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 돈가스

서울문화사 2024. 1. 3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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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 돈‘까스’는 유럽의 커틀릿과 일본 돈카츠와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발전했다 . 최소 20년 넘게 이어온 서울의 경양식 돈가스 집을 찾아가 썰어보고 먹어보며 느껴보았다.

러브 러브돈까스

1984년 문을 연 러브러브돈까스는 로맨틱한 이름만큼 식당 내부도 낭만적이다. 험프리 보가트와 잉그리드 버그만이 끌어안고 있는 흑백사진을 보며 돈가스를 먹는 곳은 많지 않다. 러브러브돈까스의 대표 메뉴는 ‘스페셜 안주’다. 안주용 메뉴인데 점심시간에도 주문할 수 있다. 오전 11시 30분 영업 시작과 동시에 술도 시킬 수 있다. 주류 메뉴는 생맥주, 병맥주, 소주, 그리고 스카치블루다.

역시 로맨틱한 구성이다.

스페셜 안주를 주문하면 동물이 양각된 무쇠 그릇 위에 돈까스, 생선까스, 함박을 잔뜩 쌓아 내온다. 소스에서는 묘하게 카레 맛이 느껴졌지만 카레는 한 스푼도 들어가지 않는다고 한다. 소스의 주재료는 약호박이다. “경기도 포천에서 직접 키운 약호박, 감자, 양배추를 씁니다. 그러니까 물가가 올라도 막 퍼 드릴 수 있어요.” 러브러브돈까스 사장님의 말이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 274

영업시간 화~일 11:30~24:00, 월요일 휴무

가격 스페셜안주 2만5000원, 소주 5000원

단박왕돈까스

단박왕돈까스의 대표 메뉴는 ‘금왕정식’이다. 신기한 일이다. 왜 ‘단박정식’이 아닌 ‘금왕정식’일까? 그 이유는 혈연에 있다. 단박왕돈까스 사장님의 친형이 ‘성북동 3대 돈가스’로 유명한 금왕돈까스의 창업주다. 2000년 단박왕돈까스는 금왕돈까스의 이름을 빌려 문을 열었다. 10년 뒤 상호명을 단박으로 바꾸었지만 메뉴 이름까지 바꾸지는 않았다. 금왕의 금왕정식은 ‘돈까스+치킨까스+함박스테이크’이지만, 단박의 금왕정식에는 치킨까스 대신 생선까스가 나간다.

단박의 무기는 소스다. 새콤한 맛 대신 바비큐 소스의 진한 훈제 향을 강조했다. 소스 역시 금왕의 소스에서 출발했는데 조금씩 레시피를 수정해 지금은 단박만의 소스를 사용한다. 거기 더해 모든 테이블에는 하인즈 우스터소스, 에이스 플러스 핫소스, 케첩, 쌈장이 준비되어 있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시래기 된장국은 다른 돈가스 집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별미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백범로 90길 74 이안APT 103동

영업시간 월~토 10:00~20:30, 일요일 휴무

가격 금왕정식 1만2000원

명화당

명화당은 1980년부터 명동 골목을 지켰다. 코로나19로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같은 구역의 식당들이 문을 닫는데도 살아남았다. 그 생명력의 뿌리는 분식이다. 메뉴판 맨 위에 단촛물로 감칠맛을 낸 ‘명화당김밥’이 있다. 하지만 단골들은 이곳 ‘돈까스’의 진가를 안다. 경양식 돈가스는 자르지 않고 소스를 부어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명화당 돈까스는 처음부터 먹기 좋은 크기로 썰려 나온다.

명화당 돈까스는 우리 생각과 조금씩 달라서 재미있다. 소스는 돈까스 전체를 덮지 않도록 부어 사실상 ‘찍먹’에 가깝다. 소스의 달콤새콤한 맛이 조금 강한 듯하면서도, 중간중간 한라산 모양으로 퍼올린 흰쌀밥이나 김밥을 곁들이면 딱 좋다. 명화당 돈까스의 또 다른 특징은 작은 크기다. 성인 남자 손바닥 정도로 작고 가격도 그만큼 저렴하다. 명화당 모든 메뉴의 평균 가격은 6300원이다.

주소 서울시 중구 명동4길 30 2층

영업시간 9:00~22:30

가격 돈까스 7800원, 김밥 4500원, 비빔쫄면 6800원

유빈왕돈까스

을지로3가역 8번 출구 바로 앞에 위치한 유빈왕돈까스는 점심시간이면 직장인으로 붐빈다. 우리가 매장을 찾은 오전 11시에도 이미 회사원들로 가득했다. 식당에 들어서면 한 남자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트로트 가수 이찬원이다. “저희 직원들이 이찬원을 좋아해요. 즐겁게 일해야죠.” 유빈왕돈까스에서는 어떤 테이블에 어떤 각도로 앉더라도 해맑게 웃고 있는 이찬원 포스터를 볼 수 있다. 유빈왕돈까스는 이찬원이 태어나기 3년 전인 1993년부터 운영 중이다.

유빈빈왕돈까스의 스테디셀러는 돈까스정식 (돈까스+생선까스+우동)이지만 매운 돈까스가 특별하다. 매운돈까스 위에는 매장에서 만든 고추장 베이스 소스가 올라간다. 고추장 소스인 만큼 핫소스의 얼얼한 매운맛보다 칼칼한 닭볶음탕의 매운맛에 가깝다. 겁이 덜컥 날 만큼 빨간 소스지만 먹다 보면 고추장 소스와 돈까스의 조합이 이채롭다. 여름철 베스트 메뉴인 판모밀은 겨울에도 즐길 수 있다.

커다란 냉면 그릇에 담겨 나오는 모밀 육수 역시 매장에서 직접 우렸다.

주소 서울시 중구 충무로 46

영업시간 월~토 10:30~21:00, 일요일 휴무

가격 매운돈까스 8500원, 판모밀 8500원, 생맥주 4000원

피터팬돈까스

피터팬돈까스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들린 것은 고기를 연하게 하는 둔탁한 망치 소리였다. “이제는 손가락이 잘 안 펴져요.” 성수동 뚝도청춘시장에서 피터팬돈까스를 운영하는 사장님은 두꺼운 손가락을 펼쳐 보이며 우리가 주문한 A세트를 내밀었다. A세트는 돈까스와 미트스파게티로 구성된다. 돈까스는 얇은 두께와 달콤한 소스가 특징. 수제로 만든 데미그라스 소스는 탕수육 소스처럼 새콤한 과일 향이 진하다.

미트스파게티에는 미트볼이 들어가지 않지만 소스에 소고기를 잔뜩 갈아 넣어 진한 고기 향을 품었다. 어린 시절 피자헛에서 먹었던 오븐 스파게티가 떠오르는 맛이다. 피터팬돈까스는 처음 문을 연 2003년의 메뉴판 구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A~E세트는 돈까스, 생선까스, 멘치까스 등 돈까스 1종에 미트 스파게티를 더한다. 돈까스에 카레라이스를 곁들인 F세트, 미트스파게티 단품 메뉴도 준비되어 있다.

주소 서울시 성동구 성덕정15길 6-39 1층

영업시간 월~토 10:30~21:00, 일요일 휴무

가격 A세트 9500원

가나 돈까스의 집

가나 돈까스의 집이라는 간판을 보지 못했다면 해장국집으로 착각할 수 있다. 지하로 이어지는 계단을 따라 문을 열면 테이블마다 놓인 김치 항아리가 눈에 들어온다. 김치는 생김치와 신김치의 딱 중간 정도로 익은 상태였다. 항아리 옆에는 오이고추를 피라미드처럼 쌓아 올린 접시가 대기하고 있다. 이 집의 메인 메뉴는 당연히 돈까스지만 기사식당답게 검은콩조림, 오뎅볶음, 깍두기가 기본 찬으로 나간다.

정식까스는 돈까스 두 덩이, 생선까스, 새우튀김으로 구성된다. 그중 인상적인 것은 생선까스다. 돈까스 못지않게 두꺼운 생선까스는 잘 구운 생선구이만큼 단단하면서도 촉촉한 식감을 자랑한다. 새우튀김 역시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메뉴였다. 된장색의 돈까스 소스는 겉과 속 모두 화려하지 않다.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맛이지만, 이곳의 주고객인 택시기사님의 입맛에는 딱 좋은 담백함이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언주로 608

영업시간 월~토 10:00~20:30, 일요일 휴무

가격 정식까스 1만3000원, 육개장 1만1000원

Editor : 주현욱 | Photography : 신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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