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인상 줄다리기…지방대 잇단 인상 vs 교육부 "자제해야"(종합)

서혜림 2024. 1. 31.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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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대 4.9%·영산대 최고 5.1%…고물가에 '등록금 인상분 > 정부 지원'
대다수 대학은 '동결' 분위기 "교육부 눈치 안볼 수 없어"

계명대 4.9%·영산대 최고 5.1%…고물가에 '등록금 인상분 > 정부 지원'

대다수 대학은 '동결' 분위기 "교육부 눈치 안볼 수 없어"

대학 등록금 부담 (PG)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전국종합=연합뉴스) 장기간 이어진 등록금 동결 기조와 학생 수 감소에 따른 재정난으로 지방 사립대를 중심으로 등록금 인상 움직임이 일고 있다.

특히 최근 고물가로 대학들이 인상할 수 있는 등록금 법정 한도가 높아지면서 등록금을 끌어올리려는 대학들의 눈치 보기와 이를 억제하려는 교육부의 줄다리기가 한층 심해질 전망이다.

"등록금 인상분이 재정지원보다 많다"…비수도권 대학들 '인상' 잇따라

31일 교육계에 따르면 최근 비수도권 사립대 일부는 등록금심의위원회를 열어 2024학년도 1학기 등록금을 법정 한도 안에서 인상하기로 했다.

부산 영산대는 이달 초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에서 평균 등록금을 5.15% 이하로 올리는 방안을 가결했다.

등록금 인상으로 정부의 국가장학금 Ⅱ유형 지원이 끊길 경우 복지장학금 등으로 학생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인상률을 얼마로 확정할지에 대해서는 총장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영산대가 학부 등록금을 인상하게 되면 2007년 이후 17년 만이다.

역시 부산 소재 사립대인 경성대도 최근 등심위에서 학부 등록금을 평균 5.64% 인상하는 안을 통과시키고 총장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경성대는 지난해에도 등심위에서 등록금을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총장이 동결을 결정한 바 있다.

대구 계명대는 올해 학부 등록금을 4.9% 올리기로 하고, 등록금 인상으로 지원받지 못하게 되는 국가장학금 Ⅱ유형은 인상한 등록금으로 충당하기로 했다.

광주 조선대도 등록금을 15년 만에 4.9% 올리기로 했고, 원주 경동대 역시 등록금 3.75% 인상을 결정했다.

2000년대 들어 가파르게 오른 대학 등록금이 사회적 문제가 되자 정부는 2010년 고등교육법을 정비해 각 대학이 최근 3년 평균 소비자 물가 상승률의 1.5배까지만 등록금을 올릴 수 있도록 했다.

더구나 교육부가 국가장학금 Ⅱ유형 지원 평가 등에 등록금 동결·인하 여부를 반영하면서 재정지원이 필요한 절대다수의 대학은 등록금을 묶어둔 상황이다.

이에 대다수 대학이 10년 넘게 등록금을 동결하면서 일부 대학은 재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학령인구 감소로 상당수 비수도권 대학이 충원난을 겪는 가운데, 최근 물가 상승률이 높아져 등록금 인상 법정 한도가 올라가면서 대학들의 생각도 달라졌다.

차라리 재정지원을 포기하는 대신 등록금을 올리겠다며 '계산기'를 두드리는 대학들이 늘어난 모양새다.

실제로 교육부가 공고한 2024학년도 대학 등록금 인상률 법정한도는 5.64%로, 정부가 인상률 상한을 공고하기 시작한 2011학년도(5.1%)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다.

각 대학 등심위가 2월까지 진행되는 점을 고려하면 비수도권 사립대를 중심으로 등록금을 올리는 대학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이들 대학은 등록금을 올려 그간 미뤄뒀던 학교 시설 개선 등 교육환경 개선에 쓰겠다는 입장이다.

김춘성 조선대 총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의 정기총회에 참석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인상분은 전부 학생들을 위해서 쓰기로 했다. 학생들도 예산 과정에 참여했는데 본인들도 조건을 제시해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김 총장은 등록금 인상분으로 냉난방 시설을 보완하고 온라인 강의실 등 첨단 강의실을 구축하는 등 교육 환경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등록금을 동결·인하한 대학에 대한 교육부의 국가 장학금 Ⅱ유형지원을 못 받는 점에 대해 김 총장은 "저희가 국가 장학금Ⅱ는 22억원 정도 되고 등록금 인상분은 60억원 정도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교육부의 등록금 인상 자제 요청에 어긋나는 결정을 한 것과 관련해선 "왜 부담이 없겠나"며 "사립대로서 교육부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지만 한계에 다다랐다. 교육부가 크게 걱정하지 않게끔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 대학 등록금 법정 인상 한도 (서울=연합뉴스) 원형민 기자

대다수 대학들, 아직은 '눈치보기'…교육부도 "동결 동참해달라"

다만 아직 대다수의 대학들은 등록금을 동결하는 추세다.

경기대·한신대·단국대·용인대·평택대·강남대·대진대·인천대 등 경기·인천지역 대학들은 대부분 등록금을 동결하기로 했다.

울산대·창원대·경남대·인제대 등 경상권 대학들 상당수도 동결을 택했고, 지난해 등록금을 인상한 진주교대 역시 올해는 등록금을 동결한다.

전남대·광주대·순천대·호남대·전북대·우석대·군산대는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배재대·대전대·우송대·충남대·청운대·충북대·서원대·세명대·백석대 등 충청권 대학들 역시 대부분 동결을 택한 가운데, 아직 등심위를 마무리 짓지 못한 대학들도 동결 분위기가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학 관계자는 "서울권 대학이 등록금 인상 쪽으로 치고 나가기를 기대하며 눈치 보기를 하는 상황"이라며 "(등록금을) 인상하면 각종 사업 선정을 위한 평가에서 점수가 삭감되는 만큼 섣불리 인상을 결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강원과 제주지역 주요 대학들도 등록금 동결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림성심대·강원대·강릉원주대·한림대·연세대 미래캠퍼스·제주대·제주국제대도 모두 올해 등록금을 올리지 않는다.

청주대의 경우 지난 29일 등록금심의위원회를 열어 2024학년도 등록금을 0.17%(1만3천원) 인하하기로 했다.

재정지원 규모가 비교적 크고 충원난이 덜한 서울지역 주요 대학들도 등록금을 동결하는 분위기다.

정부는 계속해서 강력하게 인상 자제를 촉구하고 있다.

특히 올해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등록금 인상이 물가 상승 이슈와 맞물릴 경우 교육부뿐 아니라 정치권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부총리 임명 전 대학 등록금의 제한적 자율화 필요성을 언급했던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등록금을 인상하게 해달라는 대학들의 요구에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앞서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지난 달 말 등록금 법정 인상 한도를 공고하면서 "2024년에는 고물가, 고금리 등 어려운 경제 상황을 고려해 각 대학에서 등록금 동결에 적극 동참해달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정종호, 우영식, 변우열, 권준우, 강태현, 전지혜, 유의주, 나보배, 이은파, 차근호, 이강일, 김용태, 김소연, 형민우, 손현규, 고유선 서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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