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스밍총공' '사재기'로 얼룩진 한국의 대중음악 차트, 신뢰할 수 있나

심영구 기자 2024. 2. 2.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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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인이자 음악 저널리스트인 밥 스탠리는 그의 명저 〈모던 팝 스토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차트란 대중의 무의식을 짚어낼 수 있는 지도이자, 한 시대의 날씨 기록지다.

1991년 3월 1일부터 데이터가 수집됐고, 빌보드가 이를 반영한 차트를 내놓은 건 그 해 말부터다.

닐슨 사운드 스캔에 의해 바코드를 통해 전국의 판매량이 집계되고, 라디오의 에어플레이 횟수가 전부 찍히기 시작하자 차트에는 큰 변화가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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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칼럼] 데이터 산출 방식 변화가 음악 산업의 지형도를 바꿨던 그때 (글 :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음악인이자 음악 저널리스트인 밥 스탠리는 그의 명저 〈모던 팝 스토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차트는 살아 있는 사회적 역사다.”

즉, 듣는 이들은 롤링 스톤스의 ‘(I Can’t Get No) Satisfaction’이나 도나 서머의 ‘I Feel Love’를 그냥 들어서는 그 음악이 얼마나 충격적인지에 대해 알 길이 없다. ‘Satisfaction’은 빌보드 차트 10위권에 함께 머물러 있었던 제이 앤 더 아메리칸스의 ‘Cara Mia’나 패티 페이지의 ‘Hush Hush Sweet Charlotte’ 같은 성인 취향의 톱 10 히트 팝송과 함께 듣고, ‘I Feel Love’는 그 위아래에 포진해 있던 스티븐 비숍의 ‘On And On’과 데비 분의 ‘You Light Up My Life’와 함께 들어야 이 음악들이 당시 얼마나 큰 충격을 주었는지 감지할 수 있는 것이다. 차트에서 모든 것들은 콘텍스트가 된다.

차트란 대중의 무의식을 짚어낼 수 있는 지도이자, 한 시대의 날씨 기록지다. 미국의 빌보드, 영국의 오피셜 차트, 일본의 오리콘 차트… 케이팝 시대가 도래하면서 우리에게도 익숙한 선진국의 차트 이름들이다. 이런 차트들이 국내에 수시로 언급될 만큼 공신력을 가진 이유는 집계 방식이 정확하고 음악이 소비되는 다양한 과정을 반영한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세력’의 개입에 의해 순위가 조작되거나, 산업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면 차트의 사회적 공신력은 땅에 떨어진다. 팬덤의 놀이터가 되거나 홍보, 바이럴 등으로 이익을 얻고자 하는 관계자들의 장사판이 된다. 지금 한국의 음원 차트가 그러하듯 말이다.

차트 집계 방식의 중요성과 영향력을 보여주는 사건이 있다. 1991년 빌보드에서 벌어진 일이다. 현재 빌보드의 데이터는 음악판매 집계시스템인 ‘닐슨 사운드 스캔’을 통해 수집된다. 전산망을 통해 음반 및 다운로드, 스트리밍등의 판매 기록을 추적하는 시스템이다. 1991년 3월 1일부터 데이터가 수집됐고, 빌보드가 이를 반영한 차트를 내놓은 건 그 해 말부터다.


그렇다면 이전에는? 놀랍게도 전화를 통해 이뤄졌다. 빌보드 측에서 미국의 음반 소매상, 방송국 등에 전화를 걸어 담당자를 통해 판매 및 방송 횟수를 전달받아 이를 집계했다. 광대한 영토의 모든 업체 및 방송국에 연락할 수 없으니 일종의 샘플 조사 방식이었다. 동부와 서부의 취향이 다르고, 인종별 취향이 다르며, 대도시와 농촌의 취향이 다를 수밖에 없는 광대한 나라에서 이런 ‘샘플링’은 종종 과대/과소평가를 낳을 수밖에 없었다. 또한 음반 산업 협회(RIAA)도 판매량 통계를 갖고 있었지만 소비자가 구입하는 소매 데이터가 아니라 도매상에서 소매상으로 출하되는 도매 데이터였다. 실제 대중의 무의식을 낱낱이 들여다보기에는 여러모로 허술했다. 슈퍼 스타의 새 앨범은 과대 집계되고, 팬층이 뚜렷한 특정 장르는 소외받기 십상이었다. 

닐슨 사운드 스캔에 의해 바코드를 통해 전국의 판매량이 집계되고, 라디오의 에어플레이 횟수가 전부 찍히기 시작하자 차트에는 큰 변화가 일어났다. 그 이전 빌보드 앨범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는 앨범은 연평균 10장 내외였다. 1983년과 1984년은 그 절정이었다. 마이클 잭슨의 〈Thriller〉, 폴리스의 〈Syncronicity〉, 프린스의 〈Purple Rain〉이 2년 중 76주 동안 정상을 차지했다. 1982년 MTV개국으로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으로 시장이 지각변동하기 시작했는데도 말이다. 반면, 빌보드의 집계 방식이 변하자 1991년의 넘버원 앨범은 20장이 넘었으며, 이후에도 한 앨범이 1위에서 장기 집권하는 경우는 점점 줄어들었다. 

그뿐인가. 1980년대까지 발매 첫 주에 넘버원을 차지한 앨범은 단 여섯 장이었다. 마이클 잭슨, 스티비 원더, 엘튼 존, 휘트니 휴스턴, 브루스 스프링스틴 등 슈퍼스타 중의 슈퍼스타만이 차지한 타이틀이었다. 그런데 1991년 5월, 슈퍼스타라고 하기에는 애매한 한 록 밴드의 2집이 1위로 데뷔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헤비메탈 밴드 스키드로우의 〈Slave To The Grind〉가 그 주인공이었다. 1989년 발매된 그들의 데뷔 앨범의 차트 최고 기록은 불과 6위였다. 이제는 인기 가수라면 당연한 ‘발매 첫 주 넘버원’의 시작이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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