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유머'는 종북 사이트"…대법, 천만원 배상 판결 다시 심리하라

윤다정 기자 2024. 1. 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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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를 '종북 사이트'로 지칭한 국가정보원 대변인의 언론 인터뷰의 발언은 정치적 평가 또는 의견 표명으로 볼 여지가 큰 만큼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오늘의 유머' 운영자 A씨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000만원 배상을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1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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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서 "명예훼손 맞다" 판단했지만…대법 "사실 적시 아닌 의견표명"
"'종북' 표현, 상황·관점 따라 달라…의미 확정 어려워"
서울 서초구 대법원. (뉴스1 DB)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온라인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를 '종북 사이트'로 지칭한 국가정보원 대변인의 언론 인터뷰의 발언은 정치적 평가 또는 의견 표명으로 볼 여지가 큰 만큼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오늘의 유머' 운영자 A씨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000만원 배상을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1일 밝혔다.

국정원은 2009년 2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오늘의 유머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특정 정당과 정치인들을 지지·찬양 또는 반대·비방하는 게시물을 작성하거나, 글에 추천과 비공감 버튼을 누르는 방식으로 여론을 조작했다.

2013년 1월 당시 국정원 대변인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종북사이트라는 것이 따로 있는 게 아니지만 (오늘의 유머가) 종북세력이나 북한과 연계된 인물들이 활동하고 있는 가능성이 많이 있는 공간으로 본다"고 답변했다.

운영자 A씨는 국정원 활동으로 오늘의 유머 게시물 평판 시스템이 붕괴되는 등 피해를 입었고, 국정원 대변인의 발언으로 오늘의 유머가 '종북 사이트'라는 오명을 입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은 A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지만, 2심은 "위자료 1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종북 관련 발언으로 인한 정신적 손해의 배상을 명한 원심 판단은 수긍할 수 없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국정원 대변인의 발언은 인터뷰 중 답변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인 데다, 내용을 보더라도 유보적·잠정적 판단 내지 의견이라는 점이 비교적 명확히 드러난다는 것이 대법원 판단이다.

또한 "'종북'이라는 표현은 매우 다양하게 사용돼 시대적·정치적 상황 혹은 관점에 따라 의미와 이에 포함되는 범위가 유동적"이라며 "평균적인 일반인의 이해와 표현의 상대방이 된 사람의 인식 내용 역시 가변적이어서 그 의미를 객관적으로 확정하기 어렵다"고도 봤다.

그러면서 "이 사건 종북 관련 발언은 사실을 적시한 것이라기보다는 이 사건 사이트에 대한 광의의 정치적 평가 내지 의견표명으로 볼 여지가 많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표현·내용상 사이트 이용자 중 일부가 종북세력이나 북한과 연계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에 불과해 그 표현이 지칭하는 대상이 사이트 운영자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사이트 운영자에게 이용자의 정치적 성향 등을 이유로 사이트 이용을 임의로 제한하거나 허용할 권한 등이 있다고 볼 수도 없다"며 "종북 관련 발언으로 인해 사이트 운영 등을 통해 쌓은 원고에 대한 객관적 평판이나 명성이 손상됐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앞서 1심은 "(국정원의) 사이버활동으로 사이트의 게시물 시스템이 붕괴되는 등 장애가 발생했다거나 사이트 운영자인 원고에게 재산적 손해가 발생했음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A씨의 주장을 전부 기각했다.

또한 "국정원 측에서 사이트에 종북 세력이 활동하고 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취지로 말한다는 점은 인정된다"면서도 "그러한 사실만으로 사이트가 '종북 사이트'라는 오명을 입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봤다.

2심은 "국정원 대변인의 종북 관련 발언으로 인해 원고의 명성, 신용 등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침해되는 등 원고의 명예가 훼손됐고, 이는 공무원이 직무 집행 중 고의 또는 과실로 한 위법행위에 해당한다"며 국가가 A씨에게 위자료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게시물 시스템 붕괴 주장에 따른 재산상 손해배상 등은 1심과 마찬가지 이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mau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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