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PF사태로 공매行”... 대구 빌리브 헤리티지 수분양자들, 25억원 손해배상 집단소송
“매매가 하락분 보전해달라”
시공사인 ‘신세계 건설’은 소송 피해
1400억원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만기 연장에 실패해 공개매각 절차를 밟게 된 대구 빌리브 헤리티지 아파트의 수분양자 25명이 “분양가 하락으로 인한 손해를 보전해달라”며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2일 조선비즈 취재에 따르면 대구 수성구 소재 빌리브 헤리티지 아파트 수분양자 25명은 이날 시행수탁사 겸 매도주체인 교보자산신탁과 시행사인 그라운드디홀딩스를 상대로 총 2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공매 진행상황에 따라 손해배상 규모는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대구 빌리브 헤리티지는 ‘후분양 아파트’로 작년 8월부터 입주가 시작됐다. 원고들은 2022년 11월부터 각 호실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주택경기 침체와 고금리로 1·2순위 청약에서 146가구 모집에 108명이 지원(평균 경쟁률 0.74대1)하는데 그쳤다. 또 이후 계약 포기가 잇따랐다.
이에 일부 원고들은 ‘계약 이후 매매대금이 낮아지는 경우 매매대금을 소급 적용해 그에 상당하는 액수를 반환(안심보장제)’하는 내용의 특약을 계약 조건으로 요구했고, 아파트 공급계약서에 이 같은 내용을 기재했다. 그 결과 25가구만 최종적으로 매매계약을 체결하게 됐다.
원고측은 매매계약 당시 ‘상호간에 향후 잔여 매물이 헐값에 매매되면 먼저 매수했더라도 시세하락분을 소급 적용해 보전해준다’는 의사합치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정성엽 대구 빌리브 헤리티지 비상대책위원장은 “당시 미분양이 심각했지만 우리들은 이 특약을 믿고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이라며 “그런데 별다른 안내도 없이 급작스럽게 지난달 19일 미계약 물량 121가구 전부를 교보자산신탁이 공개매각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뉴스를 보고 알게 됐다”고 했다.
빌리브 헤리티지는 도급 시공사인 신세계 건설이 그룹으로부터 2000억원 자금 수혈을 받게 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2019년 1400억원 상당의 PF대출을 일으켜 사업에 착수했지만 작년 말, PF대출 만기연장에 실패하면서 교보자산신탁이 공개매각에 돌입했다.
원고측은 할인 분양 시도조차 없이 불과 1달만에 종료되는 공개매각 절차를 급히 진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첫 공개매각에서 미계약분 전량이 유찰됐는데 아파트 매각수익은 1회차 2009억원에서 2회차 1808억원(-10%)로 낮아졌다. 향후 3회차 1700억원(-6%), 4회차 1589억원(-6%), 5회차 1502억원(-6%)로 가격은 더 떨어질 예정이다. 5회차 입찰시 1회차와 비교하면 매매가격이 25% 가량 하락하는 손해가 예상된다.
수분양자 A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 2022년 11월 28일 해당 아파트 54평을 16억400만원에 매매계약했다. 당초 분양가는 18억원대였으나 옵션할인과 입주축하금 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공매가 3회차까지 진행된다고 가정하면 매매가는 12억6300만원(부가세 포함)까지 떨어진다.
쟁점은 미분양을 원인으로 하는 공개매각을 (특약에 포함된) 일반 분양계약의 성격으로 볼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부동산 PF부실 사태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향후 유사한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원고측 배기하 한솔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공매로 인해 예정된 매매가 하락은 분양 조건 변경 사항에 해당된다”며 “형식만 공개매각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됐을 뿐, 그 실질은 사인간 일반 매매계약과 법적 성질이 동일하다”고 했다.
피고측인 교보자산신탁측은 공개매각 결정이 계약상 ‘분양 가격 조건의 변경’에 해당되지 않아 손해배상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시행사 주도의 정상적 분양 활동에 의한 것이 아니라 PF 대출연장 불허 등 사유로 금융 기관등에 의해 공개매각을 진행하게 된 것이라서 이는 계약상 분양 가격 조건의 변경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교보자산신탁측은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수분양자들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고 이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시공사인 신세계 건설은 피고 명단에서 제외됐다. 빌리브 헤리티지는 ‘관리형 토지신탁’으로, 신탁사가 매도계약의 당사자가 된다. 시행사는 토지매입과 수분양자 모집 등 최소한의 역할만 하면서 수수료를 가져간다. 통상 민간분양에서 흔하게 이용하는 계약 방식이다.
이에 따라 책임범위를 놓고 교보자산신탁과 그라운드디홀딩스, 신세계 건설간 분쟁 가능성도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시행사측에 따르면 신세계 건설은 신용공여 대가로 사업 수익의 70%를 가져가는 조건으로 시행사와 계약을 맺은 상태다.
그라운드디홀딩스 관계자는 “사업 주체로 책임을 갖고 사업을 정상화하려고 다방면으로 노력했다. 계약상 내용을 이행하기 위해 추가 할인부분 만큼 수분양자들에게 소급을 해줘야 된다는 점에 동의한다”면서도 “모든 의사 결정은 사실상 신세계 건설이 했는데 이제 와서 마치 단순 도급사인것처럼 하고 있다. 저희와 상의도 없이 교보신탁측과 협의해 공개 매각이 급속하게 진행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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