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 볼!] 남반구서 펼쳐지는 테니스 축제, 호주오픈 즐기는 법

장민석 기자 2024. 2. 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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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호주오픈 남자 단식 챔피언 야니크 시너가 우승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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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4대 메이저 대회 중 한 해를 시작하는 2024 호주오픈이 막을 내렸습니다.

남자 단식에선 야니크 시너(23·이탈리아)가 다닐 메드베데프(28·러시아)를 맞아 1~2세트를 내주고 3~5세트를 따내는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쓰며 첫 정상에 올랐죠. 이탈리아 선수로 일궈낸 첫 호주오픈 우승이었습니다.

호주오픈 최다 우승(10회)을 자랑하는 ‘살아있는 전설’ 노바크 조코비치(37·세르비아)는 이번엔 준결승에서 고배를 마셨습니다. 시너에게 1대3으로 물러나며 호주오픈에서 2195일 만에 패배를 맛보게 된 거죠. 2018년 대회 16강전에서 정현(28)에게 0대3으로 무릎을 꿇은 이후 호주오픈에서 당한 첫 패배였습니다.

준결승 패배 후 기자회견에서 얼굴을 감싸쥔 조코비치. / 로이터 연합뉴스

조코비치는 2019~2021년 호주오픈 정상에 올랐고, 2022년엔 코로나 백신 접종 거부로 불참했으며, 다시 작년에 챔피언에 오르며 호주오픈 33연승을 기록 중이었는데 신네르가 이를 멈춰 세운 겁니다.

이번 결승전에선 마라트 사핀과 레이튼 휴이트가 맞붙은 2005년 이후 처음으로 ‘빅3′로 불리는 로저 페더러(43·은퇴)와 라파엘 나달(38), 조코비치 중 아무도 뛰지 않은 매치업이 성사됐습니다. 그 길었던 ‘페·나·조’ 시대를 지나 이제는 시너와 작년 윔블던 챔피언 카를로스 알카라스(21) 등 새로운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는 것 같습니다.

멜버른 파크에서 우승 트로피를 든 시너. / AP 연합뉴스

여자 단식은 아리나 사발렌카(26·벨라루스)가 우승 트로피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사발렌카는 결승에서 중국 정친원(22)을 2대0으로 간단히 제압하며 대회 2연패(連覇)를 달성했죠. 호주오픈 여자 단식 2연속 우승은 2012~2013년 빅토리야 아자란카(35·벨라루스) 이후 11년 만이었습니다.

호주오픈 여자 단식 우승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한 사발렌카. / AFP 연합뉴스

호주오픈 얘기를 꺼낸 건 제가 올해 대회 현장을 다녀왔기 때문입니다. 남녀 단식 2라운드 경기가 펼쳐진 1월 17일 호주오픈이 열린 멜버른 파크를 방문했습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호주오픈 직관하는 법을 알려 드리려 합니다.

올해 대회는 비록 막을 내렸지만, 앞으로 매년 1월에 펼쳐지는 즐거운 테니스 축제에 참여하길 원하는 분들에게 제 글이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호주오픈이 열리는 멜버른 파크 전경. / X(옛 트위터)

호주오픈은 앞에서 언급했듯 멜버른 파크에서 열립니다. 호주 건국 200주년을 맞아 1988년 문을 연 이 곳은 1만5000명을 수용하는 로드 레이버 아레나(Rod Laver Arena), 1만500명이 들어가는 존 케인 아레나(John Cain Arena), 7500명 규모의 마거릿 코트 아레나(Margaret Court Arena) 등의 경기장이 있습니다. 5000명을 수용하는 KIA 아레나도 있죠.

로드 레이버 아레나와 존 케인 아레나, 마거릿 코트 아레나는 모두 개폐식 지붕을 갖추고 있습니다. 실제 제가 방문한 17일 오전엔 비가 내려 로드 레이버 아레나는 지붕을 닫고 경기를 진행했지만, 오후 되어 날이 개자 지붕을 열더라고요.

지붕을 연 로드 레이버 아레나의 모습. / 장민석 기자

저는 멜버른 시티(CBD·Central Business District) 쪽에 묵었는데 대회 기간엔 무료 트램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원래 멜버른 CBD 쪽은 무료 트램이 다니는데 멜버른 파크는 무료 트램 존엔 속하지 않아 돈을 지불해야 하지만, 호주오픈이 열리는 동안에는 CBD에서 무료 트램을 타고 멜버른 파크로 이동이 가능합니다. 저는 이날 조코비치가 뛴 마지막 경기가 끝나고 오전 12시10분쯤에 멜버른 파크를 나섰는데 그때도 무료 트램이 다녀 편하게 숙소로 갈 수 있었습니다.

호주오픈 입장권은 티켓마스터 사이트에서 구입이 가능합니다.

티켓마스터 호주 사이트인 ‘www.ticketmaster.com.au’로 접속하면 보통 메인 화면에 호주오픈이 걸려 있습니다. 검색창에 Austrailian Open이라 쳐도 되고요. 호주오픈은 보통 줄여서 ‘AO’라고 하니 그렇게 검색해도 됩니다. 들어가면 날짜와 세션, 경기장 등 여러 검색 조건이 있으니 원하는 방향으로 고르면 됩니다. 티켓창은 대회 개막 3~4달 전인 10월쯤 열리더라고요.

일단 여기서 먼저 설명해야 할 것이 그라운드 패스(Ground Pass)입니다.

이 티켓은 ‘멜버른 파크 원 데이 입장권’이라고 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내가 만약 1월 27일에 호주오픈이 열리는 멜버른 파크로 들어가고 싶다면, 27일 그라운드 패스를 구입하면 되는 거죠. 이 티켓으로는 멜버른 파크에 입장해 각종 부대 시설을 즐길 수 있으며, 선수들의 훈련 장면도 지켜볼 수 있습니다.

로드 레이버 아레나 앞. / 장민석 기자

호주오픈(AO) 앱을 설치하면 구매한 티켓과 선수들의 훈련 일정, 당일 경기 스케줄을 모두 확인할 수 있죠.

그라운드 패스로 모든 경기장에 들어가 볼 수는 있습니다. 다만 메인 코트인 로드 레이버 아레나와 마거릿 코트 아레나, 존 케인 아레나(일부 자유석은 그라운드 패스로 관람 가능)에서 열리는 경기를 보기 위해선 해당 스타디움 티켓을 따로 사야 관중석으로 입장이 가능합니다. 반면 KIA 아레나 등 작은 경기장들은 그라운드 패스로 경기를 관람할 수 있죠.

올해 호주오픈 그라운드 패스의 가격은 성인용 49호주달러(약 4만3000원), 어린이(만 3~11세)용 10달러(약 9000원)로 부담스러운 가격은 아닙니다.

그라운드 패스만으로도 존 케인 아레나 일부 자유석과 KIA 아레나 등에서 경기를 보고, 각종 기념품 숍에서 쇼핑도 하는 등 대회 분위기를 즐기는 데는 전혀 무리가 없습니다.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시설도 많아 가족 여행으로 찾기엔 제격입니다. 29달러부터 시작하는 나이트 그라운드 패스도 있는데 이 티켓은 오후 5시 이후부터 입장이 가능합니다. 원칙적으로 경기장에 반입 가능한 가방 크기는 A4 종이 크기 이하여야 합니다.

KIA 아레나에선 그라운드 패스만 가지고도 경기를 즐길 수 있다. / 장민석 기자

이날 KIA 아레나에서 프랜시스 티아포(26·미국)와 토마스 마쉑(24·체코)의 경기를 관람했습니다.

코트와 정말 가까운 자리라 눈 앞에서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보게 돼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이날 하위 랭커인 마쉑이 티아포를 3대1으로 물리치는 이변을 일으켰죠. 그라운드 패스로 KIA 아레나에서 열리는 경기만 봐도 금방 시간이 지나갈 것 같습니다. 경기장이 작다보니 승리한 선수들은 사인 요청도 잘 받아줍니다.

티아포와 마쉑이 맞붙은 KIA 아레나. / 장민석 기자
티아포와 마쉑이 맞붙은 KIA 아레나. / 장민석 기자

그래도 메인 코트인 로드 레이버 아레나나 마거릿 코트 아레나에서 경기를 보고 싶다면 스타디움 티켓을 따로 끊어야 합니다. 스타디움 티켓이 있으면 그라운드 패스가 없어도 멜버른 파크에 입장할 수 있습니다.

호주 테니스의 전설로 한 해에 4대 메이저 대회를 석권하는 ‘캘린더 그랜드 슬램’을 두 번(1962·1969)이나 달성한 로드 레이버(86)의 이름을 딴 로드 레이버 아레나는 호주오픈 결승을 포함해 주요 경기가 열리는 장소입니다.

마거릿 코트 아레나도 호주 출신으로 그랜드 슬램 단식 우승 24회를 차지한 마거릿 코트(82)의 영광을 기린 경기장이죠. 존 케인 아레나는 1980년대 중반 호주오픈을 멜버른에서 계속 열게 하는데 큰 공헌을 한 존 케인 빅토리아주 주지사의 이름을 딴 것이라고 하네요.

로드 레이버 아레나. / 장민석 기자

스타디움 티켓은 하루를 모두 커버하는 그라운드 패스와 달리 ‘데이 세션’과 ‘나이트 세션’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세션당 보통 2경기, 최대 3경기를 볼 수 있는 거죠. 나이트 세션은 오후 5시가 지나야 경기장에 입장할 수 있습니다.

당일 어떤 경기가 펼쳐지는 지는 보통 하루 이틀 전은 되어야 알 수 있습니다.

저는 호주오픈 방문일을 17일로 정하고 대진을 모른 채 예매를 진행했지만, 시간 여유가 되시는 분은 닥쳐서 대진을 보고 표를 사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단, 날짜가 촉박할수록 티켓 값은 오를 수 있습니다. 좋은 좌석이 사라져 있을 수도 있겠죠.

저희 가족은 두 경기가 예정돼 있던 ‘데이 세션’을 끊고 들어갔는데 여자 단식(미라 안드리바-온스 자베르), 남자 단식(알렉스 드 미노-마테오 아르날디) 경기가 너무 빨리 끝난 덕분에 여자 단식 한 경기(베아트리스 아다드 마이아-알리나 코르니바)가 더 배정돼 3경기를 보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펼쳐진 드 미노(아래)와 아르날디의 경기. / 장민석 기자

이날 세계랭킹 6위 자베르가 패하는 이변이 나왔죠. 호주 출신 드 미노는 홈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받으며 손쉽게 승리했고요. 비가 그치고 세 번째 경기 땐 지붕을 열었는데 그때 경기장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참 좋았습니다.

아, 여기서 하나 더 팁을 드리자면, 호주오픈에는 ‘시야 제한석(Restricted View)’이란 좌석을 팝니다. 저희는 2층 거의 맨 앞자리를 구입했는데 시야 제한석이라 오히려 2층 중간 자리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했습니다.

기자가 관람한 시야제한석에서 바라본 코트. 투명 아크릴판이 가리긴 하지만 관람하는데 큰 문제는 없었다. / 장민석 기자

처음엔 걱정을 좀 했는데 실제 가보니 투명 아크릴 판에 코트가 약간 가리는 정도라 경기를 관람하는데 지장은 거의 없었습니다. 티켓마스터에서 티켓을 살 때 직접 자리를 고를 수 있는데 ‘시야 제한석’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그날 ‘나이트 세션’ 티켓도 구입했습니다.

그랜드 슬램 대회에서 24회 우승을 차지하며 라파엘 나달(22회), 로저 페더러(20회)를 넘어 테니스 ‘G.O.A.T.(Greatest Of All Time·역대 최고 선수)’로 꼽히는 조코비치의 경기를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싶어서였죠. 조코비치도 이제 37세라 코트에서 볼 날이 머지않아 이번 기회를 놓칠 수 없었습니다.

호주오픈 2라운드에서 만난 조코비치(오른쪽)과 포피린. / 장민석 기자

조코비치의 경기를 보기 위해 머리를 좀 썼습니다. 호주오픈 개막일은 14일. 1라운드 경기는 14~16일 펼쳐지는데 보통 세계랭킹 1위 선수는 대회 첫 날 경기를 하기 때문에 조코비치가 14일 1라운드를 치르고, 17일 2라운드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죠. 역시나 17일 나이트 세션에 나오더라고요.

조코비치의 경기답게 티켓 가격은 제법 비쌌습니다. 2층 거의 맨꼭대기였는데 269달러(약 24만원). 그래도 결승 같은 경우는 같은 좌석 가격이 100만원을 훌쩍 넘어가는 걸 보면 나쁘지 않은 투자였습니다. 조코비치를 실물로 ‘영접’했으니까요.

이날 나이트 세션의 첫 경기는 사발렌카와 브렌다 프루비르토바의 2라운드였는데 싱겁게 사발렌카가 2대0으로 이겼습니다. 그러고보니 저는 이번 대회 여자 단식 챔피언을 미리 만나본 거였네요.

2층 꼭대기 좌석에서 바라본 로드 레이버 아레나 전경. / 장민석 기자

그리고 다음 경기에 조코비치가 나섰죠. 조코비치는 호주의 알렉세이 포피린과 만났습니다.

싱거운 승부가 될 것이란 예상과 달리 포피린은 2세트를 따내는 기염을 토했죠. 경기 장소가 호주이다 보니 홈 관중들의 성원이 뜨거웠습니다. 너무 뜨겁다 보니 심판이 자제를 요청하는 장면도 자주 나왔죠.

테니스는 매너의 스포츠입니다. 그래서 관람 매너도 중요한데요.

선수가 서브를 하기 위해 공을 바운드하는 순간엔 팬들은 어떤 소리도 내어선 안 됩니다. 선수의 집중을 방해해선 안되니까요. 그리고 플레이를 하는 동안에도 멋진 장면이 나올 때 탄성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보통은 숨 죽이고 지켜보는게 매너입니다.

테니스장에서 응원 구호가 나오는 순간은 플레이와 플레이 사이 시간입니다. 그러다 관중들이 앞선 플레이에 흥분한 나머지 선수가 서브를 하려고 준비 동작을 하는데도 큰 소리를 이어간다면 심판이 “땡큐” 등의 말을 통해 자제를 요청하는 거죠.

호주오픈 2라운드에서 만난 조코비치(오른쪽)과 포피린. / 장민석 기자

조코비치는 이날 호주 팬들과 종종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서브를 하려고 할 때 포피린을 응원하는 호주 팬들이 이따금 방해가 될 만한 소리를 내곤 했거든요. 한 번은 아예 관중석으로 돌아서서 호주 팬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죠.

아무튼 호주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이겨내고 조코비치는 3대1로 포피린을 꺾었습니다. 몇 차례 위기를 겪었지만 ‘전설’답게 잘 극복했죠. 비록 이번 대회 우승을 하진 못했지만 조코비치의 플레이를 직접 볼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조코비치의 경기가 끝나고 멜버른 파크를 나서는 길. 자정이 넘은 시간이었지만 무료 트램을 이용해 숙소로 편하게 귀가할 수 있었다. / 장민석 기자

단 하루였지만, 호주오픈 현장을 경험한 추억은 결코 잊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꼭 한번 직접 가볼 만한 이벤트입니다. 복잡한 규칙을 가진 종목과 달리 테니스는 직관적이라 스포츠를 잘 모르더라도 재미있게 볼 수 있어 가족 여행으로도 호주오픈은 안성맞춤이었습니다.

테니스의 매력에 푹 빠진 저희 가족은 언젠가 또 로드 레이버 아레나를 방문할 그 날을 기다려 봅니다.

호주오픈의 상징 'AO' 글자 위에 선 남자 단식 우승자 시너와 준우승자 메드베데프. /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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