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에 들어간 드론 모터… "AI로 장애 없는 세상 꿈꾼다"

[CEO초대석] 위즈진 윤동국 대표
로보틱스·모빌리티·인공지능·항공우주를 모두 구현하는 혁신 기업

윤동국 대표(51)는 AI 솔루션 서비스 기업 어노테이션에이아이와 로보틱스 모빌리티 기업 위즈진을 모두 운영하는 CEO 겸 과학자다. /사진=임한별 기자

지난해 서울커피엑스포의 간판스타는 단연 '바리스타 로봇'이었다. 어노테이션에이아이가 선보인 인공지능(AI) 바리스타 로봇 'VAIRI'는 정교하고도 우아한 드립 동작으로 커피를 추출했고 부스는 로봇을 구경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윤동국 대표(51)는 AI 솔루션 서비스 기업 어노테이션에이아이와 로보틱스 모빌리티 기업 위즈진을 모두 운영하는 CEO 겸 과학자다. 로보틱스와 AI는 각기 다른 분야이지만 함께 접목하면 엄청난 시너지를 내는 혁신 기술이다. 위즈진은 각 분야 전문 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융합해 ▲UAM(도심 항공 이동 수단) ▲산업용 드론 플랫폼 ▲모빌리티 파워트레인 ▲정밀 제어 식음료 로봇 ▲자율 보행 휠체어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현재 티로보틱스, KT, 서울대학교,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회사를 운영 중이다. 얼핏 보면 기업이라기보다 연구실에 더 가깝다. 그가 운영하는 회사가 보유한 특허만 11개, 현재 출원 중이거나 출원 예정인 특허는 12개다. 윤 대표는 상장 전까지 특허 50개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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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눈과 발이 되고자 시작한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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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노테이션에이아이가 선보인 인공지능(AI) 바리스타 로봇 ‘VAIRI’는 정교하고도 우아한 드립 동작으로 커피를 추출한다. /사진=위즈진

윤 대표의 사무실은 늘 밤늦게까지 불이 환하게 켜져 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야근이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덕업일치(광적으로 좋아하는 것과 직업이 같다는 뜻)라 괜찮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지인들 사이에서 윤 대표는 '외계인' 또는 '멘실모(멘사 출신 실업자 모임) 회장'으로 통한다. 지구인이라면 아무도 생각할 수 없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많이 내서 '외계인', 멘사 출신의 천재로 불리지만 돈 벌 생각 없이 연구만 계속해서 '멘실모 회장'이다. 그런 그가 2022년 기준 매출 90억원, 영업이익 2억5290만원에 이르는 기술 기업의 대표가 됐다. 3년 평균 매출 성장률은 455%에 이른다.

위즈진은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스터디랩에서 출발한 회사다. 윤 대표는 돈벌이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지만 만약 회사를 차린다면 자신과 동료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을 사회에 환원하는 '오픈소스 컴퍼니'를 만들고 싶었다.

어느 날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시각장애인을 위한 내비게이션을 만들자는 의견이 나왔고 연구 개발에서 끝내지 말고 상용화할 수 있는 단계까지 가보자는 생각에 회사를 설립했다.

"자율주행의 기본 원리는 카메라를 통해 사물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이 카메라가 시각장애인에게 눈이 될 수 있겠다 싶었지요."

일반적으로 시각장애인은 지하철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버스는 그들에게 너무 어렵고 불편하기 때문이다. 정류장까지는 가는 데는 무리가 없다. 문제는 그다음부터다. 어떤 버스가 도착했는지, 타는 문은 어느 쪽인지, 여러 대의 버스가 동시에 도착했을 때 내가 타야 할 버스가 어디쯤 있는지 순간적으로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이것은 장애가 없는 사람에게도 힘든 일이다. 윤 대표는 "인공지능을 이용하면 이런 것들을 시각화하는 게 가능합니다"라고 말한다.

회사 설립 즈음인 2018년 말에 현대자동차그룹의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인 '제로원'을 알게 됐다. 아티스트, 디자이너, 과학자 등의 크리에이터들이 좀 더 편하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펼치고 비즈니스 환경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인큐베이팅하는 곳이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지원 사업에 선정됐고 이후 연구개발에 속도가 붙었다. 2019년에 내비게이션이 완성됐고 2020년에는 한발 더 나아가 자율주행 휠체어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인공지능 쪽 역량 강화를 위해 보잉 출신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이광희 박사와 손잡고 별도 법인인 어노테이션에이아이를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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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을 가능으로, ESG 실천하는 착한 기술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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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즈진은 지난해 로텀과 주식 맞교환 형태로 합병을 계약했다. 합병이 완료되면 로보틱스, 모빌리티, 인공지능, 항공우주를 모두 구현하는 혁신 기업이 탄생한다. /사진=임한별 기자

법인이 2개로 늘어난 뒤 엔피프틴파트너스(N15partners) 투자 유치, 중소벤처기업부의 창업 투자 프로그램 팁스(TIPS) 선정, 기술신용평가(TCB)에서 우수 등급(T-4) 획득 등 숨 가쁜 나날이 이어졌다. 2022년에는 NPX캐피탈로부터 20억원을 투자받으며 매출 90억원을 기록했다. 기술보증기금에서 ESG보증을 따내는 성과도 이루었다.

"인공지능은 전기를 많이 쓰는 기술입니다. 인간에게 도움이 되려고 AI를 시작했는데 이게 도리어 환경을 파괴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는 방법을 연구했고 기존 대비 10%의 전기만 사용하는 AI 기술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우리 회사의 기술이 탑재된 드론으로 택배 서비스를 한다고 가정하면 타사 제품보다 2배 이상 오래 비행하거나 더 많은 물건을 실을 수 있는 셈이죠."

그의 기술은 이렇듯 ESG에서 출발한다. 자율주행 휠체어를 개발할 때도 가장 중점에 둔 것이 '가볍고 간편한 전동 휠체어'였다.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전동 휠체어는 부피가 크고 무게가 120㎏에 달한다. 자동차에 싣기도 힘들고 비행기에 반입할 수도 없다. 수명이 다해 폐기를 하게 되면 배출되는 쓰레기양도 만만치 않다.

휠체어를 개발하면서 가장 무거운 것이 무엇인지 살펴봤더니 전동 모터와 바퀴였다. 기존 전동 휠체어의 바퀴는 크고 무거운 데다 조작하기도 불편했다. 휠 안에 모터가 들어간 인휠모터를 구현하고 싶었는데 마침 로텀(ROTOM)과 인연이 닿았다. 로텀은 드론을 만드는 전기 모터 스타트업이다.

"헬기처럼 가로로 돌아가는 드론의 모터를 수직으로 세워서 바퀴에 적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즉시 로텀의 문창근 대표를 찾아가서 제안했고 순식간에 기술 검토가 끝났습니다. 덕분에 가벼우면서도 작동 원리가 간편한 전동 휠체어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위즈진이 개발한 자율주행 전동 휠체어는 장애인이 기존에 쓰던 일반 휠체어에 최소한의 장치를 추가하는 방식이다. 무게도 가볍고 부피도 작다. 연구를 통해 2020년 프로토타입 때 28kg이었던 것을 현재 16kg까지 줄인 상태다. 기내 반입이 충분히 가능해진 것이다.

위즈진은 지난해 로텀과 주식 맞교환 형태로 합병을 계약하고 현재 마무리 작업 중이다. 휠체어를 개발하며 합을 맞추다 보니 손발이 잘 맞았고 두 회사의 기술이 만나면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질 것이란 계산이 섰다. 합병이 완료되면 위즈진이 지주사로 전환되고 몸집도 커질 예정이다. 로보틱스 모빌리티 기반의 위즈진, 인공지능을 맡은 어노테이션에이아이, 모터를 토대로 드론과 항공 기술을 확보한 로텀이 만나 괴물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윤 대표는 올해 위즈진의 폭발적인 성장을 확신하고 있다.

"로보틱스, 모빌리티, 인공지능, 항공우주를 모두 구현하는 회사라고 하면 아무도 믿지 않아요. 불가능한 일이라는 거죠. 우리는 이미 기술과 제품을 모두 확보해서 생산까지 하고 있습니다. UAM의 경우 6분의 1 기체 제작과 테스트도 마쳤어요. 6분의 1 모형을 완성했다는 건 앞으로 1:1로 크기를 키운 기체를 얼마든지 제작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것, 그게 바로 과학의 매력 아닐까요."
위즈진은 현재 투자유치 중이다.

▶윤동국 위즈진 대표 프로필
1973년 출생
2024 위즈진 홀딩스(가칭) 대표이사
2023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 수상
2021 어노테이션에이아이 대표이사
2019 위즈진 대표이사
2015 前 한양대학교 산학 협력단 초빙연구원
2009 前 리얼플러그 대표이사
2000 前 미볼닷컴 대표이사

황정원 기자 jwhw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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