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성→육선엽→박준용' 스카우트 변신 '성실의 대명사'가 평가한 삼성 마운드의 미래[BB Inside]

정현석 2024. 1. 31.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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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뛰며 발굴한 샛별들과 포즈를 취한 임현준 스카우트. 사진제공=임현준 스카우트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현역 시절 그는 '좌승사자'였다.

리그에서 보기 드문 좌완 사이이암스로우였던 전 삼성 투수 임현준(36). 그는 원래 오버스로우 투수였다. 구속이 나오지 않자 변신을 시도했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 통했다. 변신한 2016년 이후 357차례 왼손타자 상대로 67안타만 허용했다. 피안타율 2할1푼5리. 좌완 스페셜리스트로 2021년까지 꾸준히 활약했다.

2021년 SSG 랜더스를 통해 KBO리그로 온 추신수가 시범경기에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모습이 캡쳐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 모든 성공적 변신은 온전히 노력의 산물이었다.

대구고-경성대 졸업 후 2011년 삼성에 입단한 임현준은 원클럽맨으로 11년을 뛰었다.

무려 239경기에 출전했다. 변신이 없었다면 불가능 했을 수치였다. 야구선수는 폼에 예민하다. 조금만 바뀌어도 적응하기 힘들어 한다. 하물며 스로윙 위치 자체를 바꿨고, 성공했다. 빠르지 않은 공으로 제구력까지 완성해냈다. 얼마나 많은 땀이 스며든 결과물일지는 짐작이 가고도 남음이 있다.

'성실의 대명사'였던 임현준은 현역 은퇴 후 스카우트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현장에서 발로 뛰며 발굴한 샛별들과 경산볼파크에서 포즈를 취한 임현준 스카우트. 사진제공=임현준 스카우트
1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NC와 삼성 경기. 7회초 2사 1, 2루 임현준이 투구하고 있다. 대구=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1.6.13/

초반부터 위기가 찾아왔다.

"솔직히 스카우트 일이 이렇게 힘든건지 모르고 들어갔어요. "

특유의 성실함과 치밀함으로 현장 바닥을 구석구석 훑고 있다.

"선수의 실력은 어느 정도 판단할 수 있는데 내면이나 성향을 파악하기 위해 여러 사람을 만나 물어보고 다니죠. 감독 코치 분들께 이 선수가 어떻게 야구를 준비하고 훈련하는지, 중학교 시절 감독 코치님도 만나 물어봅니다. 제가 질문리스트를 만들어 가기도 하고요. 쉽지만은 않은 일이죠."

스카우트로 변신해 만난 첫 선수. 삼성 마운드의 미래 이호성이었다. 처음부터 너무 좋은 선수를 만나 속된 말로 '눈을 버렸다'.

"스카우트를 처음 나가서 본 첫번째 투수였어요. 스카우트 선배님들이 '선수 보는 눈을 낮춰야 한다'는 조언을 받았는데 그 원칙이 첫날부터 깨졌죠. 사람이 괜찮았고, 성실했고, 진중했고, 야구에 대한 욕심도 좋았고, 실력도 나쁘지 않았어요. 기대했던 대로 시간이 갈수록 실력이 좋아지더라고요. 훈련을 하면 어떤 생각을 하고 던지는 게 보이잖아요. 무작정 공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피칭을 하더라고요. 프로 입단 첫해 페이스 조절에 아쉬움이 있었겠지만 그 마저도 미래의 발전적 동력으로 만들 수 있는 선수입니다."

1년 경험을 가지고 준비한 2024 신인 드래프트. 삼성의 포커스는 유망주 투수 자원 확보였다. 투수 출신 스카우트의 활약이 필요했다. 임현준 스카우트도 그 어느 때 못지 않은 분주한 1년을 보냈다. 보람이 있었다.

'최고 잠재력' 육선엽을 필두로 대졸 최상급 투수 박준용, 정민성, 김성경 등 5라운드까지 투수만 뽑았다.

"포커스가 투수 쪽 보강이었어요. 인성과 마인드를 갖춘 완성도 높은 투수들에게 많은 관심을 뒀죠. 저도 나름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팀 차원에서 전략을 잘 짰던 것 같아요."

1라운드 4순위로 뽑은 장충고 투수 육선엽. 1m90, 90㎏의 당당한 체구에 150㎞를 훌쩍 넘는 빠른 공을 뿌리는 파이어볼러 유망주. 임현준 스카우트의 시각이 궁금했다.

"신인 투수들 중 잠재력 하나는 최고인 것 같아요.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지닌 선수죠. 야구에 대한 욕심이나 훈련 태도나 마인드도 좋은 친구에요. 팀이 공격하고 있을 때 상대 타자들 볼 배합을 적는 습관이 있어요. 프로선수들도 쉽지 않은 좋은 습관이죠. 복기하면서, 다음에 어떻게 상대할지를 준비하더라고요. 그런 디테일을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2라운드 14라운드로 뽑은 경북고 출신 수성대 우완 투수 박준용에 대한 평가도 궁금했다.

"대졸이지만 생일이 늦어(2003년 12월9일생) 고등학교 1년 유급생과 사실상 같은 나이에요. 대학리그 최고의 선발투수였고요. 인성이나 마인드 자체가 단순히 좋다를 넘어 훌륭했어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보완점을 알고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와 힘이 있어요."

KBO리그 삼성라이온즈와 한화이글스의 경기가 18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릴 예정이다. 경기전, 삼성 임현준이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있다. 대전=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20.10.18/
KBO리그 삼성라이온스와 LG트윈스의 경기가 26일 대구삼성라이온스파크에서 열렸다. 삼성 투수 임현준이 5회초 LG타선을 상대하고 있다. 대구=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20.08.26/
임현준 스카우트. 사진제공=임현준 스카우트

현장을 누비며 옥석을 발굴해온 2년. 임현준 스카우트가 직접 뽑은 이 젊은 유망주 투수들은 라이온즈 마운드의 10년 미래를 이끌 인재다.

그만큼 자신의 일에 대한 중요성을 갈수록 더 몸으로 체감하고 있다.

"프런트로 와보니까 육성과 스카우트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최근에는 다년계약도 생기고, 좋은 선수를 트레이드로 영입할 확률도 줄었잖아요. 팀이 지속적인 강팀으로 가기 위해서는 스카우트가 첫 스타트가 아닐까 하는 생각과 함께 책임감이 듭니다."

그렇다면 어떤 선수가 성공할까. 스카우트 철학이 궁금했다.

"선수를 이해하는 안목이 넓어야 합니다. 선수를 육성하려면 좋은 시스템, 좋은 지도자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본인 의지가 중요하죠. 좋은 지도자와 여건이 본인의 의지와 손발이 맞아야 실력이 좋아지고, 1군에서 활약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건데 선수의 의지가 없으면 확률이 떨어진다고 생각해요.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이정후나 김하성 선수가 매년 더 잘하려고 노력하는 것 처럼요. 실력도 실력이지만 선수의 마음이 중요하죠. 무작정 착한게 아니라 자기 것에 대한 욕심이 있으면서 노력하는데 인성까지 좋은 선수면 최고죠. 그닥 많지 않습니다.(웃음)"

임현준 스카우트는 야구 인생 2막을 유망주 발굴, 육성에 전념하기로 결심했다. 그 길은 스카우트일 수도 있고, 지도자의 길일 수도 있다.

"현역 은퇴할 때는 지도자를 하겠다는 생각이 강했는데, 지금 스카우트 일을 하면서 프런트로서의 매력도 느끼고 있어요. 팀의 중심을 잡아줄 역할이더라고요. 인생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두가지 방향으로 움직이고 훗날 좋은 기회가 왔을 때 지도자로서의 길도 모색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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