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 돌발행동 대응, 활동보조사 2인1조라면…”[지적장애인 공존]

2024. 2. 1.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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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불안정 일자리…최약체 50·60 여성만 유입
식욕 절제 불가해 키·몸무게 거구인 발달장애인 다수
물리적으로 통제 불가하지만 활동보조사 매칭 불가피
“일자리 질 높이면 활동보조사 사고 막을 수 있을 것”
지난해 6월13일 오후 대구 서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자신이 담당하던 지적장애인에게 밀침 당해 땅바닥에 쓰러지는 활동지원사의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장면 갈무리.[피해자 가족측 제공]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지난해 6월 대구에서 키 180㎝, 몸무게 100㎏대의 20대 지적장애인 남성이 달려와 무방비 상태의 60대 여성 장애인활동보조사를 밀쳐 넘어뜨린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이 일어난 대형 마트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활동보조사는 남성에게 집으로 가자는 손짓을 하며 뒤따라 걷고 있었다. 그 다음 장면은 남성이 달려와 활동보조사를 두 손으로 강하게 밀치자 속수무책으로 뒤로 넘어져 의식을 잃는 모습이었다.

1일 대구지검 서부지청에 따르면 이 사건은 현재 대구지역 보호관찰소 넘겨진 상태다. 가해 장애인측의 주장대로 가해 장애인의 정신 연령이 5세 수준인지를 검증하는 단계다. 만약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다고 입증되면 처벌은 불가능하다.

이 사건이 크게 주목받았던 이유는 그동안 장애인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활동보조사들에게 일상적으로 노출된 위험 사례가 단적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고미숙 전국활동지원사노동조합 조직국장은 “발달장애인의 돌발행동으로 활동지원사가 다치거나 트라우마가 생겨서 일을 그만두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며 “경미한 골절, 찰과상 등의 사고는 많다. 하지만 대구 사건처럼 피해자가 뇌까지 다치는 일은 드물다”고 말했다.

또 “돌봄 중 다치거나 상처를 입어도 장애인 측은 ‘장난’ 또는 ‘실수’로 그랬다고 한다. 활동보조사들은 문제제기를 했다간 복지관에서 일자리를 잃을까 조용히 넘어가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60대 작은 체구의 여성 활동보조사가 물리적으로 거구의 성인 남성 장애인을 전혀 통제할 수 없음에도 담당으로 배정된다는 점이다.

현재 장애인활동보조사는 50대와 60대 중년여성이 대다수다. 돌봄노동과 육체노동이 결합돼 일이 힘들고 어렵다고 소문이 난 데다 임금 수준이 낮다보니 일을 하려는 인력이 적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남성 장애인의 부모 역시 행동을 통제해 줄 남성 활동보조사가 배정되길 바라지만 임금 수준이 낮은 탓에 남성 인력 자체가 귀하다.

피해자 아들 윤대건씨는 “최저임금에 불안정한 일자리다보니 젊은 사람들과 남성들이 유입이 안되는 것인데, 작은 중년 여성이 아니라 적어도 덩치가 큰 성인 남성이 맡았다면 장애인의 돌발행동을 어느 정도 저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고 밝혔다.

고 국장과 윤 씨 모두 향후 유사 사례 재발방지 차원에서 활동지원사의 안전을 보장해줄 장치와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등 정부에서는 수년 째 제기되어온 대책 마련 요구에 귀를 기울이고 있지 않다고 주장한다.

현재 한 명의 활동보조사가 장애인 한 명을 전담하고 있는 시스템에서, 적어도 활동보조사 교체·인수인계 2주~한 달 정도는 2인 1조로 돌봄을 할 수 있도록, 인적·금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고 국장은 “가장 사고가 많이 벌어지는 때는 장애인이 활동보조사를 처음 만나서 적응하는 초기”라며 “많은 발달장애인들이 불안증세를 동반하기에 환경이 바뀔 때 사고가 터진다. 이때만큼은 기존 활동보조사가 같이 남아서 주의할 점을 알려주고 적응을 도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윤 씨는 “긴급상황이 벌어질 때 경찰이나 복지관에 바로 연락을 취할 수 있도록 스마트워치 등의 장치가 활동보조사에게 지급됐으면 한다”며 “저희 어머니처럼 대형마트가 아니라 주택 안이나 도로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면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수사기관과 사법부는 자기 통제 능력이 부족한 지적장애인 등 발달장애인의 심신장애를 참작해 가해자를 처벌하지 않거나 무죄 판결을 내리곤 한다.

실제로 2014년 전 부산의 한 복지관에서 2살 아이를 건물 3층에서 집어던져 살인 혐의로 기소된 발달장애인(당시 19세)은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법원은 “살해행위가 충분히 인정되지만 발달장애 1급으로 심한 자폐증세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심신상실 상태에서 범행했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반면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기존에 지적장애 판정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사건 당시에 사물에 대한 변별능력과 그에 따른 행위통제능력이 결여되거나 감소되었다고 볼 수 없을 때는 피고인이 심신장애의 상태가 아니라고 판단해 실형을 선고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검찰에 따르면 정신질환자가 범죄를 저질러 검거되는 사례는 매년 7000여건 가까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절도, 폭행, 상해, 성폭력 범죄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국립법무병원에 수용되는 정신질환자의 수도 매년 700~900명대에 이른다.

범죄를 저지른 장애인과 그 가족 중에는 피해자에게 보상할 여력이 안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수사기관 관계자는 “이 경우 국가의 잘못은 아니기 때문에 국가가 피해자에게 보상을 해줄 수도 없다. 대신에 범죄 피해자에게 의료비, 상담비, 이전비(이사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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