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유머=종북 사이트" 발언... 대법원 "명예훼손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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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의 대변인이 이렇게 말했다면,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유머' 운영자의 명예를 훼손한 것일까.
앞서도 대법원은 '종북'이라는 표현이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여러 차례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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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커뮤니티 '오늘의유머'는 종북세력이나 북한 연계 인물들이 활동하고 있는 가능성이 있는 공간이라고 본다."
(국가정보원 대변인)
국가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의 대변인이 이렇게 말했다면,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유머' 운영자의 명예를 훼손한 것일까. 대법원의 판단은 "아니다"였다. 대법원은 '종북'이라는 말이 시대적·정치적 상황이나 관점에 따라 다양하게 쓰인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표현이 해당 사이트에 대한 넓은 의미의 정치적 평가나 의견 표명으로 볼 여지가 크다고 봤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오늘의유머 운영자 이모씨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씨는 2013년 국정원 대변인이 인터뷰에서 한 발언 탓에 '오늘의유머'가 '종북 사이트'라는 오명을 얻게 됐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국정원이 2009~2012년 사이트에서 이른바 '댓글 공작' 활동을 벌여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2015년 12월 국가와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2019년 1심에서 청구가 모두 기각되자 이씨는 국가만을 상대로 소송을 이어갔다.
이후 2심에선 댓글 공작 관련 손해배상 청구는 인정받지 못했지만, 국정원 대변인의 발언이 단순 의견이 아닌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과 함께 일부 승소했다. 이씨가 사이트를 운영하며 쌓은 명성과 신용 등 사회적 평가가 침해당해, 명예훼손이 맞기 때문에 국가가 위자료 1,0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게 항소심 판단이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명예훼손을 일부 인정한 원심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대변인 발언에 대해 "업무상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발언을) 하게 됐고 내용 역시 유보적·잠정적인 판단 내지 의견이란 점이 명확히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종북'이란 표현 역시 다양하게 사용돼 객관적으로 의미를 확정할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설령 종북 관련 발언이 사실 적시로 볼 여지가 있다 해도 특정인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단정할 수 없다"면서 "이 사건 발언은 사이트 일부 이용자가 종북세력(일)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에 불과해 그 표현이 지칭하는 대상이 이씨라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도 대법원은 '종북'이라는 표현이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여러 차례 내렸다. 보수논객 변희재씨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종북으로 칭한 것에 대해, 2019년 명예훼손이 아니라고 봤다. 한 시사평론가가 방송 중 이정희 전 의원을 종북으로 부른 사건에서도, 대법원은 2019년 '의견 표명'으로 보아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근아 기자 ga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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