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건설 ‘기회의 땅’ 폴란드]①“하루에 7채씩” GS건설, 모듈러 주택으로 우크라 재건사업 선점한다

비아위스토크(폴란드)=오은선 기자 2024. 1. 3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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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2000채, 두달만에 맞춤형 단독주택 ‘뚝딱’
지난해 매출 15% 성장… 유럽은 이미 ‘프리팹’ 수요↑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도 경쟁력… 역할 기대감

“유럽 진출의 관문이자 물류 요충지” 지난해 폴란드를 공식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은 폴란드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건설기업들 사이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폴란드를 발판 삼아 재건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다소 생소한 동유럽 국가, 폴란드에서 기회를 잡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우리나라 건설인들을 직접 만나봤다. [편집자주]

지난 24일 폴란드 비엘스크포들라스키에 위치한 GS건설 단우드 제1공장. 자동화 작업이 한창이다. /오은선기자

지난 24일(현지 시각) 오전, 폴란드 수도인 바르샤바에서 기차로 2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북동부의 도시 비아위스토크. 우크라이나 국경과 인접한 이곳에서 또 다시 차로 40분을 이동하자 비엘스크포들라스키에 있는 GS건설의 목조 모듈러주택 자회사 단우드 제1공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공장 입구에서는 입력된 설계 도면대로 목재를 자르고 조립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잘린 목재들에 벽면과 단열재를 붙이고 창문과 배선 작업 등이 이뤄질 공간을 다시 재단한다. 이 과정의 대부분은 기계의 자동화 공정으로 이뤄진다. 작업자들이 창문을 달고, 유럽에 하나뿐이라는 외장재 자동화 기계 작업까지 마치면 목조 주택의 벽체가 만들어진다. 약 10m 길이의 벽체가 40분 만에 완성된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벽체(모듈)들은 공장 출구에 배치된 트럭 뒷편에 실렸다. 배송지로 이동된 모듈은 약 6~7주 만에 맞춤형 인테리어까지 마친 번듯한 목조주택으로 완성된다. 실제로 제1공장에 있는 단우드 모듈러 견본주택은 흔히 이동식 주택으로 생각하는 ‘콘테이너 하우스’가 아닌, 철근콘크리트로 지은 단독주택 모습 그대로였다.

◇기술력·저렴한 인건비로 독일 넘어 유럽시장 공략

GS건설이 지난 2020년 인수한 목조 모듈러 주택 전문기업 단우드는 이런 방식으로 2개의 공장에서 하루 6~7채의 집을 생산한다. 일주일에 28채 이상, 1년에 2000채의 목조주택 생산이 가능하다. 폴란드, 그 중에서도 비아위스토크 지역의 인건비가 다른 지역보다 저렴하다는 점을 경쟁력 삼아 경쟁사 대비 90% 가량 저렴한 수준으로 단독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단우드는 한화로 매출 약 4800억원을 달성했다. 전년도(4180억원)보다 15% 증가한 수치다.

단우드의 최대 시장은 독일이다. 독일은 단독주택 수요가 많고, 그 중에서도 프리팹(Pre-fabrication·조립식 건축물) 방식의 주택이 전체 주택의 30%를 차지할 만큼 대중화 돼 있다. 프리팹 방식을 활용하는 독일 모듈러 주택 시장에서 단우드는 매출 4위를 차지하고 있다. 영국과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을 시장으로 하고 있지만 향후 스웨덴이나 노르웨이 등 유럽전역으로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완성된 벽체(모듈)이 배송지로 향하기 위해 트럭에 실려있다. /오은선기자

제원태 GS건설 폴란드 법인장은 “단우드가 생산하는 주택은 독일 시장이 요구하는 30cm 이상의 벽체 등 단열이나 에너지 효율 면에서 높은 기준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다른 해외 시장이 요구하는 기준을 맞추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작업자들의 높은 기술 수준이 있다. 단우드 본사에는 현장 작업자를 위한 ‘트레이닝 센터’가 운영되고 있었다. 1대1로 작업자들에게 프리팹과 관련된 공법을 교육하기도 하고,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면 그에 맞는 교육을 진행한다. 고용하기 전 시공작업을 테스트해보는 일도 이 교육장에서 진행된다.

지난 24일 폴란드 단우드 본사 내 트레이닝 센터. 한 작업자가 외벽 시공 교육을 받고 있다. /오은선기자

세바스티안 비스니에브스키(Sebastian Wisniewski) 단우드 트레이닝 센터 기술 디렉터는 “한달에 60~70명의 교육이 가능하고, 지난해에는 800명의 작업자가 이 교육 프로그램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탄소발생에 민감한 유럽 내에서도 단우드는 경쟁력이 있다. 모듈러 건축공법은 기존 공법 대비 탄소배출이 30% 이상 저감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단우드 주택은 냉난방과 전력 공급 등 에너지 소비를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친환경 제로에너지 주택’으로 지어진다.

◇우크라 재건 사업 상품도 이미 구상… “언어·위치 강점”

GS건설은 최근 모듈러 주택의 ‘고급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마감재의 품질을 높이고 벽 한면을 통창으로 만드는 등 프리미엄 라인 제작을 준비 중이다. 뿐만 아니라 확보된 제3공장 부지에 추가로 설비를 구축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제3공장은 총 8만8000㎡ 크기로 제1공장과 2공장을 합친 크기보다 크다. 공장이 완공된다면 최대 연 1500채를 추가로 생산할 수 있게 된다.

단우드는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GS건설 역시 이런 계획을 토대로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시 빠른 속도로 모듈러 주택을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단우드 공장이 있는 비엘스크포들라스키는 우크라이나 국경과 인접해 있어 다른 모듈러 주택 공장보다 속도 있는 공급이 가능하다. 우크라이나 현지까지 육송 운송(트럭)이 가능하고 주요 도시인 르비브(450km), 키이우(830km), 하르키우(1300km) 등도 회사의 일반적인 배송 범위 내 위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재건 사업에 참여할 경우 전용 상품 출시도 구상하고 있다. 전쟁 피해자나 임시 거처로 활용 가능한 소형주택, 6~12세대 구성이 가능한 중저층 공동주택, 학교나 병원을 포함한 대규모 공동주택 상품도 생산할 수 있다.

야로스와브 K. 주락 단우드 최고경영자(CEO)는 “단우드는 국경 근처에 인접해 있는데, 국경 인근 지역 사람들은 러시아어와 폴란드어를 혼합해 쓰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어랑 비슷한 러시아어를 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며 “우크라이나의 자재 관련 규제 등을 미리 준비하는 등 전쟁이 끝난다면 재건사업에 참여할 준비가 이미 돼 있다”고 말했다.

샘플하우스 내부에 전시된 바닥재의 종류. 지붕과 벽지 등 맞춤형 인테리어를 주문할 수 있다. /오은선기자
완성된 단우드의 모듈러주택 외관 /GS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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