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수출’ 빛나는 결실…‘K-포도’ 효자 품목 명성 되찾는다

김소영 기자 2024. 1. 31.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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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농업, 세계를 누비다] (현장) ‘케이푸드 플러스 수출탑 최우수상’ 한국포도수출연합
실적 견인 역할하던 샤인머스캣
2022년 기상이변 등 여파 부진
지난해 ‘추락과 반등’ 갈림길 속
선주문 후생산 도입…26% 성장
바이어 만족 높아…대만 수출 ↑
내수 물량 조절·값 지지 큰 도움
자료 : 한국포도수출연합

25일 늦은 오후 경북 상주시 낙양동 농업회사법인 한국포도수출연합. 사무실이 자리한 건물 외벽엔 ‘경축-제1회 케이푸드(K-FOOD) 수출탑 한국포도수출연합 최우수상 수상’이라고 쓰인 펼침막이 바람에 펄럭였다.

건물 2층으로 올라가니 아담한 공간에 옹기종기 책상이 모여 있었다. 퇴근 시간이 가까웠지만 사무실엔 낮 시간 못지않은 활기와 긴장감이 넘쳤다.

한국포도수출연합은 지난해 12월19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제1회 케이푸드 플러스(K-food+) 수출탑 시상식’에서 수출액 2000만달러 달성 공로로 최우수상을 받았다. 케이푸드 플러스 수출탑은 농식품분야에 전후방산업을 합친 실적 중 성과가 우수한 업체에 정부가 수여하는 상이다.

한국포도수출연합은 지난 1년간 3800만달러 규모가 넘게 수출했지만 선정 당시 정부 기준에 따라 1∼9월 실적만 반영돼 2000만달러 수출탑을 수상했다.

시상식에선 수출액 1억∼5억달러 업체 4곳이 대상을, 1000만∼6000만달러 업체 8곳이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들 수상한 기업 12곳 중 신선농산물을 취급하는 곳은 한국포도수출연합과 청락농산(딸기·1000만달러) 2곳뿐이었다. 나머지는 농기계·라면·음료 등 농자재·가공식품 취급 기업이었다.

한국포도수출연합은 2019년 5월 결성한 포도분야 ‘농식품 수출통합조직’이다. 정부가 육성하는 농식품 수출통합조직은 농산물 생산자(단체)·전문단지뿐만 아니라 수출업체를 회원으로 둔다.

2018년 1호인 파프리카 수출통합조직 이후 현재까지 10곳이 지정됐다. 수출 점유율이 해당 품목 전체의 3분의 2를 넘어야 하는 등 자격 조건이 까다로워 쉽게 늘어나기 힘든 구조다. 포도는 버섯류·딸기에 이어 4번째로 생겼다.

포도분야 대표 수출조직인 만큼 회원수도 많다. 생산자단체 106곳과 수출업체 114곳 등 220곳이 가입돼 있다. 생산농가수는 3147곳에 이른다.

포도 중 ‘샤인머스캣’ 재배는 2022년 국내외에서 큰 어려움에 부닥쳤다. 재배면적이 급증한 상황에서 기상이변으로 품질이 하락하며 수출 효자품목 명성에 금이 갔다.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가격은 급락했다.

한국포도수출연합 실적엔 이같은 상황이 반영됐다. 2019년 1797만달러였던 수출액은 2021년까지 3503만달러로 치솟았지만 2022년엔 3018만달러로 14% 고꾸라졌다.

‘추락이냐 반등이냐’ 갈림길에서 한국포도수출연합은 지난해 3802만달러의 수출 실적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전년 대비 26% 높은 성장률을 보였고, 금액 자체로는 2021년보다도 많았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국가 전체 포도 수출액은 2022년 3430만달러(1만달러 이하 반올림)에서 2023년 4610만달러로 34% 뛰었다.

지난해 신선농산물 수출액(15억5790만달러)이 전년(16억2030만달러) 대비 4% 줄어든 것을 고려하면 포도 성장세는 의미가 더욱 남다르다.

재기 요인으로 한국포도수출연합은 ‘맞춤형 수출’을 꼽는다. 그동안 포도를 비롯한 신선농산물 수출은 해외 소비지가 아닌 국내 상황에 좌우돼왔다. 국내에서 생산한 물량이 많을 땐밀어내기 수출을 꾀했고, 적을 땐 내수시장 선호에 따른 수출 계약 파기 사례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포도수출연합은 ‘수출 상대국별 맞춤형 계약’을 과감하게 도입했다. 현지 바이어가 선호하는 품위·물량을 미리 주문받은 뒤 이를 7∼10월 재배 과정에 반영해 10월 이후 맞춤형 포도를 생산·공급했다. ‘수출판 계약재배’인 셈이다.

조두현 한국포도수출연합 전무는 “외국 바이어도 자신의 거래처에 따라 원하는 품위가 천차만별”이라면서 “이같은 ‘선주문 후생산’ 방식을 적용한 결과 바이어 만족도가 크게 올라갔고 대만 등지에 수출하는 물량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조 전무에 따르면 ‘샤인머스캣’은 중화권·동남아 국가 모두에 인기가 많다. 하지만 나라별로 소비 트렌드가 조금씩 다르다. 베트남은 주로 선물용으로 소비해 한송이당 무게가 800g인 대형품을 선호한다. 소득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대만은 가정 소비용으로 적당한 500∼600g짜리를 찾는다.

맞춤형 수출 전략을 가동한 결과 지난해 대만 수출 비중은 물량 기준으로 2022년 8.2%에서 28.5%로 급성장했다.

포도 수출은 그 자체만으로 농가소득 제고에 이바지한다. 수출 단가 자체가 높기 때문이다. 2000㎏을 수출할 때 1㎏당 1만5500원으로 단가를 잡으면 조수익을 310억원 올릴 수 있다. 국내 출하 때(단가 6000원 적용시 120억원)보다 2.5배 높다.

황의창 한국포도수출연합 대표는 “내수시장 물량 조절에 따른 값 지지 효과 또한 수출 증대의 순기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선농산물 수출 의의가 큰 만큼 최근 수출물류비 폐지에 따른 농가 불안을 공동선별비 지원으로 가격 경쟁력을 증대시켜 주는 방식으로 해소한다면 포도 수출은 더욱 늘어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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