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성’ 잡고 대박 낸 드라마…‘밥상예능’은 어떨까[MK이슈]

진향희 스타투데이 기자(happy@mk.co.kr) 2024. 1. 31.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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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비극 다시 없도록”…‘흑자전환’ 외친 JTBC 2024년 생존전략
임정아 JTBC 예능제작본부장(왼쪽 위)과 황교진, 민철기, 김은정, 손창우 CP. 사진 ㅣJTBC
“작년과 재작년에 구조조정이 있었다. 이 자리에 함께하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 떠난 사람과 남겨진 사람들이 있는데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이런 일이 다시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 경제 용어로 하면 흑자 전환, 꼭 예능으로 이런 비극이 다시 JTBC에 생기지 않도록 하고 싶다.”

JTBC가 2024년 예능 라인업을 발표하면서 기자들을 불렀다. 임정아 예능제작본부장을 비롯해 황교진 CP 등이 자리해 JTBC 예능의 청사진을 밝혔다. 단순히 제작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방향성을 설명하는 자리를 넘어 이를 악 문 JTBC의 각오와 결기도 느껴졌다.

JTBC는 지난해 10월 보도 부문을 포함해 방송 계열사 인력을 대상으로 대규모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이 희망퇴직으로 JTBC 직원 80여명이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520억원의 적자가 예상되고, 누적부채 3400억원을 해소할 방안이 없어 구조조정이 불가피했다는 전언이다.

임 본부장은 “과거 JTBC가 예능 강국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그걸 되찾는 게 목표”라며 “저희가 가진 건 사람 밖에 없다. 신입 PD들이 실험성도 계속 보장할 예정이다. 예고된 새로운 콘텐츠는 물론 기존에 경쟁력이 있던 포맷에 대해서도 고민하겠다”고 했다.

간판 예능인 ‘아는 형님’과 ‘뭉찬’. 사진 ㅣJTBC
OTT와 다양한 플랫폼의 거센 공세 속에 현실은 녹록치 않다. 임 본부장 역시 “OTT가 들어오면서 제작비가 상승해 거의 할리우드급으로 든다”며 “예능 PD가 갖는 부담이 엄청나다”고 공감했다.

임 본부장은 “예전에는 드라마, 예능 슬롯이 따로였는데 이젠 구분 없이 넣는다. 다른 체급과도 경쟁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 자극적·충동적 소재에 대한 유혹도 받는다. 반면, 레거시 미디어로서 가족형 플랫폼이기 때문에 선을 넘지 않는 매너도 고민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JTBC는 레거시 미디어로서 새로움을 흡수해 장점을 살린 콘텐츠를 선보이겠다고 했다. 바로 “‘모두의 예능’을 만드는 것”. 이것이 “레거시 미디어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도 했다.

무엇보다 “JTBC는 구독료가 없다”고 강조하며 “OTT는 글로벌로 가야 하기에 글로벌 문법을 따른다. 우린 수제비도 있고 된장찌개도 있다. 한국적 예능의 다양한 장르가 있다. 알차고 재밌다”고 전했다.

시청률 침체에 빠졌던 JTBC는 지난해부터 드라마에서 높은 흥행 타율을 보이고 있다. 작품성 대신 대중성에 초점을 맞추면서 시청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성공한 덕분이다.

‘대행사’(17.3%)로 시작한 2023년 JTBC 드라마 라인업은 최고 시청률 19.4%를 기록한 ‘닥터 차정숙’을 비롯해 ‘킹더랜드’(14.5%), ‘나쁜 엄마’(13.6%), ‘힘쎈여자 강남순’(11.1%) . ‘힙하게’(9.6%) 등을 연속 흥행시키며 ‘드라마 명가’로서의 입지를 되찾았다. 최근 막을 내린 ‘웰컴투 삼달리’ 역시 첫 방송 5.2%로 시작해 12.4%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박형식과 박신혜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닥터 슬럼프’도 방송 2회 만에 세계 11개국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에 반해 예능 성적표는 초라하다. ‘뭉찬’ ‘최강야구’ 같은 팬덤을 거느린 스포츠 예능이 있긴 하지만 시청률에선 큰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싱어게인3’는 최고 시청률 7.581%를 기록하며 존재감을 보여줬으나 ‘싱어게인1’의 10.062%, ‘싱어게인2’의 8.659%와 비교하면 하락세를 걷고 있다.

간판 예능인 ‘아는 형님’조차 1~2%대 시청률에 머물고 있다.

민철기 CP는 이에 대해 “버라이어티가 시청률이 잘 나오기 힘든 상황에 ‘아는 형님’이 JTBC 간판 프로그램으로서 힘든 편성에도 선전해주고 있다”며 “유튜브로 가면 조회수가 강력하게 나오기 때문에 단순히 그 시간대 본방송 시청률로만 판단할 수 없는 가치들이 있다. 시청률이 예전 같지 않지만 그래도 이런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JTBC가 상반기 준비 중인 ‘연애남녀’ 사진 ㅣ웨이브
JTBC가 상반기 출격을 준비 중인 예능은 대부분 리얼리티다. 비연예인을 내세운 프로그램이다.

임 본부장은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경쟁력이 있는지 기획서를 먼저 보고 캐스팅에 들어간다”며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더 많은 프로그램을 하기 위해서는 한 프로그램에 캐스팅 비용을 많이 투자할 수 없다. 저희 프로그램을 보면 ‘효리네 민박’정도를 제외하면 스타가 나오는 건 없는데 이 전략은 그래도 아직 유효한 것 같다”고 했다.

춘추전국시대나 다름 없는 콘텐츠 시장에서 신나기도 하지만 피로감과 허무감도 크다고 짚었다.

임 본부장은 “콘텐츠를 보면서 힐링되는 느낌이 있어야 하는데, 밥상 예능이 사라진지 오래”라며 “쓸쓸한 혼밥 예능이 판을 치고 있다. 소외되는 사람 없이 온 가족이 깔깔 웃고 떠드는 밥상 예능을 만드는 게 올해 목표”라고 다시금 강조했다.

새 음악 예능 ‘걸스 온 파이어’ MC 장도연. 사진ㅣ스튜디오 잼
올해 JTBC는 가족을 품은 ‘모두의 예능’ ‘밥상 예능’을 키워드로 한다.

지난 23일 첫방송된 ‘배우 반상회’를 시작으로 3월에는 ‘환승연애’ 이진주 PD의 신작인 가족 참견 연애 리얼리티 ‘연애남매’, 4월엔 별종 지구인 버라이어티 토크쇼 ‘크레이지 슈퍼 코리안’, 부부 리얼리티 ‘이혼 숙려캠프’(가제), 새 음악 예능 ‘걸스 온 파이어’도 6월 론칭한다.

또 6월에는 시니어들의 마지막 연애 리얼리티 ‘끝사랑’(가제), 사회인이 되는 과정을 담은 예능 다큐멘터리 ‘전업자녀 탈출기’(가제)가 시청자를 찾아간다.

‘냉장고를 부탁해’ ‘비정상회담’ ‘썰전’ ‘슈가맨’ ‘한끼줍쇼’ 등의 히트작을 낸 JTBC는 그 어느 방송사보다 도전과 실험을 거듭해왔다. 젊은 PD들이 역량을 펼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임 본부장은 “젊은 PD들이 놀라운 패기와 실험 정신을 보여주고 있어서 파일럿이라는 형태로 계속해서 시도할 예정이다. 타 방송사는 파일럿이 1~2회이지만 우리는 4~6회까지 보장하고 있다. 그런 실험성도 시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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