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유머’에 ‘종북 사이트’ 표현…국정원 명예훼손 아냐”

이슬비 기자 2024. 1. 31.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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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원심 깨고 돌려보내
오늘의 유머 사이트. /뉴스1

국정원 관계자가 좌파 성향 네티즌이 주로 활동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유머’를 ‘종북(從北) 세력이 활동하는 사이트’라는 취지로 표현한 데 대해 대법원이 명예훼손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오늘의유머 운영자 이모씨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1일 밝혔다.

2013년 당시 국가정보원 대변인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오늘의 유머가 종북 사이트’냐고 묻자, “종북 사이트라는 것이 따로 있는 게 아니지만 (이 사건 사이트가) 종북세력이나 북한과 연계된 인물들이 활동하고 있는 가능성이 많이 있는 공간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런 발언으로 오늘의유머가 ‘종북 사이트’라는 오명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또 국정원이 2009∼2012년 오늘의유머에서 이른바 ‘댓글 공작’ 활동을 벌여 손해가 발생했다며 2015년 12월 국가와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해당 발언만으로 오늘의 유머가 ‘종북 사이트’라는 오명을 썼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이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2심은 “명예를 훼손했다”며 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했다. 2심 재판부는 “국정원 댓글 조작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질 무렵이라 일반인은 대공 업무를 담당하는 국가기관 대변인의 종북 관련 발언을 사실로 받아들였을 것”이라며 “남북 분단 사회에서 ‘종북’이란 표현이 낳는 부정적 인상을 고려하면 이씨가 다년간 사이트 운영 등을 통해 쌓아 올린 명성이 침해됐다고 봐야한다”고 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단순히 ‘종북’이라는 표현이 사용되었다고 해서 명예훼손으로 단정할 수 없고, 그 표현으로 인하여 객관적으로 특정인의 평판이나 명성이 손상됐다는 게 증명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종북 관련 발언은 사실을 적시한 것이라기보다는 사이트에 대한 광의의 정치적 평가 내지 의견표명으로 볼 여지가 많다”고 했다. 또 “설령 이 사건 종북 관련 발언이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더라도, 이 사건 사이트의 이용자 중 일부가 종북세력이나 북한과 연계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에 불과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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