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잘못 이르는 ‘원칙주의자’ 아이, 어찌 할까요

김미영 기자 2024. 1. 3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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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퇴한밤 솔루션 시즌 1 당신 아이의 이야기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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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4학년 여자아이가 원리원칙주의자예요. 새치기, 수업시간에 몰래 물 마시기, 약속 시각 안 지키기 등 친구들이 규칙을 어기면 지적을 하고, 지적받은 아이가 화를 내면 둘이 싸우고 그 친구랑 절교까지 가기도 합니다.

선생님께 친구의 잘못한 점을 얘기할 때도 있다 보니 다른 아이들 입장에선 고자질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그게 지적할 일이야 싶어 화내기도 하는 것 같아요.

학교에서 있었던 일 물어보면 친구들이 잘못한 얘기를 많이 합니다. 규칙이나 규범을 지키는 게 맞는 거니 뭐라 할 수도 없고, 단짝과 절교하면 저까지 아이 친구 엄마랑 서먹해지네요.

육퇴한밤 도덕성이 엄격한 친구 같아요. 잘못된 걸 알려주는 거지만 자칫 친구들에게 미운털이 박힐 수도 있겠어요.

김효원 교수님 사연의 아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도덕성과 사회성 발달을 함께 이해하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아이들이 옳고 그름을 배우기 시작할 때 처음에는 자기 자신의 기준을 갖지 못하고, 부모나 사회가 제시해주는 기준을 따르게 됩니다. 학령기가 되고 또래의 관계가 중요한 시기가 되면 또래 집단의 규칙을 배워갑니다. 그런데 학령기 초기(초등학교 저학년)에 부모의 지시나 집단의 규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해야만 한다” 혹은 “해서는 안 된다”라는 강한 신념이 아이들 마음속에 자리 잡는 거죠. 그래서 규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의 잘못을 지적하고 바로잡으려 하기도 합니다. 사연의 아이처럼요.

육퇴한밤 규칙을 지키는 것에만 집중해 친구 관계를 잃을 위기 같아요. 아이에게 어떻게 조언하면 좋을까요?

김효원 교수님 규칙은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적용될 수도 있고, 예외가 있을 수도 있잖아요. 행동의 결과만큼 의도도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하면 조금 더 유연하고 포괄적인 단계의 도덕성을 가질 수 있는데 우리 아이는 아직 그런 단계에 도달하지 못한 것 같아요. 먼저 아이에게 어른과 아이의 역할이 다르다는 것을 알려주세요. 친구의 잘못을 지적하고 가르치는 것은 아이가 아닌 친구 주변의 어른 역할이라고요. 그리고 잘못을 지적했을 때 친구가 어떻게 느낄 것 같은지 친구의 기분이나 감정을 이해하도록 아이에게 설명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친구란 무엇인가에 관해서 얘기해보아도 좋을 것 같아요. 친구는 관심사를 공유하고 즐거운 놀이를 함께하며, 자기 생각이나 감정을 나누는 사람이죠. 우리가 친구에게 충고할 때는 함께 한 시간이 쌓여서 서로 깊은 신뢰가 형성되었을 때만 충고를 하는 거고요. 친구의 잘못된 행동을 고치는 것은 친구의 부모에게 맡기고 친구와 함께할 수 있는 즐거운 활동을 찾아보라고 얘기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육퇴한밤 단짝 친구랑 갈등이 생기면 엄마들 사이에도 벽이 생기는 것 같아요. 아이들 사이가 멀어졌을 때 부모가 화해를 도와줘야 할까요?

김효원 교수님 친구 관계가 틀어지면 엄마들 사이도 어려워집니다. 그런데 아이들 성향이 다른 것처럼 엄마들 성향도 달라서요. 상대방 엄마에 따라서 다르게 대해야 하는 것 같아요. 아이가 초등학교 저학년일 땐 부모의, 특히 엄마의 역할이 중요하잖아요. 아이가 친구와 따로 만나서 놀거나 친구 집에 놀러 갈 때도 엄마가 친구 엄마와 연락해서 약속을 잡아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끼리 놀다가 다투면 사과를 하거나 화해를 하도록 엄마가 도와줘야 하는 경우가 있죠.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부모가 할 수 있는 역할엔 한계가 생깁니다. 아이의 친구 관계에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아이의 감정을 읽어주고, 아이의 행동이 친구 관계에 어떻게 영향을 주었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할 수 있는 행동과 그 행동의 결과를 설명해주는 것이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물론 학교폭력 상황이 있을 때는 나이와 상관없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합니다.

김미영 박수진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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