날씨를 함축하는 용어로 쓰이고 있다.

특히 겨울철 미세먼지는 입자가 작아 신체에 침투하기 쉽고 유기화합물 등 인공적 성분이 많아 유해한데,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로 대기 정체가 심해져 미세먼지 유해성은 더욱 커지고 노출 빈도도 높아질 것이라 경고했다.

2일 미세먼지 측정 사이트인 '에어코리아'에 따르면, 이날 미세먼지(PM-10) 농도는 서울·인천·경기남부·세종·충남·광주·전북은 '나쁨', 그 밖의 권역은 '좋음'에서 '보통' 수준을 보이고 있다. 경기북부·대전·충북·전남·제주권은 오전에 일시적으로 '나쁨'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전날(1일)에는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서울 등 수도권과 충청권을 중심으로 초미세먼지(PM-2.5) 주의보가 내려지기도 했다. 초미세먼지 주의보는 시간당 평균농도 75㎍/㎥가 2시간 이상 지속할 것으로 예상될 때 내려진다.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에 따르면, 전날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진 서울, 경기, 충북, 충남 지역 초미세먼지 농도는 100㎍/㎥까지 오르기도 했다. 초미세먼지는 기준상 51~100㎍/㎥이면 '나쁨'이고, 101㎍/㎥ 이상이면 '매우 나쁨'으로 분류된다.

미세먼지는 황산염, 질산염, 암모니아 등의 이온 성분과 금속화합물, 탄소화합물 등 유해물질로 이뤄져 사람의 폐포까지 깊숙이 침투해 각종 호흡기 질환을 일으킨다. 이로 인해 세계보건기구(WHO)는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전광판에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으로 표시되고 있다. 2024.01.31. photocdj@newsis.com


곽혜선 이화여대 약학대학 대학원 교수는 지난 2021년 3월 국제저널 '환경보건(Environmental Health)'에 발표한 논문에서 초미세먼지가 100㎍/㎥ 상승할 때마다 폐렴으로 인한 병원 입원은 1%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앞서 지난달 21일부터 25일까지는 아침 최저 -18도까지 내려가는 등 강추위가 이어지면서 미세먼지는 '좋음' 수준을 보였으나, 이후 기온이 오르면서 점차 미세먼지 농도는 '나쁨'으로 바뀌었다.

이처럼 겨울철에 강추위와 극심한 미세먼지가 번갈아 가며 나타나는 현상을 두고 최근 시민들 사이에선 '삼한사미(三寒四微)'라는 말이 나오기도 하고 있다. 삼한사미란 사흘간 춥고 나흘간 미세먼지가 가득하다는 뜻으로, 겨울철 대표적 용어인 삼한사온을 대체하는 신조어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손모(29)씨는 "최근에는 추위 아니면 미세먼지 가득한 날씨라 '삼한사미' 시대가 된 것 같다"며 "강추위가 끝나고 기온이 오른다는 뉴스가 나오면 바로 마스크를 꺼내 쓰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의왕시에 사는 박준모(29)씨도 "춥다가 날 풀리면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니, 외출할 때는 꼭 마스크를 따로 챙겨 쓰는 편"이라며 "그래서 삼한사온이란 말은 옛날이고, 미세먼지 때문에 이젠 삼한사미라고 표현한다"고 전했다.

특히 겨울철 미세먼지는 황사 등 봄철 미세먼지보다 입자 크기가 작아 몸속으로 침투하기 쉽고, 배기가스·난방으로 인한 유기화합물 등 인공적 성분을 많이 포함하고 있어 더 독하다.

또 겨울에는 고기압이 한반도에 머물면서 지표면에 바람이 적게 불게 되는데, 이로 인해 미세먼지가 빠져나가지 않고 머무르면서 농도가 짙어지고 유해성도 높아진다.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 관계자는 "겨울철에 대기 정체가 자주 발생하기에 미세먼지 농도가 더욱 짙어지는데, 이로 인해 미세먼지 유해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지구온난화로 인해 미세먼지 유해성과 노출 빈도 수는 더욱 증가할 것이라 경고했다.

권원태 전 APEC기후센터 원장은 "지구온난화로 극지방의 빙하가 녹으며 유라시아 대륙과의 온도차가 줄어들게 된다"며 "바람은 기온 차이로 생기는데, 그 기온차가 줄어들면 바람이 약해지고 결국 대기 정체가 발생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우리나라는 계절풍 기후이기에 겨울철 북서계절풍이 부는데, 그 바람이 약해지면 미세먼지가 우리나라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그만큼 농도가 짙어져 유해성과 노출 빈도 수는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light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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