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클뉴스] 호랑이 쓰다듬고, 두루미와 산책…"동물학대" 지적

이도성 기자 2024. 1. 31.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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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단체 지적에 중국 당국 "전면 금지"
중국 창춘시에 등장한 새끼 시베리아 호랑이. 출처 더우인

“호랑이가 나타났다!”


최근 중국 지린성 창춘시 한 호텔에 호랑이가 등장했습니다. 위협적인 발톱 대신 귀여운 어금니를 드러낸 새끼 시베리아 호랑이였습니다. 동물원 관계자가 관광 홍보를 위해 여행객들이 만져볼 수 있도록 새끼 호랑이를 데리고 온 겁니다. 중국 SNS에는 새끼 호랑이 주위로 어린아이들이 잔뜩 몰려든 영상이 올라왔습니다. 아이들은 젖병을 문 호랑이를 귀여워하면서 너도나도 새끼 호랑이를 쓰다듬었습니다.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든 겁니다.

그런데, 이 장면을 두고 한 동물보호단체가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관련 규정을 어겼다면서 새끼 호랑이를 활용한 홍보 활동을 즉각 중단하라는 겁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시베리아 호랑이는 중국 정부가 지정한 '국가 1급 보호 야생동물'입니다. 그러므로 시베리아 호랑이를 이용한 모든 행사와 활동은 사전에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만약 정부 당국이 이번 행사를 승인한 것이라면 그 또한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중국 하얼빈시 중양다제에 등장한 두루미. 출처 더우인.

관광객에 등 떠밀린 '1급 보호 동물'


길거리에 내몰린 '1급 보호 야생동물'은 또 있습니다. 바로 두루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는 가장 큰 새로 몸길이 130cm에 키는 150cm 정도 됩니다. 두루미는 국제자연보전연맹이 지정한 멸종위기생물 적색 목록에 포함돼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 두루미 역시 관광 홍보 행사에 동원됐던 겁니다.

지난 6일 헤이룽장성 하얼빈시 명물 거리인 중양다제(中央大街)엔 관광객들 사이로 두루미가 나타났습니다. 몸과 다리에 줄이 묶인 채 불편한 듯한 발걸음으로 길거리를 거닐었습니다. 두루미가 잠시 멈출 때마다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은 두루미를 손으로 밀어 앞으로 걷게 했습니다.

두루미가 신기한 듯 바라보던 사람들은 가까이 다가와 기념사진을 찍거나 손으로 어루만졌습니다. 한 매체는 “영상 속 두루미는 깃털을 펄럭이고 목을 움츠리는 등 행동을 보인다”면서 “이는 위협을 느끼거나 불안할 때 취하는 반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어 “사방에서 손을 뻗어 만지는 행동 역시 두루미에겐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이상행동을 하게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동물단체 "명백한 동물 학대"…당국 "전면 금지"


이에 동물단체는 지린성과 헤이룽장성에 각각 정보 공개를 신청했습니다. 어떤 규정에 따라 어떤 과정을 거쳐 보호 동물들이 홍보용으로 쓰였는지 명명백백히 밝히라는 겁니다. 동물단체 관계자는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1급 보호 야생동물이 어떻게 길거리에 나오도록 승인받을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헤이룽장성 당국은 지난 29일 서면답변서를 통해 “한 지자체가 국제빙설축제 홍보를 위해 사전 승인 없이 두루미를 홍보 활용에 이용했다”면서 “즉시 법과 규정에 따라 활동 중단을 요구하고 관련 책임자를 처벌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지린성 당국 역시 “해당 행사를 알게 되자마자 동물원 담당자를 면담하고 중단 지시를 내렸다”고 답했습니다.

이도성 베이징특파원 lee.dosung@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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